일편단심의 업력

일편단심의 업력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과설화

• 주제 : 인과
• 국가 : 중국
• 시대 : 당나라

중국 당나라 때의 일이다.
한 선비가 살았다.
그는 마침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서 군인으로 징발되어 싸움터로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전세가 불리하여 마침내 적의 포로가 되니 본국으로 돌아가지를 못하고 적국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적국 땅에서 쓸쓸하게 지내야 했으며 심한 노역 (勞役)을 당하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더구나 헤어져 있는 부모형제와 처자의 생각이 간절하였으니 탈출할 것을 마음먹고 기회있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마침내 탈출을 결행하니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고국을 향하여 여러 날을 도보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도중에 한 냇가가 있어 앉아 쉬고 있었는데, 시냇물은 깨끗하여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앉아서 건너편의 산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흰 수건을 머리에 덮어쓰고 산고개를 넘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차 가까이 오는 것을 살펴본즉 고국에 있는 아내가 창백한 얼굴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게 웬일이오.」
하고 손목을 잡으니,
「당신이 그리워서 찾아온 것입니다.」
하고 품안에 안겨 흐느껴 운다.
사나이도 같이 울다가 친정하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소식을 주고 받으면서 같이 걸어가다가 어떤 주막집을 찾아가 방 하나를 얻어가지고 이곳에서 쉬면서 쌓이고 쌓인 회포를 나누는 동안에 날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사흘 만에 하숙비를 지불하고 두 내외는 고국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좀 쉬어가자면서 말하되
「나는 그간에 당신을 만나서 즐겁게 3일을 지냈지만,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고국에도 적군에 짓밟혀서 식구들은 모두 산산히 흩어지고 나 역시 그자들에게 잡혀 가다가 정절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 육신을 강물에 던져 자살하였던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을 싸움터로 보내고 나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세음보살에게 빌었습니다.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시기를…그러다가 이렇게 죽음을 당하니 보살님의 가피로 다시 전생(轉生)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이제 3년 기한의 중음(中陰)신의 보를 마치고 내일이면 이 아랫마을에 사는 유우청(柳祐淸)이라는 사람의 딸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으니 3일 후에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한편 아랫마을 유우청의 집에서는 고대하던 딸을 낳았는데 계속해서 울기만 하니 불안한 생각마저 갖게 되었다. 3일이 지나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선비는 허망하기 짝이 없었으나, 허탈을 씹으면서 3일째가 되는 날 유우청의 집을 찾아갔더니 애 우는 소리가 집밖에까지 요란하게 들렸다.
유우청씨를 찾아 전후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미 애기우는 소리가 그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선비는 그 집의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애기가 16세 되는 해에 다시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어 해로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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