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의 과보

배은망덕의 과보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과설화

• 주제 : 인과
• 국가 : 중국

옛날 중국 소주(蘇州) 땅에 돈 많은 장자 시대창(施大昌)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불교신자로서 신심이 대단하여 호구산(虎丘山)에 관음사(觀音寺)를 창건하고 다시 관음전 법당을 날아가는 듯이 새로 건축하였다.
그 리고 백의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하여 모시고 관음전 법당을 찬란하게 장엄하여 관음전이란 현판을 조각한 뒤에 금색으로 글자마다 도금하여 높이 달아 놓았더니 한층 더 운치가 새로웠다.
시대창이 여러 해를 경영하여 오다가 이만큼 절을 지어 놓으니 호구산마저 방광을 놓은 듯 산색이 빛을 더한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백의관음보살을 조성하여 모셔 놓고 보니 백화도량(白花道場)을 꾸며 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흐뭇하였다.
내일 모레면 낙성식을 하게 되었으므로 도량 청소와 경내 정리를 다 마치고 목욕을 한 후 새 옷을 갈아
입고 관음전에 들어가서 수없이 예배를 드리고 축원과 맹세를 바쳤다.
「중생을 위한 구고구난을 베풀어 주시는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저는 보살님을 한시라도 떨어져있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본사관음대성을 마음속으로 머리위에 이고 다니겠습니다.
저의 죄를 소멸하여주시고 복을 이루어 주시는 동시에 무수한 모든 중생도 이 백화도량으로 이끌어 제도케하여 주소서.」
축원을 하고 이 절에 단계화상(丹溪和尙)을 주지로 모시어 절을 옮겼으므로 그 단계스님도 따라 들어가서 관세음보살께 예배하고 끊어 앉아서 시씨(施氏)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축원하였다.
두 사람이 이렇게 축원을 마치고 법당 문을 나오려는데 절 뒤에서 곡성이 크게 들려온다.
단계스님과 시대창은 이상하게 여기고 찾아 올라가서 보니까 오랫동안 시대창과 헤어져 있던 서당의 동창생인 계한경(桂漢柳)이 아닌가?
시대창은 깜짝 놀라서,
「이게 웬일인가. 자네가 어찌하여 이곳에 와서 울고 있는가?」
하고 물었더니 계한경이 눈물을 흘리며 목메인 말소리로
「자네 보기에 면목이 없네. 내가 남의 빚돈이 많아서 조용한 곳에 와서 자살을 하려고 나무에 목을 매어 죽으려고 하였지만,
내가 죽으면 마누라가 불쌍해 죽을 수가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신세타령을 하고 울며 앉아 있는 것일세.」
이 말을 들은 시대창은 말하되
「잘된 일일세. 우리 절에 모신 관세음보살님이 도와주신 걸세.
대관절 빚이 얼마나 되기에 죽으려고 결심까지 하였단 말인가?」
「자그마치 3 만냥일세…」
「어쩌다가 그렇게 큰 빚을 졌단 말인가.」
「살림이 기울어져서 무슨 장사를 해 보려고 남에게 빚돈을 얻어서 시작한 장사가 번번히 실패만 당하고 보니, 빚밖에 쳐질 것이 없게 되어 오늘날 이 지경이 되었다네.」
「친구 간에 그런 말을 들으니 나의 가슴이 아프네. 사람이 낳고 돈이 낳지, 돈부터 낳고 사람이 낳겠는가? 나도 지금 산을 사고 절을 짓고 불사를 하느라고 돈의 여유가 없으나 3만냥 같은 것은 보아 줄 수가 있으니까, 갚을 생각일랑 말고 아주 가져가서 빚을 갚고 다시 재생하여 잘살아 보도록 하게.」
하고 계씨의 집으로 내려와서 3만냥의 어음을 떼어주었다.
「참 시군(施君)은 나의 은인일세. 아무리 우정이라고 하지만 이럴 수가 있는가?
자네 은혜는 각골난망(刻骨難忘)일세…」
「아, 별소리를 다 하네. 친구가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환난상구(患難相救)하는 것이 우정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참으로 시(施)군은 군자란 말야! 내가죽어도 잊어버릴 수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겠네.」
이렇게 생각하고
「이 사람아, 빚만 갚으면 살 것같이 생각하지만 당장에 해먹고 살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다시 결실이 다 된 과수원 하나를 주면서,
「이 과수원의 실과를 따서 팔아 우선 생활을 하여 보게.」하고 몇 천평이나 되는 과수원을 양도하여 주었다.
그러므로 계씨는 너무 감격하여 관음사 관음전 법당을 향하고 머리 숙여 절하며 맹세하되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이게 다 보살님의 공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군(施君)이 신자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이와 같이 너그럽게 친구를 살려 주었겠습니까?
제가 만일 금생에 이 돈을 갚지 못한다면 우리 식구가 죽어 저 세상의 견마(犬馬)가 되어서라도 갚겠나이다.」
라고 하였다.
그 뒤에 계씨는 시씨가 준돈으로 먼저 빚을 다 갚고 과수원을 경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기 자녀가 3남매인데 큰 딸을 시대창(施大昌)의 아들인 시환(施還)에게 주어서 성혼을 시키겠다고 먼저 약속까지 하였다.
그런데 계한경(桂漢卿)은 시씨가 준 과수원에서 큰 횡재를 하였다.
하루는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가 대추나무 밑에서 토금(土金)으로 묻혀 있던 벽돌장만한 순금 덩어리를 얻어서 그것을 팔아 큰 부자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시대창은 어찌된 일인지 실패를 거듭하여 파산케 되었다.
그런데 계한경은 빚돈 3만냥도 갚지 않고 약혼을 한 딸도 며느리로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타지방(회계땅)으로 이사를 하여 떠나가 버렸다.
더구나 계씨는 황금에 욕심이 들어서 돈을 더 벌려고 낙양 장안(洛陽長安)에 가서 무역상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협잡꾼에게 속아 재산을 송두리째 털려버리고 알거지 신세가 되었다.
그는 기가 막혀서 노변(路邊)에 쓸어져 울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어떤 큰 집에 이르러 밖에서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는데 뜻밖에도 시대창이 있는지라, 양심에 찔려서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사과인사를 하려는데 시대창이 그를 보고 꾸짖되,
「이 개가죽을 쓴 친구가, 무엇을 또 얻어먹으려고 왔느냐?」
하고 발길로 찬다.
그는 도망하여 뒷마당에 들어가서 보니까 두 아들과 아내가 개가 되어 있지 않은가?
그도 깜짝 놀라서 자기 몸을 돌아본즉 이미 개가 되어 있었다.
앞발로 땅을 후벼 파다가 아내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오.」
하였더니 아내가 대답하되
「여보, 당신이 호구산 관음사에 계신 관음보살께 맹세한 일을 잊었소. 당신이 마음을 잘못 썼기 때문에 그대로 된거요. 누구를 원망하겠소.」
한다. 계씨(桂氏)가 꿈을 깨서 집으로 돌아가 본즉 벌써 두 아들이 죽었고 아내도 병이 들어 죽으려고 하는데 허공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되,
「아버지, 우리 집에서 시대창씨의 은혜를 저버렸다고 하여 명부시왕(十王)이 우리들 모자 셋을 개가 되게 하였소. 숫 강아지 두 마리는 우리 형제가 되고, 혹이 달린 암 강아지는 어머니요, 아버지도 오래지 않아서 사자에게 붙들려 가서 시왕님의 판결을 받고 이 집으로 개가 되어 올 것입니다.
그리나 누나만은 남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고 말을 하는데, 그 목소리가 꼭 큰 아들의 목소리와 같았다.
그 뒤에 화재를 당하여 집이 타버리니 집도 절도 없이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딸을 데리고 소주(蘇州)로 가서 시대창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간에 시대창은 다시 살림이 일어나서 거부 장자가되어 으리으리하게 살고 있었다.
시씨의 아들인 환(還)이도 벌써 어떤 대가집 딸과 결혼하여 살고 있었다.
계씨는 시씨를 보고
「시형에게 대할 면목이 없소. 너무나 염치없는 일이지만 먼저 당신 아들인 환이에게 내 딸을 데리고 왔으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소.」
하고 애원하였더니, 환이가 아버지 대신 나서서 말하되
「계선생님, 말 같지 않은 말씀을 하지도 마시오. 사람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 분수가 있지 않습니까.
선생이 3만냥의 빚 때문에 죽게 된 것을 우리 아버지가 갚아주게 하고 더구나 과수원까지 주지 아니하였소.
선생은 우리 과수원에서 금덩이를 얻어가지고 말 한마디 없이 회계땅으로 도망가서 장사를 한답시고 낙양 장안으로 왕래하며 호화판으로 잘 살더니 급기야 망하니까 무슨 얼굴로 우리 집을 찾아 온 것이오. 우리 집이 기우니까 아주 망할 줄 알고 선생은 횡재를 하여 아주 잘 살 줄로 알았지요.
하지만 사람은 마음을 잘 써야 합니다.
오늘날 이 마당에 무슨 염치로 다시 찾아왔단 말입니까.
당신께서 우리 관음보살님께 맹세한 대로만 하였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고 거절한다. 그러한즉 다른 하인들이 가세하여 욕설을 퍼붓고 쫓아낸다.
계씨는 창피를 무릅쓰고 사지(四肢)를 땅에 뻗치고 고두백배하며
「내가 죽을 때가 되어 저지른 일이니 한번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오.」
하고 애원하고 있자니까,
그 집에 세 마리의 강아지가 쫓아 나와 슬프게 울고 짖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계씨는 이것이 자기의 처자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였다.
그러나 환(還)을 붙들고 말하되
「오갈 데 없는 내 딸을 그대의 후실이라도 받아들여 주었으면 결초보은(結草報恩)하겠소.」
하며 애걸하였더니 이때 시대창은 말하되
「계선생의 소행이야 괘씸하지만 그의 딸이야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러니 네가 용서하고 받아들여서 둘째 아내로 삼아라.」
하고 권고하니, 환이도 생각을 돌려 허락하게 되었다.
계씨는 그 딸을 시씨에게 맡기고 호구산 관음사로 올라가서 모든 죄업을 관음보살께 참회하고 중이 되어서 시씨의 행복을 빌며 기도하였다.
그리고 자기의 처자가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기도 발원하였다.
그 뒤 어느 날 밤에 계씨가 꿈을 꾸었는데 처자들이 와서 말하되
「당신이 늦기는 하였지만 과거의 죄를 관음보살께 참회하고 수도한 공덕으로 우리들도 업보를 소멸하고 이고득락(離苦得樂)하여 가게 되었소.」하고 치하한다.
이때에 계씨는 진가를 알아보려고 시씨집에 사람을 보내어 탐문하여 보았더니 개 세 마리가 한꺼번에 죽었다고 한다.
계씨는 단계(丹溪) 화상의 뒤를 이어 관음사의 주지가 되고 시씨는 신자 화주가 되어서 80까지 같이 살면서 도반(道伴)이 되어 염불삼매(念佛三味)로써 세상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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