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비구가 60년만에 태어난 인연

장로비구가 60년만에 태어난 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찬집백연경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계실 때 그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어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아 갖가지 음악과 오락으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부인이 임신하여 가득 열달 만에 아이를 남으려 했으나 아이가 태에서 나오지 않은 채 거기에 또 거듭 임신이 되어 열달만에 한 아들을 낳을 때까지 먼저 임신된 아이가 오른쪽 옆구리에 그대로 있는가 하면, 이와 같이 차례로 아흡 아들을 각기 열달씩이 차서 낳았음에도 맨 먼저 임신된 그 아이는 여전히 모태 속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그 어머니가 매우 근심한 끝에 곧 병이 되어 온갖 약으로 치료해 보았으나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였다.
어머니가 예언하기를,
「뱃속의 아이가 아직 죽지 않았으니 내가 이제 만약 죽게 되면 나의 배를 해부하여 아이를 꺼내어 잘 길러라.」
하고 죽었다.
그때에 그 권속들이 시체를 무덤 사이에 운반해 두고 당시의 큰 의사 지바(耆婆)를 청하여 배를 해부해 보았던바, 과연 조그마한 아이가 그대로 있어 얼굴은 이미 늙었고 수염과 머리털은 하얗게 희고 고부라진 몸으로 걸음을 걸으면서 사방 친척들을 향해 말하였다.
『저는 전생 때 여러 스님들께 악설을 퍼부은 과보로 모태 속에서 60년을 겪어왔습니다.』
아이의 이러한 말을 들은 그 친척들은 슬피 울기만 할 뿐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는데, 그 때 세존께서 멀리 이 아이의 선근이 이미 성숙됨을 아시고 대중들과 함께 저 시체 있는 곳에 가셔서 조그마한 아이에게 물으셨다.
『네가 바로 장로(長老)비구가 아닌가.』
『사실 그러하옵니다.』
그 때 대중들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 늙은 아이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모태 속에 있으면서 머리털이 하얗게 희고 고부라진 몸으로 다니다가 이제 또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서로 문답할 수 있게 되었나이까.』
『이 현겁에 가섭 부처님께서 바라나시에 출현하사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여름 안거에 들어가셨을 때, 그 화합한 대중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유나스님이 있었는데, 대중들과 함께 규약을 정하기를
「이 여름안거 동안 도를 얻은 이에겐 자자의 모임에 참예할 것을 허락하거니와 얻지 못한 이에겐 자자를 허락할 수 없다.」
고 하였던 바, 유독 나이 많은 이 유나 비구가 도를 얻지 못함으로써 대중들이 그 규약에 따라 포살(布薩)과 자자의 모임에 참예할 것을 허락하지 않으매,
유나 비구는 곧 마음이 괴롭고도 원망스러워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나 홀로 모든 승방(僧房) 일을 보살펴서 그들로 하여금 다 편안히 도를 행하게 하였거늘,
이제 나를 도리어 자자의 모임과 포살·갈마(曷磨)에 참예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고 곧 진심을 내어 대중들에게 마구 욕설을 퍼붓고 방안에 들어가 문을 굳게 닫고 큰소리로 외치었다.
「이제 내가 이 어두운 방에 있는 것처럼 너희들도 언제나 캄캄한 곳에 갇혀 있어서 광명을 보지 못하리라.」
이와 같이 말한 끝에 곧 목숨이 끝나는 대로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고 그 뒤 지옥을 벗어나기는 했어도 역시 모태 속에서 그러한 고뇌를 제게 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그 늙은 아이 비구가 과거세에 많은 스님들을 공양하였고 또 유나가 되어 모든 승방 일을 힘써 보살폈기 때문에 이제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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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1978
인과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