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왕이 비구가 된 인연

발제왕이 비구가 된 인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찬집백연경

부처님께서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 여래께서 6년 동안의 고행을 마치고 비로소 정각을 이룩하신 지 만 12년째였었는데, 1천 2백 5십인 비구들을 거느리고 카필라바스투에 돌아가려 하시면서 비구들에 게 분부하셨다.
『내가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니, 너희들도 각각 신통 변화를 나타내 나와 함께 가서 거기에 있는 여러 샤카들로 하여금 정성껏 신복하게 해야 하리라.』
이렇게 말씀하신 다음, 세존께서 큰 광명을 놓아 여러 비구들과 함께 허공을 타고 그곳에 도착하자 그때 정반왕이 부처님 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여러 석왕들에게 명령하여 길을 닦아 부정한 것을 제거하는 한편, 당기ㆍ번기를 세우고 보병 방울을 달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물 미묘한 꽃을 홑뿌리며 온갖 기악을 베풀어 세존을 맞이해 궁에 들어와서 왕의 공양을 받게 하였으나 부처님 시종하는 사람들을 보자 그들이 비록 신통력은 있지만 용모가 너무 추악하여 마음에 마땅치 않아서
「이제 내가 발제석(拔提釋)등 용모 단정한 5백 사람을 골라 세존께 시중하도록 하리라.」
고 생각하고 곧 5백 사람을 골라 부처님 처소에 보냈다.
그리고 우발리로 하여금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을 깎게 하였던바, 우발리가 눈물을 흘려 왕이 물었다. 『그대가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가.』
『이제 석왕은 모든 샤카 중에서도 존귀한 몸이거늘 뜻밖에 하루아침에 이같이 모습을 바꾸고 거치른 음식을 먹고 더러운 옷을 입어야 함을 볼 때에 제가 자연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발제 석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서글프기는 했으나 아직도 교만이 남아서 수염과 머리털을 깎은 뒤 옷과 바루를 갖춰 구족계를 받기 위해 스님들 사이에 들어가서 차례로 예배하다가 우발리 앞에 이르러서는 그대로 서서 예배하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친한 사람이고 저는 귀한 몸이기에 예배하지 않는 것입니다.』
발제 석왕이 대답했다.
『우리의 법에는 귀하거나 천한 것이니, 모든 것은 눈흘림(幻化) 같아서(安危)를 보장하기 어렵느니라.』
『그렇다 할지라도 그는 우리의 노복이라 차마 예뻐할 수 없습니다.』
『일체 노복이거나 빈부·귀천이 다 은애(恩愛)로 분리된 것이어늘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그때에 발제석왕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나서 몸을 굽히고 예배하자 온 땅이 진동하고 천신들이 소리를 높여 찬탄하였다.
『발제석왕이 도를 구하기 위해 저 미천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몸을 굽혀 꿇어앉아 예배하니 그 아만의 깃발이 무너지겠구나.』
발제석왕이 구족계를 받은 다음 한쪽에 물러앉아 있다가 곧 이어 부처님 설법을 듣고 마음과 뜻이 트이어 아차한의 과위를 얻어서 바루를 잡고 걸식하기 시작해 저 무덤사이에 나아가 나무아래 거처함으로부터 아무런 두려움이 없을 뿐더러, 마음가짐이 태연하게 되어 곧 스스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옛날 왕궁에 있을 때엔 건장한 사나이들을 모집해 그들에게 칼과 몽둥이를 주어 좌우에 배치시켜도 항상 위태롭고 두려움을 느꼈는데, 이제 출가 입도하게 되자 이 무덤 사이에 있어도 전혀 두려움이 없으니 참으로 상쾌하기 말할 수 없구나.』
그 때 마침 아난다는 발제석의 이 말을 듣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발제석 비구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호족에 태어나서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곧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나이까.』
『한량없는 과거세 때 이 바라나시에 어떤 벽지불이 있어 그가 바루를 들고 걸식하러 다녔는데, 때마침 빈궁한 사람이 굶주린 몸으로 길을 가다가 조그마한 떡을 얻어 곧 자신이 먹으려 하던 차에 저 벽지불의 걸식하러 다니는 위의를 보고 환희심이 나서 그 떡을 보시하였는바, 벽지불이 떡을 받자마자 몸을 솟아 허공에 올라가서 열여덟 가지변화를 나타내니, 그가 그것을 보고 존경심을 내어 곧 발원하고 떠나갔는가 하면, 그 사람이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세월을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 사람으로 태어나 존경과 부귀와 쾌락을 받아왔으며, 지금 또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되었느니라.』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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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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