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가 살아나서 반야경 불사를 완성한 선율스님

• 주제 : 기이
• 국가 : 한국
• 참고문헌 : 삼국유사

망덕사(望德寺)의 중 선율은 보시 받은 돈으로 6백반야경을 이루려 하다가 공이 아직 끝나기 전에 갑자기 염라국의 사자에게 잡혀 명부(冥府)에 이르렀다.
명관(冥官)이 물었다.
「너는 인간 세상에 있을 때 무슨 일을 하였는가?」
「빈도(貧道)는 만년에 대품반야경을 이루려 하다가 공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왔습니다.」
「너의 수명부에는 비록 목숨이 끝났으나,
좋은 소원을 마치지 못했으니 다시 인간세상으로 돌아가서 보전(寶典=반야경)을 준공시켜라.」
이에 놓아 보내어 주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한 여자가 나타나 울면서 앞에 와 절하였다.
「나도 또한 남염주의 신라 사람이었는데, 우리 부모가 금강사(金剛寺)의 논 1묘(苗)를 몰래 뺏은 일에 죄를 얻어 명부(冥府)에 잡혀 와서 오랫동안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법사께서 고향에 돌아가시거든, 우리 부모에게 알리어서 그 논을 빨러 돌려주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세상에 있을 때 참기름을 상 밑에 묻어 두었고 또 곱게 판 베를 침구 사이에 감추어 두었으니 부디 법사께서 그 기름을 가져다 불등(佛燈)에 불을 켜고 그 베를 팔아 경폭(經幅)으로 삼아 주십시오. 그러면 황천에서도 또한 은혜를 입어, 제 고뇌를 거의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율이 말했다.
「네 집은 어디 있느냐?」
「사량부(沙梁部) 구원사(久遠寺)의 서남쪽 마을에 있습니다.」
선율은 이 말을 듣고 막 일어나려 하자 곧되 살아났다.
그 때는 선율이 죽고 10일이나 되어 남산 동쪽 기슭에 장사지냈으므로 무덤 속에서 3일 동안이나 외쳤다.
목동이 이 소리를 듣고 절에 가서 알리니 절의 중이 와서 무덤을 해치고 그를 꺼내었다.
선율은 앞의 사실을 자세히 말했다.
또 그 여자의 집을 찾아가니 여자는 죽고 15년이 지났는데, 그 기름과 뼈만은 또렷이 그대로 있었다.
선율은 그 여자의 시킨 대로 명복을 빌었다.
그러자 여자의 혼이 찾아왔다.
「법사의 은혜를 입어 저는 이미 고뇌를 벗어났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놀라고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그 보전(반야경)을 도와서 이루게 했다.
그 경질(經帙)은 지금 경주의 승사서고(僧司書庫) 안에 있는데, 해마다 봄, 가을이면 그것을 펴서 전독하여 재앙을 물리치기도 한다.

<三國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