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이 좋은 사나이에게 속은 스님

요령이 좋은 사나이에게 속은 스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기이설화

• 주제 : 기이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생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석화난이 자꾸 겨레붙이를 모으느라 인물도 안 보고, 행적도 안 따지고, 제자가 되겠다고만 하면, 어느 누구 가리지 않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스님의 계를 주었다.
『그런 경솔한 짓을 해서는 안돼. 누구든지 오기만 하면, 자기의 겨레붙이를 늘리려는 욕심에서 앞뒤도 생각지 않고, 경력도 조사하지 않고, 어디서 왔는가 물어 보지도 않고, 잠깐 겉모습을 보기만 하고는 그 자리에서 중의 계를 주시는데, 그러다가 후회할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하고, 대중이 이구동성으로 간하는 것도 듣지 않고, 그는 여전히 닥치는 대로 제자를 만들었다.
그 때에, 한 흉악한 노름꾼이 있었다. 그는 석화난의 집에 많은 옷과 바릿대와 그릇이 있는데, 아무렇게나 겨레붙이를 모으므로, 거기에 가기만 하면 경력이나 주소도 묻지 않고 제자로 해 준다는 소문을 듣고, 마침 노름은 지기만 했으므로 그 몸은 굶주림과 추위에 고생하고 있던 참이라 거짓말을 하여 제자가 되어 한때 연명이나 해보려고 석화난을 찾아갔다.
미리 꾸며 놓은 일이라 걸음걸이나 앉음새를 정숙하게 하며, 스승에 대해서는 공손히 절하고, 예의범절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
그 때문에 스승은 완전히 그를 신용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중이 되면 편안하고 걱정은 없다. 그러나 애욕이 생긴다거나 게으른 마음이 생기면 깨달음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무수한 괴로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노름꾼은 그것을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바탕을 드러내어 소리쳤다.
『애욕을 버리기까지 하고 중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말했지마는 스승은 그를 제자로 삼고 싶었다.
『너는 왜 중이 되려 하지 않느냐? 중이 되면 많은 이득이 있다. 너는 그저 가만히 중이 되기만 하면 학문도 덕행도 모두 갖추어지도록 내가 힘써 주마.』
『그렇다면, 꼭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이에 그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비구계(比丘戒)를 받고 제자가 되었다. 그 후 그는 공손히 가르침을 받고 명령을 잘 지켜 게으름 피우는 일이 없었으므로 스승의 신임을 완전히 얻었다.
어느 때, 스승은 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모든 의복과 일체 세간을 모두 그에게 맡겨 놓고 외출을 하였다.
그러자 그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모든 재물을 몽땅 털어 가지고 그 집을 도망쳐 나와 제 집으로 되돌아와 옛 패거리들과 먹고 마시고 하였다.
새로 온 제자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돌아온 스승은 방안을 살펴보니, 모든 것은 도둑을 맞은 뒤였다.
『그것 보시오 우리들이 뭐라고 했소? 당신은 경솔하여 아무나 머리를 깎고 제자로 삼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이요.
그는 처음부터 도둑질을 하러 들어왔던 것이요. 애초부터 중이 될 생각은 없었던 것이요. 지금쯤은 아마 제집에 돌아가서 다른 놈팽이들과 노름판을 벌이고 술이나 마시고 있을 것이어요. 이제 새삼스럽게 떠들어 보았자 별 수 없으니 그만 참으시오.』
대중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도 석화난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석가모니께서 그 때 이 소리를 들으시고, 다음과 같이 두 사람의 본래의 일에 대하여 설명하시었다.

왕사성에 한 놈팽이가 있었다. 매음굴에 드나들며 창녀와 친해짐에 따라 재산은 모조리 그녀를 위하여 소비되었다. 돈이 다 떨어지니까 창녀는 그를 싫어하여 가까이하지를 아니하게 되었다.
『어디에서든지 가서 돈을 벌어 가지고 와서 다시 만나요. 그 때에 만나겠어요.』
이것이 그녀의 최후의 말이었다.
그는 왕사성을 떠나 울단국에 들어왔으나, 아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이 길을 헤매게 되었다.
그 때에 이 나라에 한 장자(長者)가 있었다. 그는 그 장자를 찾아가 진정인 양,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상인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어느 나라에서 찾아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도중에서 도둑을 만나 많이 가지고 오던 재물은 모조리 빼앗기고 겨우 목숨만 건져 가지고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활마저 곤란하게 되어 장자님을 믿고 찾아왔습니다. 아무쪼록 곁에 두고 저를 부려 주십시오.』
그의 행동거지는 법식에 들어맞고 진퇴응대(進退應待)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 이것을 본 장자가 「이 사람은 훌륭한 분이시니 도와주자」고 결심하였다. 본디 영리하고 말재주가 좋은 그 인지라 무슨 일에나 요령이 좋고, 하는 일이 모두 재치가 있었으며, 게다가 부지런하였다.
행동도 깨끗하고, 말씨도 상냥하고, 누구나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따라서, 장자의 신임은 날로 더하여 형제와 같이 사랑하여 마침내는 재산의 출납 일체를 위임까지 맡게 되었다.
그의 목적은 이제 이루어졌다. 맡겨진 재산을 남몰래 빼어내다가 숨겨두곤 하다가 마침내는 재보와 좋은 물건을 수레에 가득 싣고 몰래 그 나라를 떠나 왕사성으로 돌아와, 전의 그 창녀의 집에 가서 또다시 환락에 빠졌다.
갑자기 집에서는 그가 안 보이므로, 사방으로 찾아보았으나 간 곳을 알 수가 없었다. 행여나 하고 광속을 조사하여 보았더니, 그 많은 재보가 다 없어졌다.
다시 먼 데까지 사람을 보내어 그의 간 곳을 찾았으나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들려오는 소문에 그가 왕사성에 도망쳐 돌아가 창녀와 환락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자는 그가 상인도 아니오, 어진 이도 아니며, 한낱 노름꾼이었다는 것을 알고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했으나, 이제는 행차 뒤의 나팔이 되고 말았다.
이 장자는 지금의 석화난이요. 장자를 속인 사나이는 지금의 노름꾼이다.
성실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그 보답을 못 받는데, 불성실한 자는 요령 좋게 행동하므로 곧 윗사람에게 잘 보이게 된다.
그러나 그 속임수는 곧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단 신임을 한 윗사람은 웬만해서는 그를 의심하지 않고, 반대로 그 사나이의 불성실을 알리는 사람을 멀리하기가 일쑤다. 구변이 좋고, 요령이 좋은 사나이에게 주의하라고 경계한 영검이 또렷한 이야기이다.

<生經 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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