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집 흰개

신사의 집 흰개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우지설화

• 주제 : 우지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중아함경 第44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이었다. 석존께서 아침 일찍 옷을 입으시고 바리때(鉢)를 드시고 사위성(舍衛城)으로 들어가시어 걸식(乞食)하시고 오우무마노 쓰다이의 집에 가셨다. 그는 볼 일이 있어 딴 곳에 가고 없었다.
그의 집에는 흰 개가 한 마리 대청 위에서 금반(金盤)속에 있는 음식물을 먹고 있었다. 흰 개는 석존께서 그 집안에 들어오시는 것을 보자 크게 짖어댔다.
석존은 흰 개에게,
『그렇게 짖는게 아니다. 꾸중을 듣거든 짖도록 하라.』
하고 말씀하셨다.
흰 개는 석존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자 한결 미친 듯 날뛰며 마루 위에서 내려와 정원수가 있는 곳에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짖어댔다.
석존이 돌아가시고 그 집 주인이 돌아와서 이 광경을 보고 집안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가 개를 괴롭혔느냐? 개가 미친 듯이 날뛰며 마루에서 내려와 저 정원수 아래서 짖고 있으니 웬 일이냐?』
『실은 오늘 구돈이 걸식하시러 오셨습니다. 흰 개가 보고 짖어대니까 구돈이 꾸짖었거든요. 그랬더니 저 개가 성이 나서 저렇게 짖어댄답니다.』
집 사람 얘기를 듣자 그는 크게 성을 냈다. 석존을 책망하려고 사위성을 나와 기원정사로 격노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석존께서는 그때,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가 달려오는 것을 보시고 승려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오우무마노 쓰다이가 오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네, 저쪽에서 오고 있군요.』
『저 오우마무노 쓰다이시는 지금 당장 죽으면 반드시 곧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는 지금 나에게 매우 노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난 마음 때문에 사후에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석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동안에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와서 석존께 물었다.
『구돈은 오늘 저희 집에 오셨습니까?』
『나는 너희 집에 오늘 가서 걸식을 했다.』
『그때 구돈은 저희 집 흰 개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저희 집 흰 개가 대단히 노해서 마루에서 내려와 정원수 아래에서 자고 있습니다.』
『음, 그래? 나는 오늘 아침 일찍 옷을 입고 바리를 들고 사위성 안으로 걸식하러 갔다가 전전한 끝에 너희 집에 들렀다. 그 때 흰 개가 나를 보자 몹시 짖어대므로 「짖는게 아니다. 꾸중을 듣거든 그
때 짖어라」하고 말했었다.
그러자 너희 집 흰 개가 성이 나서 마루에서 내려와 정원수를 심어놓은 곳으로 들어가서 미친 듯이 짖어 대다가 지쳐서 누워있는 것이다.』
석존께서 이렇게 조용히 그 연유를 얘기하자 그는 심중이 매우 불안해졌다.
『세존님, 흰 개는 전세에 저와 어떤 인연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묻지 말도록 하라. 왜냐하면 그대는 그 말을 들으면 반드시 불쾌한 감정을 지닐 것이기 때문 이다.』
그는 더욱 궁금증이 났다. 석존께서 말리는 것을 물리치고 그는 재삼 재사 탄원했다.
그리하여 석존께서는 부득이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가 재삼 나에게 간청하니까 부득이 말 해 주겠다. 저 흰 개는 전세에 그대의 부친이었다. 즉 쓰 다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자기 집 흰 개가 부친인 쓰다이가 환생한 것이라는 말을 듣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하여 석존께 힐문했다.
『저희 아버지 쓰다이는 대보시(大布施)를 이룩한 선인(善人)이십니다. 사후에는 범천(梵天)에 태어나실 지언정 어찌 무슨 인연으로 이런 비천한 흰 개로 환생하시겠습니까.』
『쓰다이의 아들아, 너희 부친은 보시행을 하고 이것으로 증상만(增上慢)의 마음이 생겨서 비천한 개 종족으로 생을 받게 된 것이다.
바라문에게 증상만의 마음이 생기면 마침내 육처(六處)의 생을 받으리라. 닭과 개와 돼지와 코뿔소와 그리고 제五에 당나귀 제六에 지옥 마노여, 그대가 만약 내 말을 믿을 수 없거든 집으로 돌아가 흰 개에게 물어보도록 하라.
「그대가 만약 전세에서 내 부친이었다면 빨리 큰 마루 위로 올라와 눕도록 하라. 이렇게 말하면 그 흰 개는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전처럼 큰 마루 위에 돌아올 것이다.
또, 그대가 만약 전세에 나의 부친이었다면 빨리 금반 위의 음식을 먹으라.」
라고 하면 언하에 곧 흰 개는 전처럼 금반 속의 음식물을 먹으리라. 다음에는 또
「흰 개야, 그대가 만약 진실로 전세에 내 아버지였다면 나를 위해서 소장해둔 금은과 수정과 진보(珍 寶)의 소재를 알려 달라.」
라고 말하라. 흰 개는 반드시 그대가 이제까지 모르고 있던 보물의 소장된 곳을 일러주리라. 이것으로써 흰 개가 틀림없이 전세에 그대의 부친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으리라.』
그는 석존께서 이르신 대로 집으로 돌아가자 흰 개에게 일러주었다. 그러자 흰 개는 곧 대청마루로 다시 돌아오고 금반 속의 음식물을 먹었으며, 다시 마루 위에서 내려와 입과 발로 부친 쓰다이가 주거했던 마루의 네 다리 밑을 킁킁거리며 가르켜 주었다. 그는 당장 흰 개가 지시하는 마루 밑을 파헤쳐서 많은 보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크게 기뻤다.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며 정사의 석존을 향해 몇번이나 소리를 내어 찬양했다.
『부처님의 설법은 거짓이 없도다. 부처님의 설법은 진실하도다. 부처님의 설법은 보물이로다.』
그는 마음과 맘을 다해서 석존을 찬송했다.
그는 곧 집을 떠나 정사를 향했다.
석존께서는 그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설법을 하시는 중이었다. 멀리서 그가 찾아오는 것을 보시고 많은 승려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오우무마노가 오는 것이 보이는가?』
『네, 잘 보입니다.』
『저 마노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그는 반드시 곧 천상계에 태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나에게 선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처님 처소에 왔다. 석존께서는 마노를 향해 물으셨다.
『그래 흰 개가 어떠하던가? 내가 말 한대로 하던가?』
『네, 부처님 말씀대로 조금도 틀림이 없었습니다. 저는 또 여쭈어 볼 말씀이 있습니다. 용서하시겠습니까?』
하며 석존에게 다시 질문할 것을 간청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물어보도록 하라.』
그는 석존의 허락을 받자,
『부처님께서는, 어떠한 인연으로서 동일한 인간의 몸을 받았으면서도 고하(高下)와 묘불묘(妙不妙)의 차이가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를테면 수명이 짧은 자, 수명이 긴 자, 다병한 자, 건강한 자, 단정 한 자, 단정하지 못한 자, 높은 덕이 있는 자, 높은 덕을 갖추지 못한 자, 비천한 자, 존귀한 자, 재산 이 있는 자, 빈곤한 자, 나쁜 지혜가 있는 자, 선한 지혜가 있는 자 등 여러 가지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바라옵건대 교시 하옵소서』
하고 여쭈어 보았다.
석존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시여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지은 행업(行業)에 의해서 그 과보로 고하(高下), 묘불묘(妙不妙) 등 가지각색으로 상위가 있다는 것을 자세히 설법하셨다.
그는 이러한 부처님 설법을 듣고 깊이 깨달았다. 그리하여 청정한 신사(信士)가 되어 설법에 있는 그대로 기꺼이 부처님을 우러러 존경하여 모시고 지극히 섬겼다.

(中阿含經第四十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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