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감동시킨 도효자

호랑이를 감동시킨 도효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효선설화

• 주제 : 효선
• 국가 : 한국
• 시대 : 조선
• 지역 : 경상도
• 참고문헌 : 주해명심보감

경북 예천에 도효자(都孝子)는 이조 철종(哲宗)임금 때 사람으로 그 효성이 너무 지극하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집안이 가난하여 숯을 구워 팔고 나무를 해다 팔아서 근근히 홀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면서 살았다.
장날이 되면 나무를 지고 장에 가서 팔아 고기반찬을 사다가 어머니를 봉양하는데 한번은 나뭇짐을 부려 놓아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서 늦게까지 있다가 헐값으로 팔았다.
그래 아주 늦게서야 다음 장날까지 잡수실 고기를 사가지고 지게 꼭대기에 달아매고 부지런히 오면서 노래를 불렀다.
「걸음아 빨리 가자, 우리 어머니 배고프실라 지게 끝에 매인 팔자 어느 때나 배부르게 해 드리리―」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길을 걸어오는데 지게 끝에서 뭐가 획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깜짝 놀라 지게를 벗어보니, 지게 끝에 매어달고 오던 고기가 간곳이 없어졌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주저앉아 통곡하였다.
「에이, 무심한 짐승들아! 우리 어머니는 뭘 잡수시라고 하필이면 이 고기를 빼앗아 가느냐?」
한참동안 울고 앉았다가 어머니가 기다리실 것을 생각하고 부지런히 길을 갔다.
다른 때에 비하여 근 두 시간이나 늦어서야 비로소 집에 도착하니 역시 부인과 그의 어머니께서 매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찌하여 이리 늦었습니까?」
「무슨 변이나 생기지 않았나 걱정하였다.」
그러나 시무룩히 말 한마디 않고 있는 남편을 보고 부인이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예, 큰 변이 생겼소. 어머님께 드리려고 사오던 고기를 무엇이 훔쳐갔소.」
「아이, 그 고기는 벌써 와서 저녁에 드셨는데요.」
하고, 석쇠위에 남은 고기를 가리켰다.
어머니가 거들었다.
「오늘 고기는 유난히도 맛이 있었다. 짐승이 물어다준 고기라서 그렇겠지?」
도효자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부인이 말했다.
「어머님 공양시간이 되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어 당신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의 솔갱이가 무엇을 가슴에 안고 가다가 뚝 떨어뜨리지 않겠어요.
들여다보니 늘 당신이 사가지고 오던 그만큼의 양이더군요.
그래서 당신이 먼저 솔갱이한테 보낸 것으로 알고 재주도 용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더 할 말이 없었다.
「아! 새 짐승도 내 마음만은 이해하고 있었구나.」
생각하고 감사하였다.
그런데 그 후 얼마 있다가 어머님께서 병환이 나셨다.
오뉴월 염천에 드러누워 며칠을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데 공교롭게도 홍시를 잡수시고 싶다고 하였다. 「오뉴월 염천에 홍시감이라니―어디에 그런 것이 있을 것인가.」
이름난 장터에는 다 가보아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 날도 도효자는 구하다 구하다 못하여 혹 산에 있는 감나무에 홍시 꼭지라도 붙어있지 않을까 해서 산에 간다가 날이 저물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갑자기 큰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나 길을 막았다.
효자가 소리쳤다.
「이 어리석은 짐승아, 우리 어머니는 지금 감을 구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시고 있는데 이것을 구하지 못하였으니 집에 가서 이 말씀이나 알려 드리고 나면 나타날 일이지 만일 어머님께서 기다리시다가 병환이 더하시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러자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앞으로 다가오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체하였다.
이상히 생각하여 우두커니 서있었더니 마침내 그의 옆으로 와서 등에 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효자가 망설이다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니 비행기처럼 날으듯 달려갔다.
새벽 두시쯤 되어서야 어느 집 문 앞에 내려놓았다.
호롱불이 반짝반짝하여서 주인양반을 찾으니 상복을 입은 상제가 나왔다.
「죄송합니다. 날이 저물어서 하룻저녁 신세를 질까하여 왔습니다.」
「예 잘 오셨습니다. 오늘 마침 아버님 기일입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하고 막 제사지낸 음식을 한상 차려내 놓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오뉴월 성하(盛夏)인데도 그의 상에는 아직 싱싱한 홍시가 두어개 놓여 있지 않은가.
효자는 왈칵 눈물이 났다.
「상제님, 음식을 주신 것은 고마우시나 어머님 생각이 나서 혼자 먹을 수 없습니다.」
하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거참 그곳에도 우리 처지와 같은 분이있군요. 우리 아버님께서 제일 좋아 하시는 것이 감(홍시)이랍니다. 그래서 집 주위에 감나무를 심어서 늘 그 감을 드렸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드릴 수가 없어 토굴속에 깊이깊이 간직해 놓았다가 제삿날이 되면 놓아드린답니다. 두어궤짝 놓아두면 3분의 1은 쓸 수 있게 되거든요. 여기 더 있으니 안심 하시고 잡수십시오. 어머님 드릴 것은 따로 싸서 드리겠습니다.」
도효자가 안심하고 음식을 먹고 나자 감을 끈보따리 싸 주었다.
아직도 날은 밝지 않았다.
밖에 나가보니 동천에 밝은 별이 동해바다에 쏟아질듯 박혀 있었다.
「여기가 어디요, 고을이나 알고 갑시다.」
「강릉 경포대 입니다.」
「경북 예천에서 강릉까지는 천여리가 다되는 곳인데 어떻게 이렇게 왔담. 또 거까지 가는 날이면 감이 모두 물러 풀어져버리겠지.」
하고 걱정하자 조금 전에 타고 왔던 호랑이가 그 앞에 다가서며 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그리하여 도효자는 삽시간에 집에 이르러 어머니를 구하고 또 감씨를 울타리가에 심어 백이십세가 되도록 어머니를 봉양하니 천하제일의 효자로 명망이 높아져 임금님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註解 明心寶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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