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스님을 제도한 희운스님

어머니와 스님을 제도한 희운스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효선설화

• 주제 : 효선
• 국가 : 중국
• 시대 : 당나라
• 참고문헌 : 중국고승전

희운선사는 중국 당나라 때 복주 민현 사람이다.
어려서 홍주 한벽산 고령선사(古靈禪師)에게 출가하여 봉불시봉 하다가 스님의 권유로 강서 마조(馬祖)스님을 찾아갔으나 돌아가신 지 이미 3일이 되었다.
희운이 한탄하여 가로되,
「제자가 천리 밖에서 스승을 찾아 왔으나 불행하게도 조사스님께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제자의 박복이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니 백장(百丈-馬祖의 제자)선사가 옆에 있다가.
「우리 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셨으나 또 다른 도우가 있어 법이 아직 동토에 남아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니 곧 깨닫고 그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3년 동안이나 봉불시봉했다.
하루는 백장스님이 병을 핑계하고 누우시며,
「몸에 열이 몹시 나서 목이 말라 살 수가 없구나. 깊은 못의 물을 마시고 싶은데 어찌 하면 좋겠는가?」
하고 걱정하였다. 희운이
「제가 뜨러 가겠습니다.」
「길이 멀고 또 날씨가 추워서 가지 못한다.」
「아무리 길이 얼고 날씨가 추워도 제자가 가서 물을 길어 오겠습니다.」
하고 길을 떠났다. 과연 날은 말할 수 없이 차고 바람은 물결쳤다.
그런데 물을 떠가지고 돌아 올 때는 갑자기 날씨가 개이고 햇빛이 따뜻하게 비쳤다.
희운선사는

「광풍이 오는 비를 맞고가니
별이 밝고 달이 뜨네
몸에 고통이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스님 병이 낫지 않을까 걱정이네.」

하고 글을 지으며 돌아오는데, 백장스님은 희운선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시험해 보기 위해 늙은 호랑이로 변하여 그가 오는 길을 막았다.
희운이 노호에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잡혀 먹힐 전업이 있다면 우리 스님의 병을 고치고 나서 내가 이 자리에 다시 와서 너에게 몸을 줄터이니 기다려 주면 좋겠다.」
하니 노호가 물러섰다.
희운선사는 절로 돌아와 백장스님께 물을 드리고,
「제자가 스님의 큰 은혜를 갚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합니다.」
하고 노호와 약속한 장소에 나갔다.
그러나 그 호랑이가 지금까지 있을 리 없었다. 희운은 다시 돌아와,
「가본즉 노호가 간 곳이 없었습니다.」
하고 다시 시봉코자 하자,
「희운은 과연 진실한 사람이다.」
하고 법을 전해 주었다.
희운은 법을 받고 곧 황벽산으로 돌아와 옛 고령스님을 뵈오니
「강서 마조의 법이 어떠하던가?」
물었다.
희운은,
「제자가 박복하여 강서에 가니 이미 대사께서 열반에 들어 법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니 고령도 그렇게만 알고 다시 말이 없었다.
하루는 고령스님이 목욕을 하시면서 등을 밀라 하였다.
희운이 등을 밀다가, 등을 치며 하는 말이,
「법당은 좋으나 부처가 없습니다.」
「나는 비록 영험은 없으나 회광반조(廻光返照)는 할 줄 아네.」
하였다.
또 하루는 고령스님이 선방에서 경을 보는데 한 마리의 벌이 들어왔다 나가지 못하고 온 방안을 방황했다.
희운이

「창문을 날아든 벌
창틀을 더듬어도
종이를 분별하지 못하니
어느 때에 빠져 가리―」

하는 시를 읊었다.
그러나 고령스님은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문창 사이를 뚫는즉 곧 벌이 날아갔다. 희운이 다시,

「천안통을 열고 보니
벌은 날아 요지로 간다.
가는 소리 불법을 말하고
밝은 달이 횃불을 비추더라.」

하니 그때사,
「네가 법을 얻어 왔구나.」
하고 일어나 절하니 옛 스승이 곧 제자가 되었다.

희운선사는 다시 대중을 모아놓고

「영의 광명이 홀로 빛나고
가을 티끌 날고 있네
몸이 당당히 들어가니
문자에 구애되지 않는다.
마음에 생각이 없으니
각자가 뚜렷이 밝다
모든 망연 여의면
곧 진짜 불과 같다.」
하였다.

이렇게 첫 스님과 문도들을 제도하고 출가 20년 만에 비로소 고향을 찾아갔다.
어머니는 20년동안 아들의 소식을 몰라 몹시 걱정하다가 눈이 멀었는데 혹시나 아들소식이나 들을 수 있을까 하여 거리에 초제사(招提寺-객승이 유하는 곳)를 짓고 내왕하는 스님들께 아들 소식을 물었다.
희운은 가만히 이 초제사에 들어가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할머니, 안녕하십니까? 아드님이 출가하셨다더니 소식이나 들으십니까?」
물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보지 못했습니다. 발이나 씻어 드릴테니 이리 내 놓으십시오.」
하였다.
원래 희운은 발가락이 하나 없었다.
그 사이 눈은 어두워져 보지 못하나 혹 발을 씻다가 아들 같은 사람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해서 지나가는 스님들을 낱낱이 발을 씻겨 드렸다.
그런데 스님은 이를 이미 눈치 채고 한 발은 씻으면서도 한 발은 내 놓지 않았다.
「그 발도 이리 내 놓으세요!」
「상처가 나서 씻을 수 없습니다.」
「거 참 안됐습니다.」
하니 희운은 한참 동안이나 어머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할머니, 염불 많이 하십시오.」
하고 길을 떠났다.

희운이 막 길을 떠난 뒤로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오랫만에 아들을 만나 보시니 얼마나 반갑습니까?」
「언제 아들이 왔다 갔나요?」
「방금 떠난 사람이 희운이입니다.」
「응? 그래요?」
하며 할머니는 몸부림치다시피 벼락처럼 문을 열고 나가며,
「희운아, 희운아―」
하고 불렀다. 그러나 회운은 이미 강을 건너가 있었다.
어머니는 미친 듯이 아들을 부르며 강도 물도 다 잊어버리고 뛰어 가다가 그만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희운선사는 어머니의 시체를 건져 강가에서 화장하며,

「나는 것도 본래는 남이 없고
멸하는 것도 본래는 멸함이 없다
생멸이 본래 비었으나
실상은 항상 머문다.」

하니 무지개처럼 빛발이 오색광명을 수 놓고 하늘 위로 뻗어 올라가는데 그의 어머니가 그 가운데 나타나 하늘로 올라가면서
「고맙구나. 희운아, 너의 법력으로 극락세계로 간다.」
하였다.
그래서 뒤에 사람들이 그 개천을 복천(福川)이라 불렀다.

<中國高僧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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