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보고 온 사나이

지옥을 보고 온 사나이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기이설화

• 주제 : 기이
• 국가 : 인도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동쪽의 변방 나라 어느 마을에 한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다. 재산은 남아 돌아갈 만큼 많았으나, 정작 요긴한 아들이 없었다.
만일에 후사가 없으면 부부가 죽은 뒤에 재산은 관청에 몰수되어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장자는 이 일을 몹시 걱정하여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때, 친척 한 사람이 찾아와서 신에게 빌면 혹시 아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격려해 주었으므로 장자는 대자재천(大自在天), 사대해신(四大海神), 비사문천(毘沙門天), 제석천, 범천, 내지는 동산 수풀의 신, 광야의 신, 네 거리의 신 등등 오만 가지 신들에게 아들을 점지하십사 하고 빌었다.
그 보람이 있었는지 얼마 후에 장자의 아내는 임신을 하였다.
『뱃속의 아이는 오른쪽에 치우쳐 들어 있으니 틀림없이 사내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자는 아내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오른 손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유쾌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바라던 정성이 통하여 신은 나에게 아들을 점지해 주셨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이 아이가 나를 거들어 줄 것이요, 내가 죽은 뒤에는 나의 재산을 지켜 주고, 나의 명복을 빌어 준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임신 중에는 아내를 제일 좋은 방에서 자게하고 추울 때에는 불을 전하고, 더울 때에는 서늘함을 불러들이고, 세끼 식사는 자기 손으로 나르고, 화장 삼매의 날을 보내게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놀게 하였다. 이윽고 달이 차서 구슬 같은 옥동자를 낳았다.
낳았을 때,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별을 관찰하여, 태어나는 아이의 운명을 한참 점치고 있었다. 이 태어난 아이는 이상하게도 귀에 보석 귀걸이를 하고 나왔다. 장자는 보석을 감정하는 사람을 불러다가 그 귀걸이를 보였다.
『이 귀걸이는 얼마쯤의 값어치가 있을까?』
그랬더니, 그 사나이는 대답하여 말하였다.
『얼마쯤의 값어치일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값있는 보석은 모두 천만금의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서 삼칠일이 지나니,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짓기 위하여 친척들이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문성(聞星) 중에 태어난 것과 천만금의 귀걸이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데서 그 아이에게 문구지(聞俱)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아이가 난 것과 같은 날에 장자의 두 사람의 하녀가 각각 사내아이를 낳았다. 한 하녀의 아들을 라사쿠카로 이름 짓고 다른 하녀의 아들은 바라쿠카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덟 사람의 유모가 시중을 들고, 제호(醍 )의 단 음식으로 키워져 문구지(聞俱 )는 무럭무럭 자랐다. 이윽고 글자, 산수 등의 학문을 배우고, 겨울, 여름, 봄, 가을 네 계절에 맞는 동산이 만들어지고, 문구지는 시녀와 함께 누각 위에서 늘 즐거이 놀았다.
그러나 장자는 결코 놀 수가 없었다. 그는 몸소 하인, 하녀들과 함께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때, 문구지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어째서 아버지는 밭에 나가 일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내가 너와 함께 놀고만 있다가는 곧 우리 재산이 다 없어지고 말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자기도 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나도 일하고 싶어요. 원컨대 재산의 일부를 나에게 나누어 주세요. 나는 그것을 밑천으로 하여 바다로 나가 보물을 얻어 오려 합니다.』
『보물이 필요하거든 우리 광에 얼마든지 있다. 하필 바다에까지 갈 필요가 무엇이냐.』
아버지는 그의 청을 세 번 물리쳤으나 아들은 네 번 청하였다.
아버지도 마침내는 아들의 청을 받아들여 바사쿠카 마을 사람들에게 광고하였다.
『나의 아들 문구지가 이번에 보물을 구하러 바다로 갑니다. 만일, 이 마을 사람 중에서 그와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은 신청하시오. 왕복 비용은 모두 우리가 될 터이니….』
그랬더니, 순식간에 五백명의 상인이 이에 응하였다.
장자는 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고, 그들에게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을 신신 당부하였다.
『문구지는 아직 미숙한 아이입니다. 모쪼록 아들처럼 생각하시고 잘 좀 돌보아 주시오.』
상인들은 삼가 승낙하였다.
장자는 또 자기 아들을 향하여 그들 앞에서 간곡히 주의시켰다.
『너는 내 말처럼 생각하고 이 분들의 말에 따르도록 해라. 또 너는 결코 여러 사람의 맨 앞에 서서 걸어가면 안 된다.
맨 뒤에 떨어져도 안 돼, 왜냐하면, 만일 강도의 습격을 당하여 물주인 네가 쓰러지게 되는 날에는 다른 상인들도 전부 함께 망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의 집에서 문구지와 동시에 태어난 두 사나이를 불러 명하였다.
『너희들 두 사람은 문구지를 따라가거라. 그리고 결코 그의 신변을 떠나서는 안 된다.』
장자는 바닷가에 가기까지의 탈것으로 당나귀를 내어 주었다. 코끼리나 말은 먹이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출발 준비가 완전히 갖추어지자 문구지는 어머니를 찾아가 하직 인사를 하였다. 어머니는 작별의 슬픔에 울면서 아들의 출발을 말리어 마지아니하였다. 그러나 암만해도 말릴 수가 없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지금 이별하면, 언제 너를 만날 수 있겠느냐?』
그랬더니 그는 약간 목소리를 거칠게 하면서 대답하였다.
『지옥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거 무슨 그런 상스런 말을 하느냐?』
어머니는 그를 나무라서 그 잘못을 사과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소년 문구지를 물주로 한 상인 五백명의 일행은 바다를 향하여 바사쿠카 마을을 떠났다. 많은 마을과 거리를 거쳐 드디어 바닷가에 나왔다.
거기서 五백금을 주고 배 한 척과 다섯 사람의 뱃사람을 고용하였다. 그들은 바닷길에 탈없이 보물섬에 이르러, 많은 보물을 얻어서 배에 싣고 무사히 돌아왔다.
여기에서 다시 행장을 수습하여 가지고 후상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 대상(隊商)이 어느 사막에 닿았을 때, 장자의 아들은 두 하인의 아들을 데리고 왕복 비용을 계산하려고 다른 상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머물렀다.
이윽고 계산이 끝나자 그는 라사쿠카에게 상인들이 무엇을 하는가 보고 오라고 하였다. 라사쿠카가 주인의 명령을 듣고 가보니 밤은 아직 깊고 그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그러자, 라사쿠카도 그 속에 끼어 들어 함께 잠이 들어 버렸다.
심부름꾼이 함흥차사이므로 장자의 아들은 다시 바라쿠카를 상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러 보내었다. 그가 가서 보니 날은 이미 새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짐을 말에다 다 싣고 막 떠나려는 참이었다. 라사쿠카는 바라쿠카에게 주인에게 이것을 알리고 오라 하였다. 바라쿠카는 라사쿠카에게 가서 알리고 오라고 한다.
그렇게 서로 밀다가 결국 두 사람 다 주인한테 알리지 않고 상인들과 함께 떠나버렸다. 장자의 아들은 심부름을 보낸 두 사람이 돌아오지를 않고, 날은 벌써 밝았으므로 그는 당황하여 동쪽으로 서쪽으로 상인들을 혼자서 찾았으나, 그들은 벌써 떠난 뒤였다.
한편 상인들도 출발하고 나서 물주인 장자의 아들이 없음을 깨달았다. 앞서 간 사람은 뒤에 따라 오려니 하고, 뒤에 가는 사람은 앞에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찾아보았으나 아무 데도 없으므로 『물주를 내어버리고 간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잠깐 머물러서 찾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누군가가 말하였지마는 대다수는 이에 찬성하지 아니하였다.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우리들의 목숨이 위험해. 또 찾아보았댔자 찾을 수도 없어. 그것보다도 돌아가서 장자가 물었을 때에 변명할 말이나 생각해 두세.』
『그렇군, 그것이 참 좋은 말이야, 이렇게 하면 어떨까. 먼저 도착한 사람들에게 물으면 뒤에 온다 하고, 뒤에 온 사람은 먼저 갔다고 대답하기로 하자. 그렇게 하면, 우리들의 입으로 직접 물주가 도중에서 없어졌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이리하여, 일행은 마을에서 마을로, 거리에서 거리로 여행을 계속하여 다시 바사쿠카 마을로 돌아왔다. 장자는 바다에 나갔던 일행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동네 밖까지 마중을 나갔다.
그는 맨 앞에 선 사람에게 물었다.
『잘 돌아왔나. 우리 문구지는 어디 있는가?』
『안녕하셨습니까? 물주께서는 뒤에 오십니다.』
그러나 아들의 모습은 그 행렬 가운데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맨 마지막 사람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은 어디 있소?』
『물주께서는 앞서 갔을 것입니다.』
(아들은 죽은 것이 분명하구나. 혹은 도중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저들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 친척들을 모아 놓고 이 이야기를 하였다. 장자와 그 아내의 슬퍼하는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도 측은하였다.
두 사람은 너무 울어서 두 눈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 장자는 아들의 옷가지며 신발에서부터 책, 문구 등 일체의 소지품을 모조리 마을의 신당에 바치어 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일행에서 떨어져 혼자 사막에 남겨진 장자의 아들은 당나귀를 타고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바람으로 모래 위의 발자국이 자취도 없이 지워져,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길을 잃은 당나귀의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였다. 그는 당나귀에게 채찍질을 하여 몰아댔다. 당나귀는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당나귀를 버리고 걸어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그는 얼마인가를 걸었으나, 이윽고 목이 말라 쓰러져 버렸다.
그랬더니 난데없이 그의 앞에 커다란 철의 성(鐵城)이 나타났다.
그가 그 성문에 가까이 가니 거기에는 키가 몹시 크고, 배가 크고 온 몸에 털이 난, 검붉은 무시무시한 인상을 한 사나이가 쇠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그는 사나이에게 물었다.
『이 안에 물이 있겠습니까?』
그 무시무시한 사나이는 잠자코 아무 말도 없다.
장자의 아들은 목은 목이 말라 견딜 수가 없어 성문을 들어와 동쪽으로 가 보고 서쪽으로 헤매며 물을 찾았다. 그러나 한 방울의 물도 발견하지를 못 하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물, 물』하고 외쳤다. 이 소리에 응하여 五백의 아귀(餓鬼)가 바람처럼 나타나 그를 빙 둘러쌓았다.
불에 탄 말뚝인 양, 긴 머리카락으로 온 몸을 덮고, 바늘 같은 목과 언덕 같은 배를 하고, 관절들에서 활활 불을 내뿜으면서,
『물을 좀 주시오. 제발 물을 좀 주십시오.』
하고 그에게 다가들었다.
『나도 목이 말라서 물을 찾아 이 성에 들어온 것입니다.』
하고 장자의 아들은 그들을 막으면서 말하였다.
그랬더니 그들은,
『여기는 아귀의 성입니다. 물이 어디 있겠소. 우리들은 십 이년 동안 물의 이름조차 못 들었습니다.』
『당신네들은 대체 무슨 죄를 짓고 아귀도에 떨어졌소.』
이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게를 불렀다.
『우리는 성을 내고, 욕지거리를 하였소. 우리는 재물을 아끼었소, 우리는 보시를 안 하였소. 이리하여 아귀도에 떨어졌소.』
장자의 아들은 갑자기 더러운 속세가 싫어져, 버리고 싶은 생각이 나서 황급히 그 성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그는 문에 서 있는 무시무시한 사나이를 돌아보고 말하였다.
『여기는 아귀의 성이구려. 나는 이제 실례합니다.』
『이 속에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는 것은 너에게 덕과 복이 있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 가거라.』
장자의 아들은 사나이의 이런 말을 듣고 철의 성을 나왔다. 더 나아가니 이윽고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가는데, 그의 앞에 훌륭한 궁전이 나타나, 그 안에 신선의 모습을 한 한 사나이와 선녀의 모양을 한 네 사람의 미인이 희롱하며 놀고 있었다. 그들은 지칠 대로 지친 장자의 아들을 보고 친절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병입니까, 배가 고픈가요, 목이 마른가요.』
『나는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지금 죽을 지경입니다.』
그들은 간곡히 장자의 아들에게 목욕을 권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그 궁전에 머물게 하였다. 이윽고 밤이 지나고 햇빛이 비치니 지금까지 구슬을 아로새긴 호화로운 궁전은 갑자기 변하여 비좁은 오막살이가 되고, 지금까지 눈이 부시도록 예쁘던 네 사람의 선녀는 갑자기 변하여 네 마리의 검은 개가 되어 신선같이 생긴 그 사나이를 붙잡아 그 얼굴을 가리고, 손을 잡고 발을 잡고 우격다짐으로 벌겋게 단 철상 위에 자빠뜨렸다.
처참한 불길과 무시무시한 불꽃을 튀기면서 그의 등살은 지글지글 타 버렸다. 장자의 아들은 이렇게 하루 동안 초열지옥(焦熱地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해질 무렵이 되니 오막살이는 또다시 전의 궁전으로 변하고 네 마리의 개는 전의 선녀로 되고, 벌겋게 단 철상도 없어지고 환락의 세계가 벌어진다.
너무도 신기하여 장자의 아들은 그 신선 같은 사나이에게 물어 보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곳에 태어났습니까?』
그랬더니 그 사나이 하는 말이,
『사바 사람은 의심이 많아서 내가 이야기해도 믿지를 않을 것이오.』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이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믿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습니까?』
이에 그 사나이는 다음과 같은 게를 불렀다.
『낮이면 생물의 목숨을 빼앗고 밤이면 계를 지니고 도를 닦았다. 그런 인연으로 여기에 태어나 이러한 과보를 받고 있노라.』
장자의 아들은 다시 이 계의 뜻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청하였다. 이에 그는 입을 열어 말하였다.
『내가 옛날 사바에 살고 있을 무렵에는 바사쿠카 마을에 살며 도살업을 하고 있으면서 짐승의 목숨을 빼앗고 그 고기를 팔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때, 한 성자가 찾아와서 도살업의 죄 많음을 설명해 주셨습니다마는 생활을 위해서는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나마 낮에는 이 업을 계속했으나, 비록 밤만이라도 깨끗하게 살아가라는 성자의 말씀에 따라 계를 지니었으므로, 죽은 뒤 여기에 바꾸어 태어나 밤에는 하늘 나라의 쾌락을 맛보고, 낮에는 지옥의 고생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원컨대, 마을에 돌아가시거든 우리 아이들에게 아비의 꼴을 일러주어 결코 도살업을 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이에 장자의 아들은,
『그러나, 당신은 아까 나에게 사바의 사람들은 믿지를 않는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그 일을 당신 아들들에게 말한다 해도 믿지를 않을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그러면 내 아들들에게 이렇게 전해 주십시오. 도살장 땅 밑에 항아리가 하나 묻혀 있는데 그 속에 가득히 돈이 들어 있으니 그것을 파내어서 마음대로 쓰라고, 또 가끔 성자를 공양하며 내 명복을 빌어 달라고 말했다고 전해 주십시오.』
장자의 아들은 이 뜻을 승낙하고 그와 헤어져 다시 몇 백리 쯤 갔더니 역시 전과 같은 훌륭한 궁전이 그 앞에 나타났다.
가까이 가보니, 거기에 한 신선 같은 휼륭한 사나이와, 많은 선녀와 같은 아름다운 여자가 희롱하며 놀고 있었다.
그들은 장자의 아들이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것을 보고 친절하게 물었다.
『어찌된 일입니까? 병이 들었나요, 그렇지 않으면 배가 고픈가요, 목이 마른가요.』
『나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죽을 지경입니다.』
하고 장자의 아들이 말하니, 그들은 친절하게 목욕을 권하고, 음식을 주고, 침상 위에 그를 편안히 눕히었다.
그런데, 이윽고 해가 지려 하니 지금까지의 궁전은 갑자기 오막살이로 변해 버리고, 선녀는 구렁이가 되어 그 사나이의 몸을 칭칭 감더니 골을 파먹기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밤새도록 그 사나이는 구렁이에게 시달리고 있었는데, 날이 새어 아침해가 솟아오르니, 다시 오막살이는 궁전이 되고 구렁이는 선녀가 되어 사이좋게 놀고 있다. 장자의 아들은 하도 이상하여 물어 보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곳에 바꾸어 태어났습니까?』
『사바 사람들은 의심이 많아서 말씀드려도 아마 믿지 않을 것이오.』
『그것은 그럴 지도 모르지마는, 나는 내 눈으로 어젯밤부터 이 이상한 광경을 보고 있소. 어떻게 안 믿을 수가 있겠소.』
그랬더니 그 사나이는 한 계를 불렀다.
『밤이면 음탕한 짓을 하고, 낮이면 계를 지녀온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 과보를 받노라.』
장자의 아들이 이 계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니 그는 다음과 같은 참회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그 옛날, 바사쿠카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남의 유부녀를 꾀어서 그와 사통을 계속하고 있었소. 어느 때, 한 성자를 만나 그 설법을 듣고 깊이 자기의 죄를 뉘우쳤으나, 암만해도 그 유부녀와의 관계를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일을 성자에게 여쭈었더니, 그러면 비록 낮만이라도 계를 지니고 도를 닦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므로 그 말대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바꾸어 태어나 낮에는 하늘 나라의 쾌락을 얻고 있으나, 밤이 되면 지옥의 고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서,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청이 있습니다. 당신이 바사쿠카 마을에 돌아가시거든 마을에 남아 있는 내 의아들에게 나의 지금의 이 꼴을 전해 주시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살아 있을 때에 음탕한 짓을 한 과보라고 말해 주시오.』
『그러나, 사바 사람은 의심이 많으니 어찌 이 일을 믿겠소.』
『만일에 믿지 않거든 내가 살아 있은 동안에 제삿불을 피우는 화로 밑에 돈이 들어 있는 두 개의 항아리를 묻어 두었으니, 그것을 캐어 내서 마음대로 쓰고, 가끔 성자를 공양하며 나의 명복을 빌도록 전해 주십시오.』
장자의 아들은 이것을 승낙하고, 또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 가노라니 앞에 훌륭한 동산이 나타났다. 가까이 가보니 그 동산 안에 훌륭한 평상 한 개가 놓여 있는데, 그 위에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 평상의 네 다리 밑에 한 사람씩의 아귀가 묶여 있다. 장자의 아들이 가까이 가는 것을 보고 이 부인은 상냥하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배가 고프지는 않습니까, 목이 마르지는 않습니까.』
『지금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죽을 지경입니다.』
『그것은 가엾은 일이군요. 지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드리지요. 그러나 절대로 이 네 아귀에게는 한 방울도, 한 알이라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알았습니다.』
장자의 아들에게 음식을 주고는 그녀는 옆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니까, 네 아귀는 입을 모아 장자의 아들에게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을 하였다.
너무도 가엾어서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약간의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첫째 아귀가 그것을 먹으려 하니, 그 음식은 활활 타오르는 쇠 공으로 변해 버렸다.
둘째 아귀가 받은 먹이는 보리겨가 되어 버리고
셋째 아귀가 받은 먹이는 더러운 피와 고름으로 변하고,
넷째 아귀는 먹이를 받았으나 그것을 놓아두고 자기의 살을 먹기 시작하였다.
첫째 아귀는 벌겋게 단 쇠공을 먹었기 때문에 몸이 타기 시작하여 고약한 냄새가 근처에 풍겼다. 이것을 알고 부인은 방에서 나와 큰 소리로 장자의 아들을 꾸짖었다.
『그렇게도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약속을 했는데 어째서 그것을 주었소.』
『너무도 그들이 달라고 하기에 나는 자비심이 생겨 안 줄 수가 없었습니다.』
『주는 당신보다 안 주는 내가 자비심이 많은 것입니다. 첫째 아귀는 나의 남편이었습니다. 둘째 아귀는 내 아들입니다. 셋째 아귀는 내 하인입니다. 넷째 아귀는 내 며느리입니다.』
『어째서 이렇게 아귀도에 떨어졌을까요?』
『사바 사람들은 의심이 많아서 말씀드려도 믿지를 않을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나는 현재 내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랬더니, 그 부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옛날, 바사쿠카 마을에 사는 어느 바라문 학도의 아내였습니다. 어느 제삿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성자가 동냥을 왔으므로 나는 크게 기뻐서 한끼 밥을 공양하였습니다.
남편에게도 공덕을 쌓게 하기 위하여 이 일을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크게 성을 내며, 아직 바라문 아내도 공양하기 전에 어째서 그런 거지 중에게 주느냐.
시뻘건 쇠공이나 먹여라 하고 매정하게 거절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아들에게 공양을 권했더니 보리겨라도 주시오 하고 역시 거절하였습니다.
또 어느 때, 나는 집 하인을 시켜 친척들에게 음식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는 도중에서 먹음직한 것을 다 먹어 버렸어요. 뒤에 알고 조사해 보았더니 그는 끝까지 그 일을 부인하면서, 「만일 내가 중간에서 먹었다면 나는 내 피와 고름을 먹겠습니다.」하고 버티었습니다.
또 어느 때인가, 친척집에서 음식을 가져왔는데, 며느리가 훔쳐 먹어 버렸습니다. 내가 그것을 꾸짖었더니, 「절대로 안 먹었어요. 만일 먹었다면 나는 내 살을 먹겠어요.」하고 버티었다.
그 남편과 아들과 하인과 며느리는 모두 이 아귀입니다. 나는 성자께 밥 한끼를 공양한 공덕에 의하여 이런 과보를 받고 있습니다마는, 나의 남편과 아들과 하인과 며느리는 물건을 아끼거나 음식을 훔쳐먹거나 한 죄로 이런 고생을 겪고 있습니다.」
그녀는 더 말을 이어,
『당신이 바사쿠카 마을에 돌아가시거든 살아남아 창녀 노릇을 하고 있는 내 외딸에게 우리들의 일을 이야기하여 결코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십시오.』
『그러나, 사바 사람은 의심이 많아 이야기하여도 믿지를 않을 것입니다.』
『만일에 믿지를 않을 것 같으면, 「내가 평소에 누워 있던 침상 밑에 네 개의 돈이 들어 있는 항아리와 한 개의 금지팡이와 금바리가 있으니 파내어서 마음대로 써라.」하고 말하더라고 일어 주시오. 또 그것으로 가끔 성자를 공양하고 나의 명복을 빌라고 일러주십시오.』
그는 이 뜻을 승낙하고 별실에 들어가 잤다. 그랬더니 밤중에 귀신들이 나타나 장자의 아들을 메어다가 바사쿠카 마을의 신당 안에 눕혔다.
그 이튿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기 둘레에는 자기가 집에 있을 때에 쓰던 많은 세간들이 놓여 있으며, 더욱이 그 위에 하나하나 다음과 같은 뜻의 말이 적혀 있었다.
『제발 내 아들이 빨리 돌아오도록. 만일 목숨이 없는 것이라면 바꾸어 태어난 곳에 이 물건이 가 닿도록……』
그는 이 글자를 읽고 생각하였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내가 죽은 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이대로 성자에게로 가서 출가하여 깨끗한 생애를 보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그 신당을 나와 성자에게로 갔다. 성자는 장자의 아들이 온 것을 보고 말하였다.
『잘 찾아왔다. 너는 이 인생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느냐?』
『예, 잘 알았습니다. 어서 나를 출가시켜 주십시오. 언제나 성자를 모시고, 음란한 생각을 끊고, 노여움을 거두고, 도를 닦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성자는,
『너는 전하라는 말을 부탁 받았을 것이다. 우선 그 일을 끝마치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장자의 아들은 곧 마을로 가서 맨 먼저 백정의 아들을 찾아가 말하였다.
『나는 죽은 너의 아버지의 전하라는 청을 받고 왔다. 「제발 생물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나쁜 업무이니 그만두어 달라.」고 하는 너의 아버지의 전하는 말이다.』
『우리 아버지는 십 이년 전에 죽었다. 그것이 죽은 곳에서 전하는 말을 부탁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너는 남에게서 들었느냐, 아니면 우리 아버지를 실지로 만났단 말이냐?』
『나는 저승에서 너의 아버지를 만나고 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을 것입니다.」하고 내가 말했더니, 「그러면 믿게끔 이렇게 말해 주시오.」하고 또 이야기했어, 그것은 「도살장 땅 밑에 돈이 가득 들어 있는 항아리가 하나 묻혀 있으니, 그것을 파내어 마음대로 써라. 다만, 가끔 성자에게 공양하며 내 명복을 빌어 달라.」하고.』
그래서 땅을 파 보았더니 과연 항아리가 나타났으며, 그 안에 숱한 돈이 들어 있었다.
장자 아들은 음으로 음탕한 짓을 한 사람의 아들을 찾아가 말하였다.
『나는 죽은 너의 아버지로부터 전하는 말을 부탁 받고 왔다. 「아버지는 음탕한 짓을 한 과보로 말미암아 날마다 대단한 고통을 받고 있다. 결코 아버지와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라고 전해주시오.」하고 부탁을 받은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십 이년 전에 죽었어. 그 죽은 아버지가 저승에서 말을 전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그것은 남에게서 들었습니까? 실제로 아버지를 만난 것입니까?』
『나는 저승에서 너의 아버지를 만나고 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해도 믿지를 않을 것입니다.」하고 내가 말했더니, 「그러면, 믿을 수 있게끔 이렇게 말해 주시오.」하고 또 전하는 말을 했어, 「제삿불 화로 밑에 돈이 가득 들어있는 두 개의 항아리가 묻혀 있다. 그것을 파내어 마음대로 써라. 다만, 가끔 성자께 공양하며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 달라.」하고.』
그래서 파 보았더니 과연 두 개의 항아리가 나왔는데, 돈이 가득히 들어 있었다.
장자의 아들은 맨 나중으로 창녀에게로 가서,
『나는 저승에서 너의 부모와 오빠와 올케와 하인을 만나고 왔다. 어머니는 성자에게 밥 한끼를 공양한 공덕으로 하늘의 과보를 받고, 아버지와 오빠는 성자에게 물건을 아끼었기 때문에, 올케와 하인은 음식을 훔쳐먹었기 때문에 아귀도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너에게 전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어, 「절대로 아버지와 오빠와 올케와 하인이 한 것과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그이들은 이미 십 이년 전에 죽었습니다. 어떻게 그이들을 만난단 말입니까. 대체 당신은 어디서 왔어요.』
『나는 저승에서 왔다. 내가, 「당신 딸에게 이야기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하였더니, 「그렇다면 믿게끔 합시다.」하고, 당신의 어머니는 하나 더 전하는 말을 하였다.
「어머니가 평소에 누워 있던 침상 밑에 돈이 들어 있는 항아리 네 개와 금지팡이 하나, 금바리 한 개가 묻혀 있다. 그것을 파내어 마음대로 써라. 다만, 가끔 성자에게 공양하며 아버지들의 명복을 빌어 달라.」하고.』
그녀는 장자의 아들의 말대로 파 보았더니 과연 돈 항아리와 금지팡이와 금바리가 나왔다. 장자의 아들은 이것을 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누구나 돈은 믿지만 내 말은 믿지 않는 모양이다.』웃었기 때문에 금니가 드러났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이것은 장자의 아들이라고 생각이 났다.
『당신은 장자님의 아드님이 아니십니까.』
『누구나 다 그렇게 말들 합니다.』
그녀는 장자의 집으로 달려가서 이것을 알렸다.
그러나 장자는 믿지 않았다. 이에 장자의 아들은 스스로 집에 가서 기침을 했더니, 그 소리를 듣고 비로소 자기 아들임을 알고 아들을 끌어안고, 『눈을 잃어서 네 얼굴을 볼 수가 없구나.』하고 울며 슬퍼하였다.
그러나 너무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눈을 가렸던 막이 벗겨지며 아들의 얼굴을 볼 수가 있게 되었다.
장자의 아들은 부모에게,
『제가 출가하기를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부모는,
『우리들은 네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울어서 눈이 멀어졌을 정도다. 어떻게 너를 출가시킬 수가 있겠느냐. 제발 우리들이 살아 있는 동안만은 집에 있어 다오. 우리들이 죽은 뒤에 출가해 다오. 제발 소원이다.』
하고, 자꾸 청하므로 그는 그대로 집에 머물러, 열심히 불경을 배워 성도(聖道)의 제일보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또한 부모에게도 사성체(四聖諦)의 가르침을 설명하여 그 미혹을 풀어 주었다.
부모가 죽은 뒤에 그는 보시를 행하고, 그 명복을 빌고, 성자에게로 가서 출가하였다.
어느 때, 그는 스승인 성자에게 말하였다.
『저는 아직 세존을 뵙지 못했습니다. 그 법신(法身)은 늘 뵙고 있으나, 아직 그 색신(色身)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꼭 세존을 뵙고, 몸소 그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세존이 세상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 뵙는 것은 우담화(優曇華)를 만나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곧 사위국으로 가서 세존을 만나 뵙고 오도록 하여라.』
그는 스승의 곁을 떠나 마을을 넘고 거리를 지나 멀고 먼 사위국으로 향하였다. 그는 무사히 석가모니 계시는 곳에 이르러 스승의 전하는 말을 여쭈었다.
그 때, 중들은 석가모니를 향하여 문구지라는 중은 무슨 까닭으로 부귀한 집안에 태어났으며, 나면서부터 값없는 값어치의 귀걸이를 가졌으며, 더욱이 변방 나라에서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가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석가모니께서는 다음과 같은 옛날 이야기를 하시었다.
『옛날, 카샤파불(迦샤波佛)이 세상에 나오시어 바라나시의 녹야원(鹿野苑)에 살고 계시었다.
그 때 바라나시의 국왕은 커리카라 하였는데, 나라는 부강하고 백성은 늘어만 갔다. 이 왕에게는 선생(善生)이라는 왕자가 있어 태자가 되었다. 카샤파불이 이 세상의 인연이 끝나 입멸하자, 왕은 향나무를 태워 다비(茶毘)에 붙이고, 우유를 부어 사리를 거두고, 네 가지의 보석병을 만들어 그 사리를 담고, 성안 네 거리에 칠보 탑을 세우고 이것을 그 안에 안치하였으며, 동방 여러 나라로부터 바친 갖가지 공물(貢物)을 바치어 이 탑을 공양하였다.
이어서 커리카왕은 죽고 선생태자가 왕위에 올랐다. 신왕은 대신들과 함께 국고의 재산과 동방 여러 나라에서 바친 공물을 조사하였다.
그랬더니, 국고의 보물도, 동쪽 나라의 공물도 모두 다 카샤파불의 탑에 공양되어 있었다. 「불탑에 대한 공양은 이제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또 현재 바쳐 있는 보물도 그것을 도로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하고 대신들은 왕에게 아뢰었으나, 「부왕께서 하신 것을 그만 둘 수는 없다.」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대신들은 모두 불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수단을 써서 탑에 바치는 공물을 모두 창고에 거두어 넣으려고, 성의 동쪽 문을 닫아 버렸다. 따라서, 동문으로부터는 공물이 들어오지 않게 되어, 불탑의 공물은 없어지고 말았다.
이윽고, 불탑에 대한 손질도 제대로 못하게 되어, 그 채색은 바래고, 탑은 점점 무너져 갔다. 그런데, 어느 때, 북쪽 나라로부터 한 물주가 많은 상인을 데리고 바라나시를 찾아와 이 탑 옆에 숙소를 정하였다.
그 물주는 우선 탑 밑에 가서 예배하고 나서 자세히보니 탑은 무너져 가고 있다. 그리고, 그 탑밑에 한 여인이 탑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 여인은 카샤파불에게서 발심 수행한 사람이었다.
물주가 이 여인에게 탑의 유래를 물었더니, 그녀는 자세히 그 인연을 이야기하였다. 물주는 매우 기뻐하며, 얼른 귀걸이를 빼어서 이 여인에게 주었다. 「이것을 팔아서 그 돈으로 탑을 수리하고 공양해 주시오.」하고 부탁하고 나그네길을 떠났다.
그 뒤 여인은 귀걸이를 판 돈으로 탑을 완전히 수리하여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윽고, 여행에서 돌아온 물주는 탑 밑에 서서 감개무량한 듯이 탑을 우러러보더니, 깊이 보리심을 일으켜, 다시 개(蓋)와 번( )을 공양하고 발원하여 말하였다.
「이 카샤파불의 탑을 공양한 공덕에 의하여 미래에는 늘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고, 또 출가하여 번뇌를 끊고, 무상의 깨달음을 얻게 해 주소서.」하고.』

석가모니께서는 이 이야기를 끝내고 말씀을 계속하시었다.
『그 때의 북쪽 물주란 지름의 문구지이다. 귀걸이를 풀어 불탑을 수리한 인연으로, 그는 나면서부터 몇 천만금이라는 값이 있으면서 값이 없는 귀걸이를 가지게 된 것이다.
또 그 발원에 의하여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출가하여 깨달음을 열게 된 것이다. 다만, 그는 이승의 어머니에게, 『지옥에서 만나자.』고 말한 탓으로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지옥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석가모니께서는 문구지가 지옥을 보고 온 유래에 대하여 위와 같이 이야기하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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