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기니아 모토족의 병마에 대한 이야기

뉴기니아 모토족의 병마에 대한 이야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우지설화

• 주제 : 우지
• 국가 : 기타
• 참고문헌 : 속편영험설화

요즈음 사람들도 마술과 서커스를 좋아한다.
스릴과 기만이 충만한 세계, 바로 그 세계가 마술과 서커스의 세계인데도 역시 우리는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
그래도 서커스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과 모험에 의하여 연출되는 인간최대의 도박적 스포츠와 같다고 한다면 마술은 그와 같은 기술과 모험 속에 있으면서도 매우 허구적인, 기만적인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혹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자기 자신의 부주의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그것은 자기 자신의 죄가 아니라 그 돌을 길바닥에 놓아둔 어떤 사악(邪惡)한 존재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 우리조상들은 사람이 단검에 찔려 죽을 때 사람이 단검에 찔려 죽은 것이 아니라 찔린 단검에 어떤 마술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단검에 마술풀이를 한 것이 무당, 판수의 점이요, 굿이었다.
물론 현재도 어떤 사람이 자기를 기분 나쁜 눈으로 쏘아 보았기 때문에 병에 걸렸다든가 사일(死日)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안되었다든가 불통(不通)이란 이름을 가졌기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든가 큰 길에 여자가 앞을 질러갔기 때문에 불행이 찾아왔다든가 하는 따위를 그대로 믿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방안에 앉아서 텔레비전 라디오를 보고 들을 때는 모두가 그것을 비웃는데 막상 일을 당하고 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미신이요 우상이다.
모두 이것은 무지와 우상 속에 꽃피는 우화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혜로써 비추어 보기보다는 오히려 어리숙하게 속아 살기를 청하는 쪽도 있다.
왜냐하면 그 과학 문명이라고 하는 것을 적나나(赤操操) 적쇄쇄(赤灑灑), 지나치게 노골화 함으로써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신과 우상은 과학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과학과 반비례해 간다고 하는 것이다.
언젠가 뉴기니아의 모토족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예기치 않은 전염병이 발생하여 수많은 토인들이 잇따라 죽어갔다.
어느 집에서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공포가 이 종족 전체를 덮쳐눌렀다.
「대체 어디서 이런 무서운 병이 찾아왔을까?」
토인들은 이 질병의 원인을 생각하는 동안에 이 병은 백인들 즉 선교사나 그 가족들이 이 지방에 살게 된 뒤부터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백인들이 없었을 때는 이런 병이 없었다.
그런데 백인들이 온 뒤에 이런 병이 생겼으니 이것은 틀림없이 백인들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은 원주민 일동에게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그들은 창과 칼을 들고 선교사의 집으로 몰려가 아우성치기 시작하였다.
「백인들은 모두 죽여 버려라. 놈들은 우리에게 마술을 써서 무서운 병에 걸리게 하고 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여.」
하고 노도와 같은 목소리로 웅변하였지만 그들의 귀에는 한 마디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마침 한 마리의 양이 울타리 밖에서 나타나 국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국민이 말했다.
「병의 원인은 저놈에게 있다. 선교사를 따라오면서 저놈이 가지고 온 것이다. 저놈을 죽여라.」
양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삽시간에 몇십명이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가 양을 찔러 죽이고 주민들은 그의 몸속에서 흐르는 피를 받아 마시며 환호성을 울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2~3일이 지났다.
죄를 뒤집어 쓴 양은 애처롭게 갔으나 전염병은 전혀 물러가지 않았다.
다시 이 재액의 원인을 찾기 시작 하였다.
토인들은 선교사가 이 양 외에도 다른 두 마리의 염소를 데리고 왔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토인들은 다시 선교사의 집을 에워싸고 그 수염이 달린 악마를 넘겨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선교사는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하다는 다음번에는 소, 오리, 새‥‥할 것 없이 계속해서 내 놓으라 할 것이다.」
그래서 단호히 거절해 버렸다.
그래서 그는 염소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설득하였다.
그러는 도중 한 토인이 선교사의 집 창문을 들여 다 보다가,
「앗-」
하고 소리 쳤다.
「뭐야?」
하고 물으니
「저것이다. 저것!」
하고 쏜살 같이 들어갔다. 그것은 식당위에 걸려 있는 초상화였다.
가슴은 별빛처럼 빛나는 훈장으로 빛나고 머리위엔 작은 관이 얹어 있었다.
그것은 당시 영국을 지배하고 있는 빅토리아여왕의 초상 이었다.
몇 천매나 복사된 초상은 런던의 거리 어떠한 곳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토족이 살고 있는 이 지방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색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병의 원인이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끄러운 소러가 일어났다.
토인들은 언제 들어왔는지 울타리 안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초상화는 불에 넣어졌다.
그 뒤의 일은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선교사의 침실용 슬리퍼, 정교하게 세공된 자기(磁器), 커피포트, 괴상하게 추가 움직이고 있는 벽시계 등으로 방향이 계속해서 바뀌어져 나갔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뉴기니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계의 여행가들에게 들으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토인들은 돛단배, 큰 굴뚝을 가진 증기선, 방수용 망토 등 색다른 것만 보면 흥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자 흔들의자 같은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여지껏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 한편 신기해하면서도 죄악의 의혹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토인들은 무엇이나 낯선 것은 마술의 도구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 마술로부터 도피하기 위하여 양이며 이빨로 된 목걸이나 코끼리의 꼬리로 만든 팔찌 같은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부적은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는 모든 죄악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화의 세계는 창조되고 우상은 믿어지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불상을 우상이라 하나 이 또한 원시인의 마술사적 요술로 믿는 마음밖에 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의 법칙에 대한 무지 본성(本性)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경험은 이 세상 모든 것에 서로 연관 되어 있다.
그러나 어디에 그것이 결부되어 있는지를 확실히 알지 못할 때 인간은 스스로 양을 잡아 제사를 지내고 하늘을 우러르며 손벽을 치고 하느님 아버지시여를 찾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속편 영험설화>

연관목차

685/1978
우지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