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대장의 힘

원수대장의 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기이설화

• 주제 : 기이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아둔박구원사대장경

석존께서 어떤 곳에서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청중 속에 죠오지자이 왕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그는 의복을 단정히 여미고 오른쪽 어깨를 벗고 오른 쪽 무릎을 꿇으며 합장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님, 이 자리에 아둔 박구(阿 薄俱)라는 원수 대장이 있습니다. 그는 천용 등의 귀신을 이끌고 갑옷을 입고 창을 들고 몸에서는 광명을 내며 참으로 용감하고 늠름합니다. 그런데 그가 일단 노하면 모든 귀신은 자취를 감추고 천지를 진동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수 대장은 전세에서 어떠한 공덕을 쌓고 무슨 소원을 가졌기에 이러한 위신력(威神力)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내력(來歷)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런가? 그렇다면 궁금증을 풀어 주겠다.』
석존께서는 원수대장의 그 옛날의 행적에 대하여 다음같이 이야기 하셨다.
『저 원수대장은 전세에서 공왕여래(空王如來)라는 부처님을 모시고 보살의 수도를 한 일이 있다.
그런데 공왕여래가 입멸(入滅)한 후에 불법이 쇠퇴(衰退)한 세상이 되어 사람들의 복덕이 없어져서 三년 동안이나 비 한 방울 안오고 햇볕이 내려 쪼여서 초토천리(焦土千里)가 되었다. 초목은 타서 죽고 냇물은 말라서 땅은 갈라지고 사람들은 열기(熱氣)에 정신을 잃어서 목마른 사람과 굶주린 사람은 길에 즐비(櫛比)하게 쓰러지는 참상(慘狀)을 빚어냈다.
그때 저 원수대장은 하나의 수도자 였었는데 그의 집은 대단히 부유하였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무진 고통을 겪고 있는 모양을 보고 처자 친족을 버리고 자기 는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목마른 사람을 위하여 물을 길어 나르고 굶주린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주면서 동분서주 사람들의 기갈(飢渴)을 구해 주었다. 그는 六十년이란 긴 세월을 이와 같은 구제 사업에 심신을 바쳤다.
그러던 중 내란이 일어나서 도적들에게 잡히는 몸이 되어 여러 가지 고통을 받았다. 그때 그는 그들에게 탄원했다.』
『여보게, 제발 이 포승(捕繩)을 조금만 늦추어 줄 수는 없겠는가. 내가 시방을 예배하고 불, 법승의 삼보에 귀의할 수 있도록 해 주게나. 나는 이미 이렇게 늙어서 곧 죽을 몸이니 말일세.』
무지막지한 도적들이었지만 그의 애끓은 소원을 모르는 체 할 수도 없었으므로 곧 그의 손발을 묶은 밧줄을 느슨하게 해 주었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하늘을 우러러 보며,
『시방세계의 천지신명 현인성자(賢人聖者)시어 아무 죄없이 묶여있는 이 몸을 통찰하여 주소서. 그가 이렇게 하늘을 보고 호소를 하니까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며 시방 세계의 부처님들이 구름같이 모여 오셨다. 그때 도적들은 모두 정신을 잃고 땅에 넘어져 괴로움에 몸을 뭉개었다.
잠시 후 이들은 마귀같은 형상을 하고 광란(狂亂)하며 날뛰었다. 그래도 그는 자비심을 버리지 않고 미친듯이 날뛰는 도적들에게 몸을 맡기고 마침내는 도적들의 칼에 쓰러졌다. 그는 임종하면서 커다란 소망을 품었다.
「모든 현인성자시어, 제가 지금 죄없이 회사(橫死)하는 실정을 굽어 살피소서. 바라옵건대 후세에서는 대력용맹(大力勇猛) 한 신(神)이 되어 무한한 힘을 가지고 악인을 부처님의 힘으로 항복시키고 극악한 천마,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신이 되게 하소서. 그리고 만약 시방 세계의 사람으로서 옳지 못한 자가 있으면 이를 구하여 편안케 하겠읍니다.」가로, 이와 같은 연유(緣由)로 현재의 원수대장이 된 것이다. 그는 많은 신들 중에서 제일 으뜸가는 신이다.』
죠오지자이왕 보살은 석존의 긴 설법을 듣고 찬탄하는 시를 읊었다.

『원수대장의 이름을 들으니
온갖 모양으로 변신하여
사람의 번뇌를 구하여 주니
모든 신 중에서 으뜸이로다.
그 옛날의 소망을 듣거나
현세의 행적을 보거나
실로 거룩하기 짝이 없도다.』

그 후 석존 제자의 한 사람이 외출을 하였는데 갑자기 습격해 온 도적에게 의복은 물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또 이만 오천의 잡귀(雜鬼)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큰 뱀이 몸을 감으며 물어서 입에서는 거품이 나오고 괴로워 한 나머지 마침내 꼼짝도 못하고 땅에 쓰러져 버렸다.
이때 마침 원수대장이 일족을 데리고 석존께 오는 도중에 이 모양을 보고 곧 석존께 달려가서 말씀 드렸다.
『세존님, 세상사람들은 제가 크나큰 신통력이 있어서 모든 귀신을 항복 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읍니다. 바라옵건대 저로 하여금 저 제자를 살려주는 일을 맡겨 주소서.』
석존께서는 원수대장의 청을 승낙하시었다. 허락을 받은 원수대장은 많은 일족을 거느리고 엄숙히 주문(呪文)을 외웠다.
그러니까 갑자기 바다의 물은 소용돌이 치고 태산은 무너지고 하늘은 진동하여 일월은 떨어지고 별은 흐르고 백만천만의 악귀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울부짖다가 땅에 쓰러져 버렸으며 큰 비가 줄기차게 내리기 시작하였다.
석존의 제자를 괴롭혔던 귀신들은 모두 혀가 뽑아져서 시뻘건 피를 토하였고 도적들의 머리는 산산조각이 났고, 큰 뱀은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다고 한다.

<阿둔薄俱元師大將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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