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의 법을 물으러 갔다가 비구가 된 사비야

비구의 법을 물으러 갔다가 비구가 된 사비야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인연설화

• 주제 : 인연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본행집경

사비야는 바라나성 출신이다.
원래 그 어머니가 북인도 탁카시라성 사람인데 관상하는 사람이 박복하겠다 하여 그 부모께서 모학사부인에게 팔았다.
그는 그 부인에게서 글공부를 하다가 나이가 들어 성가할 시기가 되자 사방을 유랑하며 도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어느 왕 문을 지나다가 파리바사도인(最妙目在勝地<최묘목재승지>)을 만났는데 그는 매우 몸매가 아름답고 성숙한 이 여인을 보고 사랑을 고백해왔다.
둘이는 서로 좋아 새살림을 차리고 사랑에 빠졌으나 이 여자가 어린애를 배자 그만 실증이 나 금반지 하나를 선물로 주고 나가버렸다.
이 여자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장차 나을 아기에게 기대를 걸고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여인은 심한 주림과 헐벗음에 허덕이면서 이 거리 저 거리를 유랑하다가 사비야성 마두마 마을 백운골에 이르러 애를 낳았으므로 그 이름을 성 이름대로 사비야라 지었던 것이다.
다행히 성중 사람들은 그를 불쌍히 보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갔다 주어 아이가 자라는 데는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애가 커 차차 성장하자, 다른 아이들이 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가는 것을 보고 매우 아버지를 그리워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원래 결을 떠날 때 남인도로 향한다 하였으므로 갈 때 선물로 준 금반지 하나를 주어 아버지를 찾으라 명령했다.
하루는 어느 성중 누각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학문을 문답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 가운데 매우 애와 닮은 사람이 상수가 되어 있었다.
애가 물었다.
「선생의 성함이 파리박사가 아닙니까?」
그 때 파리 박사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제자로 입실하여 아버지의 정의를 다하였다.
아버지의 학문을 모두 사수(師授)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다시 어머니를 찾아 사비아성에 이르니 어머니도 죽고 없었다.
그는 스스로 아라한(비구)을 자처하고 옛날 살던 집에서 하루 밤을 자는데 꿈 가운데 어머니가 나타났다.
「사비야야, 나는 너의 어미다. 네가 먼 길을 떠나 배움을 구하러온 것을 보고 내가 인도하려 하니 내 말을 잘들으라. 너는 아직 아라한(비구)이 되지 못했다.
비구가 되는 길도 아직 모르고 있으니 아라한이 되고 싶거든 아라한이란 스승을 찾아라.」
「어떻게 그 스승을 찾아야 합니까?」
「너는 이미 아라한의 지위를 얻었으니 어떻게 조복하고 선행을 닦았는가?
또 어떤 것을 부처라 하고 어떤 것을 비구라 하며 어떤 것이 사문이요 바라문인가? 어떤 것이 청정이고 어떤 것이 지혜며, 또 어떤 것이 부처인가? 또 어떤 것이 방편을 안다하고 어떤 것을 선인이며 어떤 것을 순수하다 하는가? 또 어떤 것을 정진, 수(受), 성인, 용이라 하며 어떻게 도를 닦고 행해야 할 것인가를 물어 그것을 알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곧 스승이니 그를 만나 배워라.」
잠을 깬 사비야는 눈망울이 총총하였다.
어떤 것이 아라한이요, 어떤 것이 비구인가? 실로 나는 아라한을 자처하였으나 그 뜻을 알지 못하였다 생각하고 곧 자리를 일어나 북을 치며 거리로 돌아다니며 외쳤다.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누가 내 이 물음을 대답할 이 있는가?」
그러나 그 누구도 나타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녹야원 근처에 5비구와 야사 등의 권속들이 있었는데 이 소리를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이를 이리 데려오너라.」
부처님의 이와 같은 분부를 받고 그들은 그를 데려 왔다.
「저는 사비야란 도인입니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온 것은 마음의 의심을 대지(大智)에게 묻고자 함이옵고 다른 뜻이 없나이다.」
「무엇인가? 내 아는 대로 너를 위해 분별하리라.」
「대성이여, 어떤 것을 비구라 하고, 모든 성인이 조복하는 것은 어떤 것이며, 어떤 일을 알고 보는 것을 깨달음이라 이름하나이까?」
「바른 행으로 걸림 없는 깨달음을 찾고 모든 의심 끊어 열반의 언덕을 향한다.
유(有)도 무(無)도 다 버리고 범행(梵行)으로 누(漏)가 다하면 이름을 비구라 하고, 모든 것을 버린 데서 살해함이 없는 세간 안에서 깨끗하고 더러움 없는 몸을 얻어 모든 얽힘을 벗어남을 조복이라 한다.
안과 밖 모든 근(根)을 거두어 이 세상 모든 것을 조복하고 열반을 기다림을 선행이라 이르고 모든 겁(劫)가운데 생사의 업을 끊어 이로부터 벗어남을 참 깨달음이라 이른다.」
「어떤 것을 범행이라 하고 어떤 것을 청정, 대지라 하나이까?」
「모든 죄를 버리고 떼(垢)의 얽힘이 없는 참 선정을 얻어 번뇌의 업바다를 초월하면 이름이 성인의 범행이 되고 복덕을 쌓아 모든 악을 버리고 이 세상 저 세상 번뇌로움 없이 나고 남을 재해 없애면 이것을 사문의 증득한 바라 한다. 모든 업보를 모두 털어 친상과 인간의 더럽히는바 되지 않으면 이런 것을 이름하여 청정이라 한다.
모든 얽임에서 벗어나 탐진치의 고용인이 되지 않으면 이것을 자재인이라 한다.」
「모든 부처님은 무엇을 복전으로 하고, 어떤 것이 교묘히 아는 방편이며, 어떤 것을 이름하여 대선(大仙)이라 합니까?」
「모든 세계를 낱낱히 분별해 알고 모든 하늘 범천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며 과보의 집착과 얽임을 벗어나면 이것을 일러 복전이라 한다.
업의 뿌리와 과보의 열매가 나는 바를 온갖 인욕으로 끊으면 이름을 교묘한 지혜라 한다.
피차의 깨끗한 인(因)을 선택하여 일체세간 내외에 모든 것에 무아(無我), 무주(無住), 무처(無處)를 가르치는 것, 이것을 일러 선교방편이라 한다.
모든 법의 유무를 알고 일체 세간안과 밖에서 모든 존재들의 공경을 얻어 걸림없이 홀로 초월해 있는 것, 이것을 일러 선인이라 한다.」
「어떤 것을 얻었기에 들었다고 하고 어떤 것이 수행이요 정진이며, 어떤 것을 이름해 큰 용이라 하나이까?」
「일체 법을 다 듣고 알며 모든 허물과 공덕을 초월해 다시 의심이 없으며 일체에 집착 없음을 들음이라 한다. 명(名)과 색(色)은 다 허망한 인연, 안과 밖의 근(根)과 식(識)은 근경의 장본,
이렇게 모든 것을 해탈하는 것을 부처님은 일러서 수순하는 마음이라 한다.
모든 죄의 얽힘을 버리고 지옥고를 떠나 용맹스럽게 해탈하고 물듦이 없는 것을 이름하여 정진이라고 한다. 세간의 애욕을 멀리 여의고 속박과 해탈을 모두 끊으며 모든 누(漏)가 다하여 걸림 없으면 이런 몸을 이름하여 큰 용이라 한다.」
「어떤 것을 이름하여 바름이라 하고 어떤 것을 성인의 행을 행한다 하며, 어떤 인연을 일러서 구도하는 사람이라고 합니까?」
「모든 베다론을 낱낱이 가려 사문과 바라문이 아는 것을 이미 증득해 알며 사견을 베고 그들을 끊으면 그러한 사람은 다시 태(胎)를 받지 않는다 하고, 또 그와 같은 마음으로 분별을 내지 않으면 이런 이를 일러서 성인이라 하고 바로 모든 신통을 얻어다하고 평등하게 일체 법을 알아 능히 모든 세간에 나아 갈 줄 앎을 선행을 행한다 하고, 모든 법이 지닌 고보(苦報)에 상 하 중간 색색(色色)적 경계를 두루 아는 사람을 도를 구하는 사람이라 한다.」
이 때 사비야는 엎드려 경례하고 다시 세존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어지시도다, 세존이시여 . 세간에 62의 견해들이 있으나 다 쓸 것이 없어 허황할 뿐입니다.
실로 세존은 이 세상 가운데 가장 높으신 이로 모든 것을 분별해 알지 못하시는 바가 없습니다.
세존만이 오직 법을 설할 줄 알며 세존만이 오직 일체 도를 아십니다.
홀로 외로이 고해를 건너신 분, 길이길이 세상의 누(漏)를 다하신 분, 큰 위덕이 있고, 지혜가 있고,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신 어른께 귀의하나이다.」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의 소원에 따라 출가를 허락하고 대중에게 예배시키니 대중스님들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어찌하여 이런 지혜를 가졌으며 그의 부모는 어찌하여 그렇듯 불합(不合)한 생활을 하였습니까?」
「부정한 교합은 오래지 못하고 또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옛날 북인도 어느 마을에 유명한 선인이 있었다.
인물도 뛰어나고 범행이 두터웠지만 고행을 지극히 하여많은 사람들께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하루는 자기와 비슷한 수행의 경력이 있는 여자사문이 찾아왔다.
아름답고 풍만한 육체가 그를 유혹했다.
그래 그들은 비밀리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에게는 아이가 들어서게 되었다.
당황한 선인은 어디론가 도망치고 이 여인은 아이를 낳아 잘 길러 문무의 술을 뛰어나게 가르쳤으므로 후에 과거에 급제하여 사비야성의 성주가 되었다.

그는 부임하자 곧 부모없는 자식, 자식없는 부모를 모아 보호 양육하고 가난한 모든 백성들을 잘 살펴 명망높은 관이가 되어 있었다.
하루는 산 속에 사냥 나갔다가 공부하는 선인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아
「나도 내세에는 훌륭한 선인을 만나 저같이 공부하고 마침내 등정각(等正覺)을 의지해
생사를 뛰어나리라.」
맹세하였다.
비구들아, 그가 누구인지 의심하지 말라.
그 날의 사비야성 성주는 오늘 이 사비야이고 도망쳐간 선인은 그의 아버지며 이를 낳고 길러준 어머니는 곧 그 날의 여자사문이었다.
그들은 자기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자기 앞에 놓여진 하나의 인연도 처리하지 못하고 도피해 항상 사람의 눈을 속였으므로 이 세상에서 유랑 빈천의 과보를 받고 사비야는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을 잘 보호하고 선인을 만나 그와 같이 맹세하였으므로 부모님은 유행자였으나 많은 사람들의 구원을 얻어 생에 부족한 바가 없이 살았고 또 여래를 만나 생사의 문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지금 사비야성에 사는 그를 도운 많은 사람들은 지난날 사비야에 의해 구원받았던 많은 사람들이다.」
하였다.

실로 인과란 털끝만큼도 속일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콩심는 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주어진 인연을 버리지도 말고 버려진 인연을 구하지도 말라.
현실에 충실하되 미래도 과거도 착(着)하지 말라.
착이 있는 자에게 고가 있나니 착이 없으면 괴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佛本行集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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