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의 불쌍히 여김

코다의 불쌍히 여김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현우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 나라의 본마다츠라고 하는 왕은 타고난 성격이 난폭해서 한 가닥의 자비심이 없고 색(色)을 좋아하며 사치를 좋아하고 오욕(五欲)에 빠져 자기의 향락(享樂)과 만족을 위해서는 닥치는대로 괴롭히고 또 살생을 함부로 하는 정말로 보기 드문 폭군이었다.
그 때문에 그 나라의 국민들은 많은 세금과 혹사를 견디며 항상 불안한 기분을 품고 생활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들은 어떻게 해서 이 어려운 경지를 타개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시 생각해 볼 기운조차 없고 다만 그들의 고통을 참으면서 자연히 해결될 날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 태도들이었다.
어느날 밤에 이 폭군 보망은 털(毛) 끝에서 찬란한 금빛의 별을 발하여 그 광명(光明)에 비친 곳은 모두 금빛으로 변화한다고 하는 금빛의 털을 가진 짐승이 왕좌 가까이 다가왔다고 하는 놀라운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난 왕은
(실로 놀랍고 괴상한 짐승이다.)
꿈에 그 모습을 나타낼 정도이므로 어디엔가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상상했다.
흉포하고 오만항 왕은 이 금빛털 짐승의 가죽을 구하려고 재빨리 엽사들을 불러서,
『나는 어제밤에 몸의 털 전체가 금빛으로 빛나는 한 마리의 괴이한 짐승이 왕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꿈에 보았으나 상상해 보건대 우리 영토 안의 어디엔가 반드시 그와 같은 털짐승이 살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따라서 그대들은 지금부터 곧 나라 안의 산과 들, 골짜기 등을 샅샅이 뒤져 그 괴이한 짐승을 잡아오기 바란다. 만약, 그 모피(毛皮)를 구해온 자에게는 후한 상을 주고 아들과 손자 七대까지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나 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때에는 육친(六親)과 구족(九族)을 모두 죽여 버릴테니 잘 알아두도록 하라.』
이 엄한 명령을 받은 엽사(獵師)들의 얼굴빛은 곧 창백해졌고 근심은 폭풍처럼 그들을 엄습해왔다.
별 수 없이 왕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느 한 곳에 모여서 이 절대적인 명령에 대하여 어떠한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인가를 협의하기로 했다.
『누구든지 임금님이 꿈에 보았다고 하는 털 짐승을 본 적이 있는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어떻게 찾을까.』
『어디라고 하는 방향도 모르지.』
『그렇다고 그 모피를 구해오지 못하면 우리들의 생명은 물론 죄 없는 동족까지도 죽인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하면 될까.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고 갔을 뿐 그들은 전연 이 난관을 돌파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전체의 공기는 더욱 음산했다.
다만 긴 침묵이 계속되어 별 수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한숨 소리가 고요함을 깨뜨릴 뿐이었다.
이 침묵을 깨뜨리고 한 사람의 사냥꾼이 발언을 했다.
『여러분, 이와 같이 아무런 방침도 없이 걱정만 하고 있다가는 이미 폭군으로부터 어명이 내려진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나라 안의 산과 들, 골짜기, 호수나 연못에는 독사나 사나운 짐승이 살고 있으므로 비록 금빛의 털 짐승을 발견했다고 하더라고 그것을 사로잡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 많은 사람이 사냥하러 나가도 이 독사나 사나운 짐승에게 죽음을 당해 산과 들의 시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으로는 동포들 중에서 한 사람의 희생자를 모집해서 이 모험적인 난관을 돌파해서 왕의 명을 이행하도록 하면 어떻겠느냐고 생각하는데 의견에 찬동합니까.』
이 제안이 나오자 음산한 공기는 사라지고 여기 저기서,
『찬성이요.』
하고 소리쳐서 만장 일치로 그 발의(發議)에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사람을 고르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으나 숙의 끝에 어느 사나이가 선정됐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 중책을 맡은 사나이를 향해서,
『우리들의 대표로서 이 중대한 임무를 맡아주는 이상 무사히 사명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날에는 우리들은 공동으로 그대에게 보수를 주고, 만약 그대가 우리들의 희생이 되어 산이나 들에서 쓰러져 죽게 되면 우리들은 그대들의 유족을 책임감을 갖고 보호해 주겠다.
어쨌든 우리 전체의 문제이므로 충분히 자중해서 성과를 거두고 돌아올 것을 신에게 비는 바이요.』
그때 선임된 사나이는,
『내 몸 하나를 버림으로써 친애하는 여러분들의 생명이 안전을 얻을 수가 있다면 한 사람의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한 사람의 생명으로 만인의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나아갈 것입니다.
어쨌든 여러분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올 날을 기다려 주십시요.』하고 믿음직스럽게 중한 책임을 받아들였다.
이 희생적인 결심을 들은 많은 엽사들은 근심하는 빛이 일시에 개이고 선임된 사나이의 고귀한 정신에 거친 사나이 동료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선임된 그 사냥꾼은 사냥하는 기구와 그 밖의 여행 준비를 모두 마치고 무거운 책임을 두 어깨에 진채 정처 없이 산과 들의 가시나무와 가시 덩굴길을 헤치고 험한 고갯길을 오르고 첩첩산중을 단신으로 걸어가기를 며칠 동안 계속했다.
마침 그때는 타오르는 듯한 한 여름으로 풀도 나무도 세상 만물이 모두 녹은 듯, 죽은 듯이 더울 때였다.
이와 같이 모진 더위 속에 며칠 동안 계속해서 걸어갔으므로 아무리 건강한 자라도 고통스러웠다.
동포 몇 만명의 생명을 한 몸에 짊어진 그는 그의 책임감으로 긴장하여 며칠간의 폭서와 험한 길은 이겨왔으나 그의 신체는 약하게 되고 또한 그의 힘도 쇠약해졌다.
그러나, 그는 용기를 새서 무더위와 험한 길과 악전 고투하면서 점차 산속 깊이 나아가는 동안에 타는 듯한 어느 사막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열과 무더위로 목이 마르고 숨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만큼 괴로워졌으므로,
『저를 구해 주십시오. 자비심이 깊은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하고 슬픔과 피로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홀로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이 산 중에 몸의 털 빛깔이 금빛으로 털끝에서 광명(光明)이 비치는 코다라고 하는 한 들짐승이 살고 있었다.
산울림에 의하여 이 사나이의 비통한 부르짖음 소리를 들은 코다는 스스로 자비심이 솟아 올라서 곧 그 몸을 서늘한 우물에 넣어 서늘하게 한 다음 그 사나이 곁에 와서 서늘한 몸으로 더위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나이를 안아 주었다.
때문에 끓인 물에 냉수를 따른 것처럼 그 사나이는 점점 기운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코다는 다시 그를 이끌고 물가로 가서 그 더위를 서늘하게 하고 스스로 나무 열매를 주워 와서 그 사나이에게 주었다.
어디에서인지도 모르게 갑자기 나타난 들짐승의 도움으로 일사병(日射病)으로 죽게 될 것을 구조 받고 더욱이 먹을 것마저 주어서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할 수 있었던 그 사나이는 비로소 그 들짐승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이상하게도 털은 금빛으로 털의 끝에서는 찬란한 빛을 발사하여 눈이 부신 것을 발견했다.
이때 그 사나이는,
이것이 대왕의 꿈에 본 금빛의 털 짐승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에 구제해 준 생명의 은인이다.
아무리 왕명이라고 하더라고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고 살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구할 수 없다고 하는 이 털짐승을 얻지 못하고 돌아가면 동료 엽사들의 가족은 모두 죽음을 당하는 처참한 날을 맞이할 것이다. 내가 돌아갈 날을 하루가 천추(千秋)같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이리가면 은혜를 저버리는 죄를 짓고, 저리가면 뭇사람의 고통을 초래한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고 상반(相反)되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그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고민하여 지금의 자기 입장을 매우 슬퍼하고 있었다.
사나이가 매우 고민하고 있는 모양을 바라보던 코다는,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 사나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가 괴로워하는 입장을 이야기 했다.
『확실히 중대한 일인 줄로 생각했더니 과연 그렇군요. 그러시면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나의 이 금빛 모피를 당신의 높은 정신에 따라 기꺼이 드리겠습니다.
나는 전세(前世)에 몇 번이고 이 몸을 버린 일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버린 적은 없습니다. 이제 이 보잘 것 없는 모피(毛皮)를 당신에게 줌으로써 많은 사람의 생명을 보장할 수 있다면 짐승의 분에 넘치는 영광이옵니다. 자아, 이 껍질을 벗겨 주십시오. 껍질만 벗기고 결코 줄이지는 말아 주십시오. 나에게는 이제 아무런 뉘우침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고 코다는 말했다.
이와 같이 굳은 결심을 들은 그 사냥꾼은 은혜에 배반하는 느낌이 들어 견딜 수 없었으나 코다의 동정심을 마음속 깊이 감사하면서 조용히 그 껍질을 벗겼다.
그때 코다는,
『이제 나는 껍질을 이 사람에게 주고 여러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나 이 공덕의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것에게 주어 무상불도(無上佛道)를 성취(成就)하고 널리 모든 생사의 괴로움을 구제해서 제각기 열반영세(涅槃永歲)의 경계(境界)로 인도하고 싶다.』
고 하는 훌륭한 서원(誓願)을 세웠다. 이 서원하는 말이 끝나자마자 대천세계(大天世界)는 갑자가 여섯번 진동했다. 천상계(天上界)의 궁전도 흔들렸다.
이 갑작스런 진동에 놀란 천자들은 왜 천지가 흔들리는 것인가 하고 하늘의 눈으로 사방을 빠짐없이 살펴보니 코다가 그 훌륭한 금빛의 껍질을 한 사람의 사냥꾼에게 주고 있는 것이 눈에 비쳤다.
이와 같이 고귀한 모습을 본 천자(天子)들은 곧 하늘에서 내려와서 껍질을 벗긴 코다의 몸에 아름다운 꽃을 뿌려서 공양하고 그의 고귀한 행동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다.
껍질을 벗긴 코다의 신체는 껍질과 살이 벗겨져서 선혈(鮮血)이 흘러 내려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파리와 개미가 그 벗겨진 살에 밀집해서 단숨에 파먹어 들어가 구멍을 만들려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코다는 파리와 개미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아픔을 참으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모든 파리와 개미에게 그 몸의 피를 기꺼이 먹이는 듯 그는 환희에 가득차서 죽어갔다.
이 보살(菩薩)의 피를 마신 인연으로 그 사면 팔방(四面八方)의 파리나 개미는 죽은 후 모두 천상 세계에 태어날 수 있었다.
또한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의해서 생명을 구애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구하는 금빛의 모피를 얻은 그 사나아는 죽게 된 코다의 몸을 두터이 예배하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면서 귀국해서 폭군 보마다츠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와 같이 희귀(稀貴)한 모피(毛皮)를 얻고 매우 기뻐하여 엽사에게는 약속과 같이 많은 상을 주고 왕 자신은 항상 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금빛의 모피를 깔고 거기에 누워 마음 내키는 대로 오욕(五欲)의 쾌락에 빠졌다.
이때의 코다는 석존이며, 흉포한 왕 보마다츠는 지금 데바다타, 사면 팔방(四面八方)의 모든 벌레는 팔방(八方)의 제천(諸天)이다.

<賢愚經第一>

연관목차

447/1978
인연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