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센

효자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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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불설효자경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인도의 카이라는 나라에 한 부자가 있었다. 이 부자도 그의 아내도 다 장님인데다가 아이가 없었다.
그들은 늙어서 자기들의 불구와 외로움을 슬퍼하고 세상의 무상함을 느껴 산림(山林)에 들어가 조용히 도를 닦고 있었다. 그런데, 산에 들어오니 얼마 후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 이름을 센이라고 부르고 몹시 귀여워했다. 그들은 모처럼 도를 닦으러 산에 들어왔지만 아이가 생기자 다시 세상의 즐거움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산림의 생활을 버리고 다시 옛집으로 돌아갔다. 센은 대단한 효자여서 항상 명랑하게 행동하고 도를 깨우치는 마음이 깊어 절대로 남과 다투는 일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부모는 더욱 기뻐하고 이젠 아무런 시름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센이 열살이 된 어느 날 그는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고 계셨다고 들었읍니다. 그러나, 제가 태어났기 때문에 모처럼의 뜻을 버리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 오셨습니다.
저 때문에 모처럼의 뜻이 어긋나고 말았다는 것은 저로서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아무쪼록 이 무상(無常)한 속세를 버리시고 산에 들어가 옛날의 소원을 이루어주십시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절대로 불편은 끼쳐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래서 그들은 집안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세 사람이 손에 손을 맞잡고 다시 산에 들어갔다. 센은 잡목으로 집을 짓고 마루를 놓아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비와 이슬을 막았다.
주위에 여무는 여러 가지 과일은 달콤하였고 도처에서 솟는 샘물은 맑아 굶주림과 목마름을 막기에 충분하였다. 향나무의 숲에서는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을 나는 새는 미묘한 음악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장님인 부모는 조금도 무료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자도 호랑이도 늑대도 곰도 독충(毒筮)도 해를 끼치려고 하지 않고, 사슴이나 여러 가지 새들도 그들을 따라, 천지만물은 모두 이들 세 삼의 수도자(修道者)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산중에서 아무런 불편도 없이 조금도 외롭지 않게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센이 물을 긷기 위하여 사슴가죽의 옷을 입고 물병을 들고 물가로 갔다. 사슴과 새들은 센과 같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때마침 카이국의 왕이 사냥을 하러 이 산에 와서 멀리 물가에 있는 사슴의 무리를 보고 활을 쏘았다. 그 화살은 불행히도 센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는 화살을 맞고 괴로워 하면서도 슬픈 목소리를 짜내어 외쳤다.
『한 개의 화살로 세 사람을 죽이는 자는 누구냐.』
황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크게 놀라 말에서 내려 달려왔다. 센은 왕을 보자 원망스러운 듯이 말했다.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물소는 뿔 때문에, 비취새는 털 때문에, 그리고 사슴은 가죽과 고기 때문에 죽음을 당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상아도, 뿔도, 털도, 가죽도, 고기도 없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나를 죽이는 것일까?』
왕은 이상한 모습의 사람을 보고 말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심심 산중에서 사슴 가죽을 입고 조금도 금수와 다름이 없으니.』
센은 다시 슬픈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는 당신 나라의 백성입니다. 장님인 부모와 함께 이 산중에서 도를 닦고 있습니다. 이 산중에 들어온지 二十여년이 되는 동안 한번도 호랑이나, 늑대나, 독사에게 물린 일도 없는데 이제 국왕의 화살을 맞고 쓰러지다니......』
이렇게 말하고 그는 울었다.
이때 갑자기 큰 바람이 불고 태양은 그 빛을 잃고, 샘은 마르고, 꽃은 시들고, 숲은 외치고, 새는 슬픈 소리로 울고, 짐승은 큰 소리로 울었다.
집에 남아 있던 장님 부모들은 이 이상한 변화를 느끼고 반드시 센의 신상에 불길한 일이 일어났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왕은 이 광경을 보고 거룩한 수도자를 죽인 자기의 죄에 놀래어,
『사슴을 쏜다는 것이 잘못하여 당신을 쏘았습니다. 비록 과실이라고 할지라도 이 거룩한 수도자를 죽인 죄를 어떻게 씻을 수 있겠습니까. 약간의 사슴 고기를 얻으려는 것이 이처럼 큰 화를 가져왔습니다. 나는 어떠한 희생을 당하더라도 당신의 목숨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화살을 뽑으려고 했다.
그러나, 화살은 깊게 박혀 빠지지 않았다. 왕은 더욱 놀래며 손발이 떨렸다. 센은,
『이렇게 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모두 나의 업(業)이 가져온 것입니다. 내 목숨은 아깝지 않습니다만 다만 걱정인 것은 부모님입니다.
제 부모는 두 분 다 장님이고 또 늙었습니다. 제가 죽어버리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쓸쓸히 제 뒤를 따라 죽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죽어도 죽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몸부림쳤다.
왕은 이 말을 듣자 더욱 자기 죄가 큰 것을 느껴,
『내 몸은 지옥으로 떨어져도 좋으니 제발 이 수도자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하고 빌었다.
그리고 왕은 센을 보고 맹세하듯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이대로 죽는다면 나는 궁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산에 머물러서 당신과 똑같이 당신 부모를 섬기겠습니다.』
센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고 아픈 것도 잊고 왕에게 감사했다. 그러자 왕은 말했다.
『당신 부모가 살고 계신 곳을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 목숨이 있는 동안에 알아두고 싶으니까......』
그는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길로 조금 가면 풀로 만든 초가가 있습니다. 그곳에 제 부모가 살고 있습니다. 대왕님, 제발 부탁이오니 제 죽음을 갑자기 알려서 장님인 부모가 놀라지 않게 해주십시오. 부모님을 뵙거든 제 말을 대신 전하여 주십시오.』
『저는 수명이 다하여 저승으로 갑니다. 저는 제 생명을 아깝다고 생각지 않습니다만 장님인데다가 연로한 부모님을 두고 멀리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나 제 죽음은 전생에 저지른 죄 때문입니다. 도저히 그것을 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죽음에 임박하여 과거의 죄를 참회합니다.
이 참회의 효력으로 과거에 저지른 죄를 깨끗이 씻고 미래에는 어제까지나 부모님과 헤어지지 않고 효도를 다 하겠습니다.
이것이 부모님에게 드리는 마지막 말입니다. 아무쪼록 대왕님, 제 대신에 부모님께 전하여 주십시오.』
왕은 마음이 조급해져서 당장 시종을 거느리고 그의 부모가 있는 오두막집으로 갔다. 풀과 나무를 헤쳐 나가는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이 심상치 않은 소리에 장님인 부모는 놀래서 오두막집 밖으로 나왔다. 왕은 그의 부모를 보고 말했다.
『나는 카이국의 왕입니다. 장님 수도자가 이 산중에서 도를 닦고 있다는 말을 듣고 공양을 드리러 찾아 왔습니다.』
장님인 부모는 왕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공손하게 말했다.
『이런 산중에 일부러 왕림해 주셔서 친절한 위문의 말씀을 주시다니 분에 넘치는 영광이올시다. 멀리 오시느라 얼마나 고단하십니까.
옥체에 변고는 없으신지 문후 드립니다. 왕궁에 계시는 중전마마, 태자 그리고 여러 백관도 모두 안녕 하시온지요. 나라 안의 백성도 잘 다스려지고 이웃 나라의 싸움도 없으며, 기후도 온순하여 오곡이 풍성하게 여물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덕택으로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당신들은 이 산중에 사시면서 몸에 별고는 없으신지요.』
『대왕님의 은혜로 편안히 살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을 센이라고 합니다. 나무 열매를 따고 물을 길어 우리들을 봉양해주고 있습니다. 대왕님, 제발 이 돗자리위에 올라오셔 나무 열매를 맛보아 주십시오. 센도 물을 길러 갔으니 곧 돌아올 겁니다. 대왕님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참을 수가 없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지은 죄는 참으로 무겁다. 나는 방금 물가에 있는 사슴을 쏜다는 것이 잘못하여 당신 아들을 쏘고 말았습니다. 상처는 대단히 커서 생명이 위험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당신들에게 알리러 온 것입니다.』
장님인 부모는 이 말을 듣자 몸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대성 통곡을 하면서 하늘에 호소하였다.
『우리들의 아들 센은 참으로 효자였습니다. 세상이 넓다 해도 이러한 효자는 없을 것입니다. 아까 새와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들은 산에 들어온지 二十여년이 됩니다만 이런 기막힌 일을 당한 것은 처음입니다. 센이 돌아오는 것이 늦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설마 죽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한번은 죽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센의 죽음을 체념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대왕님, 센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미 죽어 있을까요, 아니면 아직도 살아 있을까요.』
왕은 센이 남긴 최후의 말을 전하여 주었기 때문에 눈 먼 부모는 더욱 슬피 울며 말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어떻게 우리가 살 수 있읍니까. 대왕님, 우리들 두 사람을 제발 센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왕은 두 사람의 손을 이끌고 센이 죽어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아버지는 센의 머리를 안고 어머니는 그 두 다리를 안아 두 손으로 가슴을 꿰뚫고 있는 화살을 더듬어 찾더니 하늘을 우러러 외쳤다. 제천(諸天)이여, 용신(龍神)이여, 수신(樹神)이여, 우리들의 귀여운 센은 참으로 효자였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였습니다. 우리들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 더구나 장님들입니다. 제발 저희들의 목숨을 거두어 가시고 센의 목숨을 돌려주십시오. 아들의 목숨을 건질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제천이여, 용신이여,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천신(天神)은 이 눈먼 부모의 기도에 감동했는지 화살은 저절로 빠지고 센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였다. 이때 지금까지 흐렸던 하늘은 맑게 개이고, 바람은 자고, 숲속은 조용해졌으며, 꽃이 피고, 샘이 솟아, 새도 기쁨의 노래를 노래하고 짐승도 기쁨의 소리를 울렸다.
온 천지가 다시 소생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왕은 이것을 보고 크게 감동하여 하늘에 큰 절을 하고 부모에게 큰 절을 하고 센에게 큰 절을 하며 말했다.
『나라 안의 모든 재산을 당신들에게 공양 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제발 제가 지은 죄를 모두 씻어주십시요.』
이때 센이 말했다.
『대왕님, 죄를 씻으시려면 카니국으로 돌아가 백성을 편안히 다스려 주십시오. 대왕님, 앞으로는 절대로 사냥 때문에 죄없는 사람을 죽이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금 국왕의 자리에 앉은 것은 전생에 착한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잘 생각하여 주십시오.』

이 때의 센은 지금의 석가모니이다. 장님 아버지는 지금의 집정관(執政官) 슛도다나, 장님 어머니는 마야부인, 카니국왕은 지금의 아난이다.

<弗設孝子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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