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바라문의 본생

백기 바라문의 본생

[ 白旗- ]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부처님이 기원청사에 계실 때, 거짓부리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바라나시에서 유명한 스승으로, 5백명 제자들에게 주문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의 선배로 백기라 이름하는 복방 바라문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그 족성에 대해 큰 자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다른 청년들과 함께 어떤 마을을 지나 여행을 하다가 한 전타라를 보고 물었다.
「너는 무엇이냐.」
「나는 전타라입니다.」
그는 그 사내의 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 몸에 닿을까 두려워하여
「저리 물러가라. 이 저주받은 전타라야, 저 바람 아래쪽으로 가라.」
하고 소리치면서 얼른 그 위쪽으로 갔다. 전타라는 그보다 더 빨리 달려가 바람 위쪽에 섰다.
그 때문에 더욱 화를 내어
「물러가라, 이 저주받은 전타라야.」
하고 소리치면서 몹시 꾸짖었다.
그런데 그가 물었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무엇이냐.」
「나는 바라문이야.」하며 자못 자랑스러운 듯 말하였다.
전타라는
「만일 그대가 바라문이라면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나는 무엇이든 대답할 수 있다.」
「만일 그대가 대답하지 못하면 나는 그대를 넘어뜨려 내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가게 하리라,」
「좋다. 질문해 보라.」
「청년이여, 방위(方位)란 무엇이냐.」
「방위란 동방 등 사방을 말한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그런 방위를 물은 것이 아니다.
너는 그것도 모르면서 내 몸에 닿은 바람을 저주해 꺼렸느냐.」
하면서 그의 어깨를 불잡아 몸을 굽혀 그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가게 했다.
청년은 돌아가 그 사실을 그 스승(보살)에게 아뢰었다. 스승이 듣고 말했다
「백기야, 너는 그 전타라에 대해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다.
그는 네게 그런 방위를 질문한 것이 아니다. 다른 의미의 방위를 질문한 것이다.」
하고 다음 게송으로 가르쳤다.

「성내지 말라, 분노란 실로 좋은 일이 아니다.
너로서는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한 많은 일이 있다.
즉 부모는 그 방위다 백기여.
그 스승을 찬양하여 또 방위라 한다.

의복과 음식을 주는 그 집의 어른
또 그를 이름하여 방위라 한다.
백기여, 이들 최고의 방위에 통달해 들어가면
그에게는 고난이 변해 행복이 될 것이다.」
보살은 이렇게 그 청년에게 방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또
「나는 전타라의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나갔다.」
고 생각하면 할수록 창피스러웠다.
그리하여 그는 끝내 거기서 떠나 득차시라로 가서 유명하다는 어떤 스승 밑에서 온갖 학예를 배운 뒤에, 다시 그 스승의 허락을 받고는 득차시라를 떠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갓은 기예를 다 실습하였다.
그는 어느 국경에 있는 어떤 마을에 이르러, 그 부근에 살고 있는 5백명의 고행자를 보고 그들에 의해 고행자가 되었다.
그들이 배운 기술·주문·수법(修法) 등을 다배우고는 그들과 함께 바라나시로 왔다.
그 이튿날 그는 행걸하면서 왕의 동산으로 갔을 때, 왕은 그들의 위의를 보고 감탄하여 그들을 궁중에 초청하여 음식을 공양하고 또 그 동산에 머무르게 하였다.
어느 날 왕은 그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직접 동산으로 가서 그 고행자들을 공양하리라.」
백기는 동산으로 돌아가 고행자들을 모으고
「여러분, 오늘은 대왕의 행차가 있습니다.」
하고 그들에게 알리고 말했다.
「우리는 한 번 왕에게 존경을 받으면 일생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 어떤 이는 뛰는 수행을 보이고 어떤 이는 가시자리 위에 눕고 어떤 이는 오화(五火)의 행을 행하고 어떤 이는 걸터 앉는 행을 행하며 어떤 이는 잠수(潛水)하는 행을 행하고 어떤 이는 성전(聖典)을 읽도록 하시오.」
이렇게 명령을 내린 뒤에 그는 암자의 문밖에 있는 안락의자에 몸을 기대고 오색의 채포(彩布)로 장정된 책 한권을 아주 빛나는 책상위에 두고는 4, 5명의 제자들에게 질문시켜 그 뜻에 대답하고 있었다.
그 때 왕은 거기 와서 그들 사행(邪行)의 광경을 보고 매우 만족하였다.
그리고 백기에게 와서 가벼이 인사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하여 그는 사제(보살)에게 무언가 속삭이며 다음 게송을 외쳤다.

「짐승 가죽 두르고 머리를 땋고 이는 항상 닦지 않고
그 입은 더러운데 그래도 주문 외우고 있다.
저들은 세상사람 모두 그리하기를 바라나니
저들은 실로 그 진리 알아 해탈 얻었다.」

이 말을 듣고 사제는 다음 게송으로 답하였다.

「대왕님, 많이 듣고 널리 아는 사람도 삿된 행을 행하고
반드시 바른 법만 행하지 않네
1천의 베다도 거기에 의해서는
괴로움 벗어나는 좋은 수행을 얻지 못하네.」

이 말을 듣고 왕이 다시 시를 지었다.

「1천의 베다도 거기에 의해서는
괴로움 벗어나는 좋은 수행을 얻지 못한다면
베다는 과보가 없는 것 되고
진실한 행도 진실하지 않게 되리.」

또 사제가 게송으로 읊었다.
「베다는 언제나 과보가 없지 않고
진실한 행은 언제나 진실하다
베다를 아는 이는 그 이름 높아지고
참 수행하는 이는 열반에 도달한다.」

이렇게 사제는 백기의 변론을 부수고는 그들 고행자를 모두 거사로 만든 뒤에, 그들에게 방패와 창을 주어 대관(大官)에 임명하여 왕의 곁에서 봉사하게 하였다.
이것이 대관의 종족이라 일컫게 된 까닭이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백기는 저 거짓부리 비구요, 그 전타라는 저 사리불이며, 그 사제는 바로 나였다.』
하였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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