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낳은이의 전생이야기

알 낳은이의 전생이야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고민하는 비구에 대해 말씀 하신 것이다.
『옛날 부라후마닷타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그 왕자로 태어나 성인이 되어서는 여러 가지 학예에 정통하였다.
왕이 세상을 떠난 뒤에 그는 왕위에 올라 정의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항상 그 사제와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다음 노래를 불렀다.

「강물은 모두 굽이쳐 흐르고
숲이란 모두 나무들로 이루어지며
여자는 언제나 기회만 얻으면
나쁜 짓만하기 마련이니라.」

그는 언제나 이런 내기 노래를 부르면서 은반에 황금 주사위를 던졌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주사위를 던지면 국왕은 반드시 이기고 사제는 반드시 졌다.
그러므로 사제는 차츰 집도 재산도 잃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가산을 다 탕진하고 말겠다.
다른 남자와 만난 일이 없는 여자를 구해 우리 집에 가두어 두자.」
그러나 다시 생각했다.
「다른 남자와 만난 일이 없는 여자를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까.」
하고
「어디서 갓난 계집애를 데려다 엄중히 감시하여 자라나거든 우리 집에 가두어 두고 정조를 굳게 지키도록 감시하자. 그리하여 주사위 놀이에 이겨 왕의 돈을 모두 따자.」
결심하였다. 그는 원래 어떤 일이고 예측을 잘하였다.
그리하여 어떤 구차한 임부를 보고,
「저 여자는 반드시 계집애를 낳을 것이다.」
생각하고는 그 여자를 불러 돈을 주고 자기 집에 있게 하였다.
그 임부는 과연 계집을 낳았다.
그는 그녀에게 돈을 주어 제 집으로 돌려보내고 갓난 계집애는 일체 다른 남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여자 손으로만 기르게 하여, 그 계집애가 장성했을 때에는 자기 집에 데려다 두었다.
그런데 그는 이 계집애가 자라기 전에는 한 번도 국왕과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다가, 그 계집애를 집에 데려다 둔 뒤에 국왕에게 가서
「대왕님, 주사위놀이를 합시다.」
고 청하였다. 왕도 좋다 하고 다시 주사위놀이를 시작했다.
국왕이 전처럼 그 내기 노래를 부르면서 주사위를 던지면 사제는 곧 그 뒤를 받아
「다만 우리집 처녀는 예외다.」
고 덧붙였다. 그 뒤로는 사제가 이기고 국왕은 계속 졌다.
보살(국왕)은
「이것은 반드시 사제의 집에 정숙한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어 수사해 보았더니 과연 예상은 틀리지 않았으므로
「그러면 저 여자의 정조를 깨뜨리게 하자.」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부랑자를 불러 물었다.
「너는 저 사제의 집에 있는 소녀의 정조를 깨뜨릴 수 있겠느냐.」
「예, 깨뜨릴 수 있습니다.」
왕은 그에게 돈을 주면서
「그러면 빨리 실행하라.」
하고 그 사내를 보냈다.
그 사내는 그 돈으로 피우는 향·가루향·장뇌(樟腦)등을 사서, 사제의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향로를 파는 가게를 열었다.
사제의 집은 7층으로서 일곱 개의 다락문이 있고 그 문마다 여자를 지키는 수위를 두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사제 이외에는 어떤 남자도 그 집의 출입을 금하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라도 검사한 뒤에라야 들이게 하였다.
그러므로 그 사제 이외에는 아무도 그 소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소녀에게는 한 사람의 시녀가 있었다.
그 시녀는 소녀를 위해 늘 향과 꽃을 사러 외출하고 있었는데 언제가는 그 부랑자의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사내는 곧 그가 소녀의 시녀임을 알았다.
어느 날 그는 시녀가 오는 것을 보고 가게에서 뛰어나와 시녀의 발 앞에 꿇어앉아 두 손으로 그 발을 꼭 붙잡고
「어머님, 어머님은 오랫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하고 울었다. 또 그 사내의 부탁을 받은 패거리들도 그 곁에 서서
「손발이나 입모습이나 옷이나 무엇을 보든지 꼭 모자가 틀림없다.」
고 거들었다. 그 패거리까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자 시녀도 엉겁결에
「이것은 틀림없는 내 아들이다.」
생각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울면서 서로 껴안았다.
그 때에 그 사내는 시녀에게 물었다.
「어머님, 어머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아들아, 나는 지금 사제 딸 긴나라의 은혜를 입고 있다. 세상에 드문 미인을 섬기고 있다.」
「어머님은 지금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그 아가씨의 꽃과 향을 사러 가는 길이다.」
「어머님, 왜 다른 점방에 가서 사십니까. 지금부터는 얼마든지 우리 점방에서 가져가십시오.」
그리하여 그는 돈도 받지 않고 탄푸울리(약과)며 탁코올라카(향)며 그 밖에 여러 가지 향과 꽃을 주었다. 시녀가 돌아오자 소녀는 그 많은 향과 꽃을 보고
「우리 사제님은 오늘 무슨 일로 기분이 좋으셨는가.」
「무슨 말씀입니까.」
「오늘은 향과 꽃을 많이 사 주셨으니까.」
「아버님이 돈을 많이 주신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 아들 점방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시녀는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뒤로는 사제에게 받는 돈은 모두 제가 가지고 꽃과 향은 아들 점방에서 거저 얻어 왔다.
2,3일 지난 뒤에 그 사내는 거짓병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시녀는 그 점방에 갔으나 아들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내 아들은 어디 갔습니까.」
하고 사람에게 물어 그 침실로 가서 머리말에 앉아 등을 어루만지며
「아들아, 어디가 아프냐.」
고 물었다.
그러나 아들은 잠자코 있었으므로 시녀는 다시 물었다.
「아들아, 왜 말하지 않느냐.」
「어머님, 죽어도 이것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아들아, 내게 말하지 많고 누구한테 말하겠느냐.」
「그러면 말하겠습니다마는 내 병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 아가씨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애욕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아가씨를 얻으면 살아나겠지마는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죽을 것입니다.」
「아들아, 그 일은 내게 맡기고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아들을 격려하고 시녀는 많은 향과 꽃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하여 곧 소녀에게 가서 말하였다.
「아가씨, 내 아들은 내게서 아가씨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죽을 만큼 아가씨를 사모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만일 네가 할 수 있으면 데려와도 좋다.」
소녀의 말을 들은 뒤로는 시녀는 온 집안의 구석구석을 다 쓸어 쓰레기를 모아, 꽃을 담는 큰 상자에 그것을 담아 운반해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 상자의 조사를 당하면 그 수위 여자에게 쓰레기를 뒤집어씌워 여자 수위들은 달아났다.
이렇게 무엇이나 조금이라도 말을 거는 수위가 있으면 시녀는 쓰레기를 뒤집어씌우므로, 그 뒤로는 시녀가 그 상자에 무엇을 넣어 드나들더라도 수위들은 조사하지 않았다.
때는 좋다 하고 시녀는 그 사내를 상자에 넣어 소녀 있는 곳으로 운반해 들어갔다.
그리하여 사내는 소녀의 정조를 깨뜨리고 2,3일 머물면서, 사제가 밖에 나가면 둘이서 즐기고 사제가 돌아오면 사내는 숨었다. 며칠을 지낸 뒤 소녀는 그 사내에게 말하였다.
「여보, 당신은 이제 여기서 떠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 사제를 한 번 때려 주고 갔으면 좋겠다.」
소녀는
「그러면 한 번 때려 주고 가십시오.」
하고 사내를 숨겨 두었다.
사제가 집에 돌아왔을 때 소녀는 그 사제(司祭)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피리를 불면 나는 춤을 추겠습니다.」
「그래라, 아가, 춤을 추어라.」
하고 사제는 피리를 불었다.
「당신이 보고 계시면 부끄럽습니다. 아버지 얼굴을 덮어씌우고 춤을 추고 싶습니다.」
「부끄럽거든 그리하려므나.」
소녀는 두꺼운 베로 그 눈을 가리고 얼굴을 덮어 씌었다.
사제는 얼굴을 덮어씌운 채 피리를 불었다.
소녀는 조금 추다가
「당신 머리를 한번 때려보고 싶습니다.」
고 하였다. 소녀에 약한 사제는 무슨 까닭인지도 모르고 때려도 좋다고 승낙하였다.
소녀는 그 사내에게 신호를 주어 사내는 가만히 나와 사제 뒤에 서서 치니 그 머리에 혹이 생겼다.
그는 아픔을 참고
「네 그 손을 어디 좀 보자.」
하였다. 소녀가 손을 내어 그 손 위에 놓자
「손은 부드러운데 어째 그리 세게 때리느냐.」
고 하였다. 사내는 사제를 때린 뒤에 몸을 숨겼다.
소녀는 사내가 숨은 뒤에 사제의 얼굴에서 베를 벗기고, 기름을 가져와 머리 상처에 발라 주었다.
그리고 사제가 밖으로 나간 뒤에 시녀는 사내를 상자에 넣어 실어 내었다.
사내는 곧 국왕에게로 가서 이 사실을 전부 이야기하였다.
그리하여 국왕은 조회에 나은 사제를 보고
「사제여, 우리 주사위 놀이를 하자.」
고 하였다. 이에 사제는 응낙하고 주사위놀이를 하였으나 변변히 졌다.
국왕은 그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사제에게 말하였다.
「사제여, 왜 (예외)라고 하는가. 그대 소녀는 정조를 깨뜨렸다.
그대는 소녀가 세상에 난 뒤로 늘 감시하였으나 정조가 무너졌다.」
「여자란 비록 품에 넣어 가지고 다니더라도 감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사제는 소녀 앞에서
얼굴을 싸매고 피리를 불었다.
아내란 다만 알을 낳기 위한 것
그런데 현자(賢者)로서 누가 그 아내를 믿으랴.」

이렇게 보살(국왕)은 사제에게 설법하였다.
사제는 이 설법을 듣고 곧 집으로 돌아가 그 소녀를 보고
「너는 이러이러 죄를 지었다는데 사실인가.」
고 따졌다. 소녀는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나는 결코 그런 짓을 안했습니다. 만일 믿지 못하시겠다면 나는<당신 이외의 남자 손에는 닿은 일이 없음>을 맹세하고 불에 뛰어들어 당신이 믿도록 하겠습니다.」
서 원했다.사제는 그러라 하고 많은 섶을 쌓아 불을 붙이고 소녀를 불러
「만일 네가 자신이 있으면 이 불 속에 뛰어 들라.」
하였다.
그런데 이에 앞서 소녀는 시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아들에게 가서 <미리 그 장소에 와있다가 내가 불에 뛰어들려 하거든 내 손을 잡도록 하라>
고 일러 두어라.」
시녀는 아들에게 가서 그대로 일렀다.
그리고 사내는 미리 와서 군중들 속에 서 있었다. 소녀는 사제를 속이려고 많은 사람 앞에 서서
「사제님, 나는 당신 이외의 어떤 남자 손에도 닿은 일이 없습니다.
이 맹세의 진실을 보이기 위해 이 불은 나를 태우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불에 뛰어들려 하였다.
이때 사내는 곧 뛰어나가
「이 사제님 하는 짓을 보십시오. 이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불에 넣어 죽이다니.」
하고 그 소녀의 손을 잡았다. 소녀는 그 손을 뿌리치고 사제를 향하여
「여보, 내 맹세는 깨어졌습니다. 나는 이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고 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나는 <내 남편 이외의 어떤 남자 손에도 닿은 일이 없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사내에게 손을 잡히었습니다.」
사제는 그제야 속은 줄 알고 그 소녀를 때려주고 내쫓았다.
여자란 이처럼 죄악에 가득 차 있는 물건이라 한다.

부처님은「그 때의 그 국왕은 나였느니라.」고 하셨다.』

<본생경>

연관목차

323/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