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의 전생이야기

해상의 전생이야기

[ 海商- ]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그 5백의 가족들을 거느리고 지옥에 떨어진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두 큰 장로가 그 제자를 데리고 가자 제바달다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입으로 뜨거운 피를 토하고 격심한 병에 괴로워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덕을 생각하며 나는 아홉 달 동안 부처님에 대해 해로운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에게는 내게 대한 악의가 없고 80명의 큰 장로들도 내게 대해 악의를 가지지 않았다.
나는 내가 지은 악업 때문에 이제 완전히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부처님에게, 큰 장로들에게도 친족의 어른인 라후라 장로에게도 석가족의 왕가에게도 버림을 받았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 가서 사과하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종자들을 시켜 자기 침대채로 들리고 밤에만 여행하여 구살라성에 도착했다.
아난다 장로는 부처님께
「부처님,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사과하러오는 도중이라 합니다.」
하고 사뢰었다. 부처님은
「아만다여, 아마 제바달다는 나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하고 답하셨다.
제바달다가 사위성에 도착했을 때, 아난다 장로는 또 그것을 부처님께 사뢰었으나 부처님의 대답은 여전하셨다.
제바달다가 기원정사의 문 앞에 있는 연못 가까이 왔을 때 그 악의 과보는 절정에 이르렀다.
몸에서 심한 열이 나므로 목욕하고 물을 마시고
「침대를 내려놓아라, 나는 물을 마시고 싶다.」
하고 땅에 내려서자 동시에 대지가 입을 벌리고 갑자기 아비지옥에서 불꽃이 솟아나 그를 둘러 감았다. 그는 그 악업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고 부처님 덕을 생각하며 다음 게송으로 부처님께 귀의(歸依)하면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이 내 모든 뼈로써,
저 뛰어난 사람, 신(神) 가운데의 신,
사람과 법을 다루는 사람
일체를 두루 보는 사람,
온갖 복상 (福相)을 구족한
저 부처님께
내 목숨을 다해 귀의합니다.

그에게는 5백명 사자의 가족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그와 한패가 되어 부처님을 비방하고 꾸짖었기 때문에 다 함께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이렇게 제바달다는 그 5백 가족들을 거느리고 아비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목수의 부락이 있어 그들은 천명의 가족을 포용하고 있었다.
목수들은 거기서 남의 침대를 만들어 준다 의자를 만들어 준다 집을 지어 준다 하면서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빚을 졌다.
그러나 갚을 길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그들을 만나면 빚을 독촉하기도 하고 일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빚쟁이 등살에 거기 살 수 없어 다른 나라 어디로 가서 살기를 생각했다.
그리하여 숲 속에 들어가 나무를 베어 와서 큰 배를 만들어 강으로 운반해 내려가 그 마을에서 8분의 1 유순 되는 곳에 그것을 두었다.
밤중에 그들은 마을로 돌아와 처자를 데리고 가서 배에 태워 큰 바다로 나가 바라문을 따라 떠돌면서 큰 바다 복판에 있는 어떤 섬에 닿았다.
그런데 그 섬에는 저절로 나 있는 쌀이며 감자며 파초·암라·염부·파라밀·여자 등 갖가지 과일이 있었다.
파선을 당한 어떤 사람이 그들보다 먼저 그 섬에 와서 쌀과 감자 등을 먹으러 거기 살고 있었는데 몸은 장내하고 나체로서 머리도 수염도 그대로 두고 있었다. 목수들은
「만일 나찰이 이 섬을 점령해 있으면 우리는 전부 죽고 말 것이다. 한 번 탐험해보자.」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건장하고 힘센 사내 일곱 사람이 다섯 가지 무기로 몸을 든든히 하고 배에서 내려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 때에 섬에 사는 그 사내는 아침을 먹고 감자 즙을 마신 뒤에, 편안히 기분 좋은 장소에 있는 은판 같은 모래땅의 시원한 나무그늘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그는
「염부제에 사는 사람들은 밭을 갈고 씨를 뿌려도 이런 즐거움은 얻을 수 없다.
실로 내게 있어서 이 섬은 염부제보다 낫다.」
하면서 그 기쁨을 노래로 불렀다.
「저 사람들 밭 갈고 씨 뿌리네. 저 인간들 온갖 업의 과보로 살아가네. 이 나라의 즐거움 저들은 못 누리네. 여기는 내게 있어 염부제보다 낫네.」
그 때 목수들은 그 노래 소리를 듣고
「사람 소리 같은 소리가 들린다 한번 조사해 보자.」
하고 그 소리를 따라 가서 그 사내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를 야차로 생각하고 놀라 화살을 겨누었다.
그 사내도 이 사람들을 보고 죽음을 두려워하여
「여러분, 나는 야차가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부디 내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하고 간청했다.
「사람이 어떻게 너처럼 완전한 나체로 있을 수 있는가.」
하고 위협하자 그는 갖가지로 간청하여 겨우 인간임을 이해시켰다.
그들은 그 사내 가까이 가서 다정한 말로 그가 어떻게 거기까지 오게 되었는가를 물었다.
그는 그들에게 그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 뒤에 이어 말했다.
「당신들은 복덕이 있기 때문에 여기 와졌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훌륭한 섬입니다.
여기서는 아무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절로 나 있는 쌀이며 감자등이 무한히 있습니다. 아무 걱정 말고 여기서 사십시오.」
「우리가 여기 살아도 아무 위험이 없겠는가.」
「여기서는 다른 위험이라고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섬은 신(神)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 신들은 당신들이 대소변을 보면 성을 냅니다. 그러므로 대소변을 볼 때에는 모래를 헤치고 거기다 보고, 본 뒤에는 모래로 그것을 덮으시오. 그 이외에는 아무 위험이 없습니다.
언제나 그것만 주의하십시오.」
그런데 그들 천 명의 가족 중에서 5백명 가족에 한 사람씩, 즉 두 사람의 우두머리 목수가 있었다.
한 사람은 우자로서 맛난 음식을 탐하였고 한 사람은 현자로서 맛난 음식에 집착이 없었다.
그 뒤로 그들은 다 거기서 편히 살면서 몸도 살이 쪘다. 그들은
「우리는 오랫동안 취해 본 일이 없다. 감자즙으로 술을 만들어 먹어 보자.」
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술을 만들어 그것을 마시고 취한 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다가 취한 김에 여기 저기 대소변을 보고는 그것을 덮지 않아 온 성을 다 더럽게 만들었다. 신들은
「이 녀석들은 즐거운 내 성을 모두 불쾌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고 매우 화를 내어, 바닷물을 넘치게 하여 그 섬을 깨끗이 쓸어버리려고 생각하다가
「지금은 어두운 밤이다. 우리 모임은 이것으로 끝났다.
지금부터 보름 후 자자일(自姿日)에 달이 뜰 때를 기해 해일을 시켜 이 자들을 모두 죽여버리자」
하고 날을 정해두었다.
그런데 그 신들 가운데 정직한 한 신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이 사람들을 내가 보는 앞에서 죽일 수는 없다.」
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그들이 저녁을 먹고 집 앞에서 즐거이 이야기하며 앉아 있을 때 일체의 아름다운 장엄으로 몸을 꾸미고, 온 섬을 하나의 광명으로 비추며 나타나 북쪽 허공에 서서
「여러분, 신들은 다 매우 화를 내고 있다. 여러분은 여기 살아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반 달 뒤에 신들은 해일을 시켜 여러분을 다 죽여 버릴 것이다. 여기서 달아나라.」
하매 다음 게송을 외웠다.

「보름밤 달이 떠오를 때에
바닷물의 큰 힘이 엄습해 와서
훌륭한 이 섬을 쓸어 가리니
너희들 다른 의지할 곳 찾아 멸망하지 말라.」

이렇게 그들에게 충고한 뒤에 그는 자기주소로 돌아갔다.
그가 떠나자 다른 한 잔인한 신의 아들은
「저들이 저 말을 듣고 여기서 달아나려하나 나는 저들의 가는 것을 방해하여 저들 전부를 죽여 버리리라.」
생각하고 신의 장엄으로 몸을 꾸미고는 온 마을을 한 광명으로 비추면서 남쪽 허공에 서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기 어린 신의 아들이 왔던가.」
「왔었습니다.」
「그는 그대들에게 무엇이라 말하던가.」
사람들이 사실대로 말하자, 그 신은
「그 신은 너희들이 여기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화를 내어 말한 것이다.
너희들은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여기 살아라.」
하며 다음 게송을 외웠다.

「진실로 저 바닷물의 힘이
이 훌륭한 섬을 분쇄하지 않으리
그것은 모든 정조로 내가 본 것이거니
두려워 말라, 무엇을 걱정하리, 즐거이 살라

많은 먹을 것, 마실 것 있나니
이 훌륭한 이 곳에 살라
너희들의 두려움 나는 보지 못하나니
자자손손(子子孫孫)들 함께 즐거이 살라.」

이렇게 그는 이 게송으로 그들을 위로하며 돌아갔다.
그가 떠난 뒤에 어리석은 목수 우두머리는 정직한 신의 그 말은 믿지 않고 말했다.
「여러분, 내 말을 들으라. 남쪽에서 나타난 그 신의 안온하다는 말 거기에 진리 있다.
북쪽의 신은 두려움도 편안함도 모르나니 두려워 말라, 무엇을 걱정하리, 즐겁게 살라.」
이 말을 듣고 맛난 음식을 탐하는 5백의 목수들은 그 우자의 말을 곧이들었다.
그러나 그 현명한 목수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다음 게송으로 목수들에게 답하였다.
「저 야차들이 서로 답하는 것처럼
하나는 두려움을, 하나는 안온을 말하였나니
그러므로 이제 내 말 들어라
당장 모두가 멸망하지 않을 길을

모든 이들 여기 모여 배를 만들라
모든 기구 다 갖춘 튼튼한 통나무 배를
만일 남쪽의 말에 진리가 있고
저 북쪽 신이 거짓을 말했다면

이 우리들 배가 불행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이 섬을 버리지 않으리
또 만일 북쪽 신의 말에 진리가 있고
그 남쪽 신이 거짓을 말했다면
우리 모두들 그 배를 타리
우리는 편안하게 저 언덕에 이르리.

처음 말한 것도 훌륭하다 취하지 않고
또 뒤의 말도 취하지 않고 들은 대로 다들어
그 중간 것을 음미해 취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곳에 이르리.」

이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자, 우리는 저 두 신의 말을 다 들었으니 이제 배를 준비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만일 처음 말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그 배를 타고 달아날 것이요, 또 뒤의 신의 말이 진실이라면 이 배를 한쪽에 두어 두고 여기서 살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렇게 말하자 어리석은 목수는
「그대는 물그릇 속의 악어를 보고 있구나. 그대는 너무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다.
처음의 신은 우리에 대해 화를 내어 말했는데 뒤의 신은 우리를 사랑해 말한 것이다.
이처럼 훌륭한 섬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만일 그대가 가고 싶거든 그대를 따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만들어라.
우리는 배를 만들 필요가 없다.」
하였다. 현명한 사내는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배를 만들어 필요한 모든 기구를 싣고 그들과 함께 배 위에서 있었다.
그러자 보름날이 되어 달이 오를 때 바다에서 물결이 올라와 무릎까지의 깊이로 온 성을 휩쓸어 갔다. 현명한 사내는 바닷물이 불어나자 배를 풀어놓아 띄웠다.
그러나 어리석은 목수를 따르는 5백명 가족들은
「바다에서 물결이 섬을 쓸으려 밀려온다. 그러나 이런 것쯤이야.」
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앉아 있었다.
그러자 물은 허리쯤 올라오고 등까지 올라오며 다리나무의 깊이, 일곱 다리나무의 깊이가 되어 그 섬을 완전히 쓸어갔다.
현자는 방법이 좋았으므로 맛난 음식에 집착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나 어리석은 목수는 맛난 음식을 탐하였으므로 미래의 위험을 살피지 못하였고 그 5백의 가족들과 함께 파멸을 당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비구들이여, 제바달다가 현재의 안락에 사로 잡혀 미래를 생각하지 않다가 그 종자들과 함께 파멸을 당한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시고
『그 때의 그 우치한 목수는 제바달다요, 남쪽에 섰던 비범의 신은 저 구가리요, 북쪽에 섰던 신은 저 사리불이요, 그 현명한 목수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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