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마왕의 전생이야기

수시마왕의 전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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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대무욕(大無欲)에 대해 말씀하신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그 왕의 사제관(司祭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나던 날 바라나시왕의 왕자도 났다.
이름 짓는 날에 보살은 수시마 동자라 이름하고 그 왕자는 범여 동자라 하였다.
바라나시왕은 보살이 그 왕자와 같은 날에 낳다는 말을 듣고 보살을 데려와 유모(乳母)를 붙여 두고 왕자와 함께 길렀다.
그들은 성년이 되어 훌륭한 천자(天子)의 모습을 갖추고 득차시라에 가서 갖가지 학예를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하여 왕자는 부왕(副王)이 되었다가 그 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왕위에 나아가 보살에게 큰 명예를 주어 사제관의 지위에 앉았다.
어느 날 거리를 장식하고 제석천왕처럼 꾸민 왕은 이라바나처럼 온화하고 훌륭한 코끼리를 타고 보살은 그 뒷자리에 태워 거리를 오른쪽으로 돌았다.
왕의 어머니는 그 아들을 보려고 창앞에 서서 거리를 오른쪽으로 돌고 돌아오는 왕자를 바라보다가 그 뒤에 타고 있는 사제(보살)를 보고는 연모하는 마음을 일으켜 침실에 들어가
「나는 이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차라리 죽고 말리라.」
생각하면서 음식을 토해 버리고는 침대에 누웠다. 왕은 돌아와 그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므로
「어머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시녀들에게 물어, 그 어머니가 병으로 누웠다는 말을 듣고 그 곁에 가서 인사한 뒤에
「어머님,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고 물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나와 왕좌(王座)에 앉아 그 왕비를 불러 그 어머니 병을 물어보고 오라 하였다.
왕비는 가서 어머니 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여자란 그 비밀을 끝내 숨기지 못하는 것이라 마침내 왕비에게 그 이유를 말하였다.
왕비는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렸다. 왕은
「그러면 그대는 가서 어머님을 위로하시오 나는 저 사제관을 왕으로 삼고 어머니를 왕비로 삼겠소.」
하였다. 왕비는 가서 그 어머니를 위로하였다.
그리고 왕은 보살을 불러 그 사실을 말하고
「그대는 우리 어머니를 살려 주시오. 그대가 왕이 되어 주면 어머니는 왕비가 되고나는 부왕(副王)이 되겠소.」하였다.
보살은 그리 할 수 없다고 왕의 청을 거절하였으나 왕이 재삼 간청하므로 마침내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보살을 왕으로 삼고 그 어머니를 왕비로 그리고 자신은 부왕이 되었다.
그들은 친밀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나 그 뒤에 왕은 가정생활에 불쾌를 느껴 욕심을 버리고 출가하기로 생각이 기울어졌다.
그리하여 번뇌와 애욕에 집착이 없어진 보살은 서거나 앉거나 누워도 혼자이어서 마치 감옥에 갇힌 사람이나 새장에 갇힌 닭과 같았다. 그 때 그 왕비는
「이 왕은 나와 함께 향락하지 않고 언제나 혼자서 서고 앉고 눕고 한다.
이 왕은 자기는 아직 젊어 원기가 왕성한데 나는 늙어 머리가 희었다.
그러므로 나는 거짓말로(대왕님, 당신 머리에 횐 털이 있습니다)하는 방편으로 왕을 납득시켜 나와 함께 향락하게 하자.」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어느 날 왕비는 왕의 머리에서 이를 잡는 채 뒤적이다가
「대왕님 당신도 이제 늙었습니다. 머리에 흰 털이 났습니다.」
고 하였다. 보살은
「여보, 그러면 그것을 뽑아 내 손에 놓으시오.」
고 하였다.
왕비는 왕의 머리에서 털을 하나 뽑아 그것을 던져 버리고. 제 머리에서 횐 털을 하나 뽑아
「대왕님, 보십시오. 이것이 당신 머리의 흰 털입니다.」
하고 그 손바닥에 놓았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 두려워 떨면서 금빛판자 같은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그는 자신을 경계하여
「수시마여, 너는 젊으면서 벌써 늙었구나. 이처럼 오랫동안 진창에 딩굴고 있는 돼지처럼 애욕의 수렁 창에 빠져 그 더러운 것을 버리지 못했다.
너는 이제 애욕을 버리고 출가하여 설산에 들어가 법행(法行)을 닦을 때가 되었다.」
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원래 내 머리털은 어느 것이나
보는 것마다 새까맣었다
그런데 오늘 횐 털을 보았나니, 수시마여,
법의 길을 밟아라 범행을 닦을 때다.」

보살이 이렇게 범행을 찬양할 때 왕비는
「이제는 출가하지 않도록 그 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리라.」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내게는 횐 머리털 있어도 왕이여,
당신에게는 없다
그 횐 머리털은 내 머리의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하여 거짓말하였나니
용서하라, 대왕이여, 내 이 죄를

젊고 아름다운 내 낭군님
더욱 향기로워 어린 새싹 같아라
너까지도 곱게 보라 내 주인님,
흘러가는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자」

보살은 이 말을 듣고
「왕이여, 그대는 실로 사람이 늙을 때, 이 검은 머리가 변해 삼베처럼 희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왜냐하면 푸른 연꽃의 화환이 사랑스럽고 금빛 모습과 같이 훌륭하고 젊어 우미(優美)한 무사족(武士族)의 처녀들도 때가 흘러 늙어지면 얼굴은 여위고 육체는 허물어지기 때문이오.
왕비여, 실로 이 생물의 불행한 최후는 이러한 것이오.」
하고 부처님의 위력으로 설법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나는 보았네 한창 처녀가
왕성한 원기와 아름다움 자태로
카라나무 싹처럼 한들거리며
사내에게 달라붙는 색마(色魔) 같음을

그런데 우리는 뒷날에 보나니
그 처녀 80 90 오래 살 때는
지팡이 짚고 떨면서
서까래처럼 굽어 가는 것.」
이렇게 보살은 이 게송으로 아름다운 얼굴의 슬픔을 말하고는 다시 가정생활의 불쾌한 것을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그것 보고 깊이 생각한 뒤에
나 혼자서 침대에 누웠었다
나도 또한 그렇게 관찰해 생각하고
범행을 닦을 때라, 가정이 싫어졌다.

가정생활의 그 즐거움
그것은 그물과 같은 것이다
현자는 그것 끊고 행각(行脚)하나니
쾌락도 다 버리고 구함도 없이.」

보살은 이렇게 쾌락과 비애를 설명하고 부처님의 위력으로 설법한 뒤에 그 벗 부왕을 불러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리고 친척·벗들이 슬퍼하는 가운데서 존엄과 권력을 버리고 설산에 들어가 선인이 되어 선정에 의한 신통을 얻었다.
그리하여 범천세계에 날 몸이 되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이 진리를 설명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로수를 마시게 하고 다시 전쟁과 금생을 시켜
『그 때의 그 왕비는 저 라후라의 어머니요, 그 왕은 저 아난다며, 그 수시마왕은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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