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을 잘 아는 동자의 전생

발자국을 잘 아는 동자의 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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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동자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 아이는 사위성의 어떤 거사의 아들로 일곱 살이 되자 발자국을 잘 알았다.
그 아버지는 그를 시험하려고 그가 모르는 동안에 어떤 친구 집으로 갔다.
그는 아버지의 행방을 물어 보지도 않고 그 아버지 발자국을 따라 아버지를 찾아가 그 앞에 섰다.
어느 날 아버지는 그에게
『아가야, 나는 네게 내 행방을 알리지 않았는데, 너는 어떻게 내가 간 곳을 알았는가.』
『아버지, 나는 아버지 발자국을 잘 분별합니다. 나는 발자국을 잘 압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다시 그를 시험하려고 아침을 먹고는 집을 나가 곧 이웃집으로 갔다가 거기서 나와 둘째 집으로 가고 다시 셋째 집으로 갔다가 나와서 다시 자기집 문까지 돌아왔다.
거기서 다시 성 북문으로 갔다가 거기서 나와 성을 왼쪽으로 돌아 기원정사로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설법을 들으면서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또 기원정사로 가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버지 결에 섰다.
아버지는 물었다.
『부처님, 이 애는 발자국을 잘 분별합니다. 나는 이 애를 시험하기 위해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애는 집에서 내가 보이지 않으니까 내 발자국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우바새여, 땅의 발자국을 알아보는 것은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 옛날 현인은 허공의 발자국까지 알아보았다.』하고 과거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그 왕후는 품행이 좋지 못했으므로, 왕의 따짐을 받았을 때
「만일 내가 간음을 행했다면 나는 마면야차(馬面夜叉)가 될 것입니다.」
하고 맹세하였다.
과연 그 왕후는 죽어 어떤 산기슭에 사는 여자 야차가 되어 바위굴속에 살게 되었다.
그리하여 큰 기슭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통하는 큰 길을 다니는 사람들을 잡아먹고 살았다.
전설에 의하면 그녀는 3년 동안 야차의 왕인 다문천(多聞天)을 섬긴 끝에, 세로 30 유순, 가로 5 유순에 걸친 지역 안에서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허락을 얻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훌륭한 부자 바라문이 많은 종자들을 데리고 그 길을 지나갔다.
야차는 그를 보자 큰 입을 벌리고 웃으면서 달려왔다.
종자들은 모두 달아났다.
야차는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와 바라문을 붙잡아 업고 동굴로 갔다.
그 때 그 야차는 바라문과 접촉했기 때문에 번뇌가 생겨 그에 대해 애정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잡아먹지 않고 남편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사이좋게 지냈다.
그 뒤로 그녀는 사람을 잡았을 때에는 옷과 쌀과 기름 따위를 빼앗아 와서는 바라문에게 갖가지 맛난 음식을 만들어 주고 그자신은 사람의 고기를 먹었다.
그녀는 밖에 나갈 때에는 바라문이 달아날까 걱정하여 큰 돌로 동굴 입구를 막아 두고 나갔다.
그들이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동안 보살은 전생을 마치고 그 바라문을 아버지로 하여 여자 야차의 태 안에 들어 있다가 열 달이 지난 뒤에 사내로 태어났다.
그녀는 아기와 바라문에 대해 강한 애정을 느끼면서 그들을 부양하였다.
보살이 성장한 뒤에 그녀는 그 아버지와 함께 굴속에 가두어 두고 문을 막았다.
어느 날 보살은 그녀가 나간 줄을 알고 그 돌을 없애버리고 아버지를 데리고 나왔다.
그녀는 돌아와 그 돌을 누가 없애 버렸느냐고 물었다. 보살은
「어머님, 내가 그 돌을 없앴습니다. 우리는 깜깜한 곳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 하였다. 그녀는 그 아들이 귀엽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보살은 아버지에게
「아버지, 아버지 입과 어머니 입과 그 모양이 다릅니다. 그것은 대체 무슨 까닭입니까.」
「아가야, 네 어머니는 사람 고기를 먹는 야차요, 우리는 사람이다.」
하였다. 보살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곳에 있습니까. 우리는 사람들 사는 곳으로 가십시다.」하고 권하였다.
「아가야, 만일 우리가 달아나면 네 어미는 우리를 다 죽일 것이다.」
「아버지, 두려워하실 것 없습니다. 아버지를 사람들 사는 곳으로 모시고 가는 내 책임입니다.」
그는 이렇게 아버지를 격려하였다. 그리하여 이튿날 그녀가 나갔을 때,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달아났다.
그녀는 돌아와 그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바람처럼 빨리 그 쫓아가 그들을 붙잡고 그들 뒤를
「바라문님, 왜 달아나십니까. 당신은 여기서 무엇이 부족했습니까.」
하고 물었다. 바라문은
「여보, 그렇게 성낼 것 없소. 그대 아들이 나를 데리고 나온 것이오.」
하였다. 그녀는 아들에 대한 애정 때문에 다시는 말하지 않고 그들을 위로하였다.
그리고 2,3일 동안 계속해 달아난 그들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보살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우리 어머니는 활동하는 범위가 정해져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자유로운 장소의 그 범위를 물어 보자 그리하여 그 구역 밖으로 달아나자.」
그리하여 어느 날 그는 어머니 곁에 앉아 물었다.
「어머님, 어머님의 소유는 그 아들이 물려받는 것입니다. 어머님의 자유로운 그 땅의 범위를 내게 알려 주십시오.」
그녀는 모든 방향에 있는 산의 목표를 이야기하고 세로 30 유순과 가로 5 유순의 지역을 이야기한 뒤에 「아가야, 내 활동 범위는 이뿐이라는 것, 알아두거라.」
하였다. 2,3일 후에 보살은 그녀가 숲으로 간 뒤에 그 아버지를 어깨에 메고 그녀가 설명하던 것을 목표로 하여 바람처럼 빨리 날아 경계되는 강기슭에 이르렀다.
그녀는 돌아와 그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곧 그 뒤를 쫓았다.
그 때 보살은 아버지와 함께 강 한복판에 있었다.
그녀는 쫓아오다가 강가에 왔으나 그들이 벌써 그 지역 밖에 있음을 알고 그 자리에 서서
「아들아, 아버지를 모시고 돌아오너라. 내게 무슨 죄가 있느냐. 내게 있을 때 무슨 부족이 있던가.
여보시오, 빨리 돌아오시오.」
하면서 그 아들과 남편에게 탄원하였다.
그때 바라문은 그 강을 건너왔다. 그녀는 다시 보살을 보고
「아들아, 그래서는 안된다. 부디 돌아오너라.」
고 하였다.
「어머니, 나는 사람이요, 당신은 야차입니다. 나는 언제고 당신 곁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아들아, 너는 아무래도 돌아오지 않겠느냐.」
「어머니, 나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 어머니는
「만일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인간 세상에서 생활하려면 그것은 고통이다. 아무 기술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나는 여의보라는 다라니를 알고 있다.
그 힘에 의해 과거 11년을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갈 수 있지.
이것은 네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필요할 것이다.
아들아, 이 거룩한 주문(呪文)을 받아 가지고 가거라.」
하고 큰 고통을 느끼면서도 아들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 주문을 보살에게 주었다.
보살은 강 복판에 선채 어머니에게 경례하고 거북처럼 손을 모아 그 주문을 받고 그리고는 다시 경례하며
「어머니, 그러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였다. 그녀는
「아들아,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살수 없다.」
하고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곧 아들에 대한 슬픔 때문에 심장이 찢어져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죽었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 아버지를 불러 어머니 곁에 가서 섶을 쌓아 화장하였다.
그리고 화장장의 불을 끄고는 갖가지 빛깔의 꽃을 공양하고 슬피 울다가 아버지와 함께 바라나시로 돌아갔다.그리하여 그는 왕궁 문 앞에 서 있었다. 지기는 왕에게
「발자국을 잘 아는 아이가 문 밖에 와서 서있습니다.」
하며 아뢰었다. 왕은 그를 안내하라고 명령하여 그가 들어가 왕에게 인사하자 왕은
「너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고 물었다. 그는
「대왕님, 과거 12년 동안 도둑맞은 물건이 있으면 그 발자국을 따라가 찾을 수 있습니다.」하였다.
「그러면 나를 섬기고 있어라.」
「하루 천금씩 주시면 섬기고 있겠습니다.」왕은 좋다 하고 하루 천금씩 주고 그를 썼다.
어느 날 사제관은 왕에게
「대왕님, 이 아이는 특별한 기능(機能)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가 과연 어떤 기능을 가진지 모릅니다. 이제 한 번 시험해 보십시다.」
하고 권하였다. 왕은 그러자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왕과 사제관은 갖가지 보물을 지키는 사람에게 미리 가만히 일러두고 가장 귀중한 보물을 가지고 나와 궁성을 세 번 돈 뒤에, 사닥다리를 놓고 담 꼭대기를 넘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재판소에 들어가 우선 거기 앉았다가 다시 나가 그 주위를 세 번 돌고 내려가 물 속에 그 보물을 두고 궁성이 있는 높은 누대로 올라갔다.
이튿날 궁성의 보물을 훔쳐간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펴졌다.
왕은 모르는 채 보살을 불러
「벗이여, 궁성에서 많은 보물을 도둑맞았다. 그 발자국을 따라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고 하였다. 보살은
「대왕님, 나는 과거 12년 동안의 도둑맞은 물건은 그 도둑의 발자국을 따라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겨우 하룻밤 동안에 도둑맞은 물건쯤이야 아무 어려움 없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내가 그것을 찾아오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고 즉시 찾아내었다. 대왕은 물었다.
「너는 그 도둑이 훔쳐간 물건을 곧 찾아내게 주었다. 그런데 너는 그 도둑을 붙잡아 내게 끌고 올 수 있겠는가.」
「대왕님, 도둑은 여기 있습니다. 그러나 물건을 찾았으면 그만이지 도둑을 잡으려 애쓰지 마십시오.」
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왕님, 옛날 바라나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어떤 강마을에 파타라라는 무용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그 아내를 데리고 바라나시로 들어가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 돈을 벌었습니다.
그 축일(視日)이 끝났을 때, 강가에 도착 했었습니다.
그 때 그는 시원히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술을 마시고 앉아 있다가 그만 취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 역량은 모르고 그 큰 비파를 목에 걸고 그 강을 건너가리라 생각하고는 그 아내의 손을 잡아 끌며 강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 그 비파 구멍으로 물이 새어들어 비파의 무게로 그는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그것을 보고는 그를 버리고 강가로 달려나가 거기 서 있었습니다.
그는 물에 떴다 잠겼다 하면서 물을 먹었기 때문에 배가 불룩해졌습니다.」
그 때 그녀는
「이제 저이는 죽을 것이다. 나는 먼저 그 노래를 배워 두었다가 군중들 앞에서 그것을 부르며 살아가자.」
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여보시오, 당신은 지금 물에 가라 앉으려합니다. 무엇이나 내게 노래 하나를 불러주십시오. 나는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려 합니다.」
하니 그 때 그는 그녀에게
「아내여, 나는 어떻게 네게 노래를 들려줄 수 있겠는가. 언제나 사람을 보호하고 있는 이 물은 지금 나를 죽이려 한다.」
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괴로워하고 번민하는 이에게
윤택을 주는 이 물 속에 빠져
나는 지금 죽게 되었거니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보살은 이 게송을 보이고 왕에게
「대왕님, 저 물은 백성들의 의지하는 집인 것처럼 대왕도 백성들의 의지하는 것입니다.
만일 왕에게서 두려움이 생긴다면 누가 그것을 막겠습니까.」
하고 다시
「대왕님, 이번의 이 사건은 비밀입니다. 나는 현명한 사람에게는 그가 깨닫도록 이야기합니다.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하였다. 왕은
「그런 암시적인 이야기는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 도둑을 잡아내게 넘겨라.」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왕을 옹호하기 위해 왕이 도둑이라고 바로 말하지 않고 다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대왕님, 옛날 바라나시 시외의 어느 마을에 어떤 옹기장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질그릇을 만들기 위해 찰흙을 파고 있었는데 같은 장소만 자꾸 팠기 때문에 그 동굴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그가 찰흙을 파고 있을 때, 갑자기 큰 비가 내려 물이 마구 쏟아지는 바람에 그 굴이 무너지면서 그의 머리를 때려 쪼갰습니다. 그는 슬피 울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여기서 모든 종자 나서 자라고
온갖 중생들 모두 여기서 산다.
그런 땅이 지금 내 머리 쳐부셨나니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백성들이 의지하는 집인 대지가 그 옹기장이의 머리를 쳐부순 것처럼, 이 세계 모든 백성들의 의지하는 집인 대왕이 도둑질을 했다면 누가 그것을 막겠습니까.
대왕님 이렇게 암시적으로 말하다 보면 그 도둑이 누구인가는 알 수 있겠지요.」
하였다. 그러나 왕은
「그런 암시의 의미를 나는 알 수 없다. 이 자가 도둑이라고 분명히 말하여 그 도둑을 내게 넘겨라.」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왕을 옹호하기 위해 왕이 도둑이라고 바로 말하지 않고 다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대왕님, 옛날 이 거리에서 어떤 사람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집 안에 들어가 물건을 꺼내 달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도 함께 집에 들어가 물건을 꺼내려 했을 때 문이 닫쳐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연기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어 길을 잃었으므로 그 몸은 뜨거움의 고통을 받아 집안에 서서 슬피 울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습니다.

「음식을 끓이고 추위를 막는
그 의무를 다하던 그 불은
이제 내 손과 발을 마구 태운다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마치 저 불처럼 백성들의 의지하는 집이어야 할 사람이 보물을 훔친 것입니다.
그 도둑이 누군가고 내게 묻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하였으나 왕은 그 도둑을 잡아 자기에게 넘기라고 주장했다.
그래도 그는 왕에게 당신이 바로 그 도둑이라고는 말하지 않고 다시 다른 예를 들어 말했다.

「대왕님, 옛날에 시내에서 어떤 사내가 너무 과식하여 소화불량이 되었으므로 그 고통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져 슬퍼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습니다.

「많은 바라문과 또 왕족들
그들의 생명을 기르는 음식도
이제 나를 죽이려 하나니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저 음식처럼 백성들의 의지하는 곳인 사람이 그 보물을 훔쳤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그 도둑이 누구냐고 묻습니까.」
고 하였다. 그러나 왕은
「만일 네가 할 수 있다면 그 도둑을 잡아오라.」
하였다. 그는 왕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시 실례를 들어 말했다.

「대왕님, 옛날 이 시내에 폭풍이 일어나 어떤 사내가 그 사지(四肢)를 다 다쳤습니다.
그래서 그는 슬퍼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습니다.

「더운 철의 마지막 달인 6월에
어진 사람이 빌어 구하는 그 바람은
지금 내 사지를 모두 부숴버렸네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이렇게 그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부디 이 뜻을 이해하십시오.」
하였으나 왕은 기어코 도둑을 잡아 오라 하였다. 그는 왕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시 다른 실례를 들어 이야기했다.
「대왕님, 옛날 설산중턱에 많은 가지를 가진 큰 나무가 있었는데 거기 몇 마리 새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의 두 가지가 마찰해 거기서 연기가 일고 불꽃이 날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그 새들의 왕은 다음 게송을 외웠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편히 사는
이 나무는 불꽃을 튕긴다.
벗들아, 어디로나 빨리 떠나라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나무는 새들의 의지하는 집인 것처럼 왕은 백성들의 의지하는 곳입니다.
만일 왕이 도둑질을 한다면 누가 그것을 막겠습니까. 대왕님, 잘 생각하십시오.」
하였으나 왕은
「어쨌든 그 도둑을 잡아오라.」
하였다. 그래서 그는 다시 다른 실례를 들어 말했다.
「대왕님, 가시국의 어느 마을에 큰 부자가 살았습니다. 그 집 서쪽에 잔인한 악어가 사는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한 사람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버지가 죽자 그는 어머니를 부양하며 살았습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어기면서 어떤 부자 집 딸을 며느리로 보았습니다.
그 며느리는 처음에는 시어머니를 존경하였으나 그 뒤에 제 아들, 딸들이 많아지자 마침내 시어머니를 없애버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며느리 어머니도 그 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며느리는 그 남편 앞에서 시어머니에 대한 갖가지 결점을 들면서 이간질하려 하자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떻게 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가.」
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깊이 잠들었을 때 침구와 함께 들고 가서 저 악어가 사는 강에 던져 버립시다.
그 때는 악어가 죽여 줄 것입니다.」
「그러면 너는 가서 우리 어머니가 자는 침대에 끈을 매어 표를 해 두고 오너라.」하였습니다.
아내는 그대로 한 뒤에 들어와 남편에게 알렸습니다.
남편은
「잠깐 기다려라. 가족들을 먼저 재운 뒤에 실행하자.」
하고 자기는 자는 체 누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가만히 일어나 거기 가서 그 끈을 장모 침대에 매어 두고 돌아와서는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습니다.
그들이 같이 가서 그 끈을 맨 침대와 함께 그녀를 내다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강에 있던 악어는 곧 그녀를 잡아먹었습니다.
이튿날 그 아내는 그런 사정을 알고
「보십시오. 우리 어머니는 이미 죽었습니다. 이제는 당신 어머니를 죽입시다.」
고 하였습니다. 사내는 승낙하고
「화장장에 섶을 쌓고 그를 속에 던져 죽이자.」
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고 있는 어머니를 화장장으로 들고가 거기 놓았습니다.
그 때 사내는 그 아내를 보고
「너는 불을 가지고 왔니.」
하고 물었습니다.
「참 그만 잊었습니다.」
「그러면 너는 가서 불을 가지고 오라.」
「나는 혼자 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있을 수도 없습니다. 둘이 같이 갑시다.」
그리하여 그들이 간 뒤에 어머니는 찬 기운에 잠이 깨어 그곳이 화장장임을 알고
「저들은 지금 나를 죽이려 한다. 이제 저들은 불을 가지러 갔다.」
생각하고
「저들은 아직 내 힘을 모른다.」
하고 중얼거리면서 어떤 송장을 가져와 그 침대에 눕혀 두고는 벼로 그 위를 덮고 자기는 달아나 그 장소에 있는 어떤 동굴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불을 가지고 와 그 송장을 어머니인 줄 알고 화장한 뒤에 거기서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들어가 있던 동굴에는 어떤 도둑이 보자기를 둔 채 그대로 갔습니다.
그 도둑은 보자기를 가지러 동굴로 돌아갔다가 그 노파를 보고
「이것은 틀림없이 야차다. 내 보자기는 이 야차가 훔친 것이다.」
생각하고 악마에 대해 전문으로 연구한 의사 한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 의사는 주문을 외우면서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노파는 의사를 보고
「나는 야차가 아닙니다. 자, 우리 둘이서 이 보물을 먹읍시다.」
하였습니다. 의사는
「그러나 어떻게 그 말을 신용할 수 있는가.」
하였습니다. 노파는
「당신 혀를 내 혀 위에 놓으십시오.」
하므로 의사는 그대로 하였습니다. 그 때 노파는 의사의 혀를 물어 끊어 버렸습니다.
의사는 노파를 야차임에 틀림없다 생각하고 혀에서 피를 떨어뜨리면서 울부짖고 달아났습니다.

이튿날 노파는 산뜻한 옷을 입고 갖가지 보석이 든 보자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며느리는 그것을 보고
「어머님, 그것을 어디서 얻었습니까.」
하며 물었습니다. 노파는
「아가야, 저 화장장에 가서 섶을 쌓고 화장 되는 사람은 다 이것을 얻을 수 있다.」
하였습니다. 며느리는 보석을 얻고 싶은 욕심으로 남편에게는 알리지 않고 혼자 화장장으로 가서 불 속에 들어갔습니다.
이튿날 남편은 그 아내가 보이지 않으므로 노파에게 가서
「어머님, 며느리는 어머니한테 오지 않았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 나쁜 사람아, 어떻게 죽은 사람이 돌아올 수 있겠는가.」
하고 그를 나무라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습니다.

「화환으로 꾸미고 전단 향을 피우며
기쁨으로 맞이한 그 며느리는
나를 집에서 쫓아냈나니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보호하는 것처럼 왕은 백성들의 보호자입니다.
만일 왕의 손에서 위험이 나올 때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왕님, 주의하십시오.」
하였다. 왕은
「벗이여. 그대가 한 이야기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 도둑을 잡아 오너라.」
하였다. 그러나 그는 왕을 옹호하고 다시 다른 실례로 이야기하였다.
「대왕님, 옛날 이 시내에 사는 어떤 사람은 아들을 낳아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그는 그 아들이 자라나자 그를 결혼시켰습니다. 그 뒤에 그는 늙어 아무 일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아들은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아무 일도 못합니다. 이 집을 나가주십시오.」
하고 아버지를 쫓아내 버렸습니다.
그는 거지 노릇으로 고생하면서 비참하게 살다가 너무 슬퍼 다음 게송을 외웠습니다.

「나는 그 갓난 것을 기뻐하였고
그가 잘 살기 바랐었는데
그는 나를 집에서 쫓아냈나니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대왕님, 아버지는 늙으면 능력이 있는 아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백성들은 왕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일어난 두려운 사실로 누가 도둑인 것을 아셔야 합니다.」
고 하였다. 그러나 왕은
「이런 사실이건 저런 사실이건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 도둑을 잡아오너라. 만일 잡아 오지 못하면 네가 바로 그 도둑이 될 것이다.」
하면서 계속 그 도둑이 누군가고 되풀이했다. 그래서 보살은
「대왕님, 그렇다면 대왕님은 기어코 그 도둑을 잡으려 생각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왕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러면 나는 군중 앞에서 누구누구가 도둑이 라고 명언(名言)하겠습니다.」
하였다. 왕은 그렇게 하라 하였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이 왕은 내게 자기를 응호할 여가를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도둑을 잡아 보이리라.」
생각하고 사람들이 모여 왔을 때 그들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시(市)의 안팎에서 모여 온
여러분은 다 내 말을 들어라
그 물은 이제 불을 일으키고
편안한 땅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국왕과 그 바라문의 사제관은
지금 이 나라를 약탈하나니
여러분은 스스로 잘 경계하라
의지하는 집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국왕은 백성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남에게 그 죄를 씌우려 한다.
자기 보물을 못속에 숨겨 두고 도둑을 찾으려 한다.
이 뒤로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 나쁜 왕을 죽여 버리자.」
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막대기와 몽둥이를 들고 일어나 왕과 사제관을 그 자리에서 때려 죽였다.
그리고 보살에 대해 관정식(灌頂式)을 올리고 왕위에 나아가게 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아버지는 지금의 저 가섭이요, 발자국에 정통한 그 아이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연관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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