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선인 본생

인욕선인 본생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남전자카타

옛날 남인도 후단나성 가라후라왕국에 한 바라문이 있어 일찌기 출가 산림선경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하루는 가라후라왕이 후궁들과 같이 꽃구경을 왔다.
여러 사람들이 꽃을 따라 배회하다가 한 궁녀가 선인을 발견하고 그를 존경한 까닭에 옆에 앉아 법문을 청해 들었다.
오후가 되어 환궁하려다가 한 비가 없음을 안 왕은
혹 맹수의 침해를 받았는지도 모르니 찾아보라 하고 자신도 깊이 들어가 꽃밭에 헤매었다.
마침 한 선인의 장소에 이르러 비를 발견하고 한편 기뻐하면서도 한편 화를 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 자는 아라한과를 얻은 이인가?」
선인이 말했다.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불환과(不還果)는?」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탐욕이 있는 이로서 남의 여자에게 법문을 설한다는 말인가?
옛 선인은 5욕을 끊고 나무열매를 먹은 이도 오히려 여색을 탐했는데―」
「대왕님, 저는 아직 탐욕이 있는 자이지만 속마음은 청정 합니다. 아무런 탐욕도 없습니다.
여색은 나무열매와 관계되는 것이 아니고 무상(無常)과 부정(不淨)에 관계됩니다.」
왕은 화가 났다. 아직 나이도 새파란 놈이 바른 말을 한다고 괘씸히 여겼다.
그러나 선인은 여전히 바른 말을 하였다.
「남에 대한 비난은 질투심에서 생깁니다. 나에겐 질투심이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따라서 나는 남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계(戒)란 무엇인가?」
「참음입니다.」
「참음이 계라면 너의 귀를 한번 잘라보겠다.
그리하면 네가 계를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포악한 가리왕은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선인의 귀를 잘라버렸다.
그러나 선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억지로 참는 기미도 없었다.
왕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자기를 깔보는 것이라 생각하고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코를 베어 버렸다. 선인은 자신의 아픔보다도 그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조약돌과 모래가 쏟아졌다. 4천왕이 포악한 왕을 벌주는 것이었다.
그토록 나쁜 왕도 하늘의 노여움에는 못이기는 듯 무릎을 꿇었다.
「이제까지 한 일을 모두 사죄합니다. 선인은 이 참회를 허락하여 주소서.」
「대왕님 나에겐 탐욕이 없듯 노여움도 없습니다.」
「대덕이시여, 그 마음을 어떻게 압니까?」
「만일 나의 이 마음이 참되고 거짓이 없다면
나의 잘린 손발과 귀, 코가 본형체대로 붙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곧 모든 것이 제자리에 붙었다.
왕은 놀라고 비는 더욱 황송해 하였다. 그 선인은 부처님의 전신이었다.

연관목차

250/1978
인욕선인 본생 지금 읽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