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장이의 전생이야기

옹기장이의 전생이야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번뇌를 항복 받는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 때 사위성에는 5백명의 한 무리들이 출가하여 황금을 깔아 지은 기원정사에 머물면서 한밤중에 색욕을 일으켰다.
부처님은 그 제자들을 밤에 세 번, 낮에 세 번, 일주야에 모두 여섯 번을, 마치 암탉이 알을, 이우(梨牛)가 그 꼬리를,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을, 그리고 외짝눈이 그 눈을 보호하듯 보살펴, 수시로 일어나는 번뇌를 항복받게 하셨다.
부처님은 그 날 밤중에 기원정사에서 관찰하다가 그 비구들이 색욕을 일으킨 것을 알고
「저 비구들의 저 번뇌가 성숙하면 아라한의 기본 성음을 부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저들의 번뇌를 항복받아 저들에게 그 아라한 성품을 보여 주리라.」
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바라나시의 교외에 있는 옹기장이 가정에 태어났다.
그는 성년이 되자 가정을 이루어 아들과 딸을 얻고 옹기장이 일로 처자를 양육하고 있었다.
그 때 가릉가국의 나다포라시에 카란두라는 왕이 많은 종자와 함께 그 정원으로 가서, 그 정원 문 곁에서 맛난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코끼리 등에 앉은 채 팔을 뻗쳐 암라나무 열매 한 송이를 꺾어 동산 안에 들어가 훌륭한 돌자리에 앉아 그 은혜를 받을 만한 자에게 그것을 주고는 자신도 먹었다.
왕이 그 열매를 땄을 때부터 대신·바라문·거사들은 다른 사람도 또 그것을 따먹으리라 생각하고 그 나무에서 열매를 떨어뜨려 먹었다.
이렇게 몇 번이고 와서는 나무에 올라가 막대기로 두드리고 가지를 꺾고 하여 익지 않은 열매까지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왕은 종일 동안 정원에서 놀다가 저녁나절에 잘 장식한 코끼리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 알라나무를 바라보면서
「이 나무는 오전에는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을 만큼 열매가 붙어 매우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그 열매가 모두 떨어져 초라하게 서있다.」
생각하고, 다시 다른 곳에서 바라보다가 열매를 맺지 않은 다른 암라나무를 보고는
「이 암라나무는 열매는 맺지 않았으나 보석으로 나산(裸山)처럼 아름답게 서 있다.그런데 저 나무는 열매를 맺었기 때문에 불운하게 되었다.
가정생활이란 열매 맺은 나무와 같고 출가 생활은 열매 맺지 않은 나무와 같다.
부유한 이에게는 두려움이 있고 빈곤한 이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나도 열매 맺지 않은 나무처럼 되지 않으면 안된다.」
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그는 과수를 인연으로 하여 나무 밑에 서서 삼성(三性)을 깊이 생각하고 관념을 완전히 하여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내게는 태(胎)가 없어졌고 세 세계의 얽맴은 끊어졌으며 윤회의 더러움은 깨끗해졌고 눈물의 바다는 말랐으며 뼈의 벽은 무너졌다. 이제 내게는 얽매임이 없다.」
고 생각하면서 그는 온갖 장식으로 꾸며진 것처럼 서 있었다.
그 때 대신들은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님, 대왕님은 매우 오랫동안 서계십니다.」
「나는 왕이 아니다. 나는 벽지불이다.」
「대왕님, 벽지불의 모양이 아닙니다.」
「그러면 그들은 어면 모양인가.」
그들은
「대왕님. 그들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가족과 친족들을 가까이 하지 않아, 마치 바람에 불려가는 구름처럼 혹은 라후를 벗어난 달 같습니다. 그리하여 산위에 있는 난다무리 동굴 속에 살고 있습니다. 대왕님, 백지불이란 그런 것입니다.」
고 답하였다. 그 때 왕은 그 손을 들어 머리에 얹었다.
그러자 갑자기 속인 모양은 사라지고 사문의 모양이 나타났다.

「세 가지 옷에 쇠로 된 바루
머리 깎은 칼과 바늘과 허리며
물주머니 등 이 여덟 가지는
경건한 비구에게 알맞는 것이네.」

이른바 이런 비구의 도구가 저절로 갖추어졌다.
그는 공중에 서서 대중에게 설법하고는 허공을 날아 높은 봉우리 설산의 난다무라 동굴로 향하였다.
건타라국 득차시라시의 낙가지라는 왕이 높은 궁전의 옥좌(玉座) 복판으로 갔을 때, 보석을 아로새긴 팔찌를 두 팔에 낀 어떤 여자가 그 가까이 앉아 향기로운 향을 빻고 있는 것을 보고
「저 보석 팔찌는 서로 떠나 있으면 닿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다.」
생각하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앉았다.
그 때 그녀는 오른손 팔찌를 왼손에 끼고는 오른손으로 향을 모아 빻기 시작했다.
왼손에 있던 팔찌는 다른 팔찌와 부딪쳐 소리를 내었다.
왕은 그 두 개 팔찌가 서로 부딪쳤을때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보고
「떨어져 있으면 저 팔찌는 부딪치지 않으나 다른 것과 부딪치면 소리를 낸다.
꼭 이와 같이 모든 존재도 떨어져 있으면 부딪치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들이 둘이나 셋이 되면 서로 부딪쳐 시끄럽게 된다.
그런데 나는 카수미라와 전타라 두 왕국의 백성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도 저 외짝 팔찌처럼 남을 지배할 것 없이 내 자신을 지배하며 살아야 한다.」
고 생각하였다.
그는 서로 부딪치는 팔찌를 인연으로 하여 그 자리에서 삼성(三性)을 깊이 생각하고 관념을 완전히 하여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 다음은 앞에서와 같다.
비제하국 미제라시의 니미라는 왕은 아침을 먹은 뒤에 대신들에게 둘러싸이어 열어놓은 창으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새매 한 마리가 푸줏간에서 고기 한 조각을 움켜 가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몇 마리 새매와 다른 새들이 여기저기서 모여와 그 매를 포위하고, 그 먹이를 빼앗으려고 부리로 쪼으고 날개로 치며 발로 짓밟았다.
매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그 고기를 내버렸다. 다른 새가 그것을 가졌다.
또 다른 새들은 매를 버려두고 그 새를 쫓았다.
그도 또 그것을 내버렸을 때 다른 새가 그것을 가졌다.
그리하여 그들은 또 그를 앞에서처럼 쪼았다. 왕은 그 새들을 보고
「어느 새도 고기 조각을 가지면 고통이 있고 그것을 내버리면 행복이 있다.
누구나 오욕(五欲)의 쾌락을 탐하면 고통이 있고 그것을 버리면 행복이 있다.
이 사실은 어디에도 통하는 진리이다. 그런데 내게는 6천의 궁녀가 있다.
저 매가 그 고기 조각을 버린 것처럼 나도 오욕의 쾌락을 버리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깊이 고려하고 그 자리에서 삼성을 깊이 생각한 끝에 관념을 완전히 하여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 다음은 앞에서와 같다.
북부의 반차라국 캄필라시의 둠무카라는 왕은 아침을 먹은 뒤에 온갖 장식으로 꾸미고 대신들에게 둘러싸이어, 열려 있는 창으로 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때 암소 외양간 문이 열렸다.
숫소들은 외양간에서 나와 애욕을 위해 암소 한 마리를 쫓았다.
그리하여 예리한 뿔을 가진 큰 숫소 한 마리는 다른 숫소의 오는 것을 보고 불타는 질투로 큰 예리한 뿔로써 그 다른 숫소의 다리 사이를 찔렀다.
그 찔린 구멍에서 내장이 나오면서 그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물이란 동물을 비롯해 다 애욕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저 숫소도 애욕 때문에 죽은 것이다. 다른 생물들도 애욕 때문에 분주하다.
나는 모든 생물이 괴로워하는 애욕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 자리에서 삼성을 숙고하고 관념을 완전히 하여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 다음은 앞에서와 같다.
그 뒤 어느 날 그 네 사람 벽지불은 행각(行脚)할 때를 살펴, 난다무라 동굴을 나와 아라달 호수로 갔다. 거기서 양치하고 목욕한 뒤에 마노시라 평원(平原)에 서서 옷을 정돈해 입고 바루를 들고 신통의 힘으로 허공에 올라 오색구름을 밟으면서 바라나시의 교외 가까운 곳에 내렸다.
그리하여 적당한 장소에서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거리 끝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보살 집 앞에 이르렀다.
보살은 그들을 보고 기뻐하면서 안으로 인도하고 자리에 앉힌 뒤에 손발 씻을 물을 주고 단단하고 연한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한쪽에 앉아 장로 비구에게 경례한 뒤에
「존사님, 당신의 출가 생활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감관은 아주 깨끗하며 피부 빛깔은 참으로 청정합니다. 당신은 어떤 대상을 보고 비구 아사리의 출가에 들어갔습니까.」
고 물었다. 이와 같이 다른 장로들에게도 물었다.그때 그들은 보살에게
「우리는 어느 나라, 어느 시의 어떤 왕이었다.」
하며 세간에서 숨은 이유를 다음 게송으로 차례로 말하였다.

「나는 일찍 숲 속에서 암라나무 보았네
새까맣게 익은 풍만한 열매
나는 그것 똑똑히 보고
비구 아사리에게 달려갔었네.」

「아름답게 갈아 만든 보석 팔찌를
그 여자가 두 팔에 꼈으나 소리라곤 없었네
나는 그것 똑똑히 보고
비구 아사리에게 달려갔었네.」

「썩은 고기를 가진 한 마리의 새
많은 새들이 그를 포위하였네
먹이 때문에 그는 고통 받았나니
나는 그것을 똑똑히 보고
비구 아사리에게 달려갔었네.」

「그 무리들 속에서 흔드는 등덜미
아름다움과 힘으로 충만한 숫소 있었네
애욕 때문에 그것은 쓰러져 죽었나니
나는 그것을 똑똑히 보고 비구 아사리에게 달려갔었네.」

보살은 그 각각의 게송을 다 듣고
「장합니다. 그 대상들은 다 당신들에게 알맞습니다.」
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올렸다. 그리하여 그들이 말하는 법을 듣고는 가정생활에 희망을 잃고 말았다.
그들이 돌아간 뒤에 보살은 아침을 먹고 편안히 앉아 그 아내를 불러
「여보, 아까 그 넷 벽지불들은 나라를 버리고 출가한 사람들이오.
그리하여 그들은 아무런 집착이나 장애 없이 출가 생활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살고 있소.
그런데 나는 옹기장이로 살아가고 있소.
나는 가정생활에서 아무 할 일이 없소. 당신은 아이들을 돌보며 집에 있으시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가릉가왕 카란두와
건타라왕 낙가지와
비제하왕 나미와
반차라왕 둠무카
그들은 왕위를 내던지고
집을 떠나 죄 없는 사람 되었다.

그들은 다 한데 모였다. 마치 신(神)처럼
불꽃처럼 새빨갛게 번쩍이면서
바가바여, 나도 혼자 유행(遊行)하나니
모든 욕망 한꺼번에 아주 버리고.」

그 아내는 이 말을 듣고
「여보시오. 나도 그분들의 설법을 듣고 이 가정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하며 다음 게송을 외웠다.

「지금이 바로 그 때로 지금보다 나은 때 없으리
그런 설법 이 뒤에도 또 듣기 어려우리
바가바여, 나도 혼자 유행하려 하나니
마치 새장에서 놓여난 저 새처럼.」

보살은 아내의 말을 듣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속여서라도 먼저 출가하고자 하여
「여보시오. 나는 물 길어오겠습니다. 아이들을 보고 계십시오.」
하고 마치 물 길러 가는 것처럼 물동이를 들고 나갔다. 그리하여 교외에 있는 어떤 고행자 앞에서 출가하였다.보살은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스스로 그 아이들을 길렀다.
그 뒤에 아이들이 차츰 자라나 사리(事理)를 종 알게 되었다.
그는 아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밥을 지을 때 어떤 날은 아주 많게, 어떤 날은 아주 묽게 어떤 날은 아주 짜게 지었다. 아이 들은
「아버지, 밥이 오늘은 되고 오늘은 질고 오늘은 맛나고 오늘은 싱거우며 오늘은 너무 짭니다.」
고 하였다. 보살은
「그렇다. 귀여운 아기들아.」
하고
「아이들은 이제 밥이 잘 되고 못 된 것과 짜고 싱거운 것을 잘 분별한다.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성질을 따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출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 아이들을 친척집에 맡기고 그는 출가하여 선인(仙人)의 도에 들어가 교외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바라나시에서 걸식하는 어떤 비구니가 그를 보고 인사하며
「존자님, 당신은 아이들을 죽여 버렸지요.」
하였다. 보살은
「나는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이 지각이 났을 때 나는 출가하였다.
너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출가해 즐겁게 지내는구나」하매 다음 게송을 읊었다.

「그들은 분별했네, 되고 덜 된 것
그리고 또 짜고 싱거운 것을
나는 그것 알고 출가했나니
그대여, 가라 나도 떠나가리라.」

보살은 이렇게 그 비구니를 훈계해 보내었다.
그녀도 보살의 교훈을 받고 보살에게 인사한 뒤에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났다.
그 뒤로 그들은 다시 만나지 않았다.
보살은 선정에 의한 신통을 얻어 범천 세계에 날 몸이 되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딸은 저 연화색 비구니요, 그 아들은 저 라후라며, 그 유행하는 비구니는 저 라후라 어머니요, 그 유행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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