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송아지 본생

금송아지 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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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십지경록

옛날 파리국왕이 수승, 정절, 보만의 세 부인을 거느리고 살았다.
하루는 꿈에 대궐문이 무너지고 용기가 거꾸로 달려있는 것을 보고 범찰에게 물으니
「잠시 짐께서 청량산에 유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왕은 떠나면서 세부인께 물었다.
「짐이 청량산에 갔다 오게 되면 부인들은 무엇으로 나를 맞아주시겠습니까」
첫째 수승이,
「신첩은 향기 높은 꽃과 과실로서 영접하겠습니다.」
하니 둘째 정절이,
「신첩은 좋은 의복으로 모시겠습니다.」하였다.
셋째 보만이 말했다.
「신첩은 대왕님께서 환궁하시는 날 옥 같은 태자를 안고 영접하겠습니다.」
임금님은 기쁜 마음으로 황족 1천과 산파 일인을 보만에게 주고
「만일 태자를 낳으면 정궁황후로 봉하리라.」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수승 정절 두 부인은
「만일 보만이 정궁이 되면 우리는 다 되는 게 아니냐?」
한탄하고 흉계를 꾸민다. 임금님께서 보만 부인에게 하사한 산파를 매수하여
「보만이 태자를 낳게 되면 고양이 한 마리를 미리 준비하였다가 껍질을 벗기고 금분을 입혀 성문밖에 버리고 태자는 감쪽같이 없애면 보만은 필경 모진 형을 당할 것이다.」
하였다. 그 후 보만이 과연 태자를 낳았다. 매우 기골이 장대하고 총명해 보였다.
약속한대로 산파는 고양이를 죽여 금분을 입히고 대신 태자는 두 부인께 보였다.
태자를 본 부인들은 너무도 잘난 모습에 기가 꽉 질렸으나 자기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칼로 찌르고 허수아비의 옷을 입혀 산중에 버려 맹수에게 던져 주었으나 백일이 지나도 죽지 않는지라 할 수 없이 사람을 시켜 아주 사나운 소 앞에 던졌더니 그만 소가 꿀꺽 삼켜 버렸다.
두 부인은 이것을 보고 손뼉을 치며 청량산에 상소했다.
「근래 보만 부인이 아이를 낳았는데 모양은 고양이 상호요, 모습은 황색을 띠어 사람 같지 않은 기형아를 낳았습니다. 필시 나라의 흉조를 예시한 것이 오니 책벌하옵소서.」
왕은 즉시 하행하였다.
「보만의 머리와 눈썹을 깎고 궁중으로부터 쫓아내어 연자방앗간의 말이 되게 하라.」
보만은 기가 막혀 통곡하였으나 어명이라 어찌할 수 없었다.
머리 깎고 눈썹을 없애고 밤낮으로 연자방아를 돌리니 그의 모습은 초췌하고 말라빠져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런 중에도 보만은 오직 자식 생각만 하였다

「자식을 생각하느라고 깊어가는 밤도 몰랐구나.
가슴타서 재가 되고 눈물 흘려 비가 되네,
죽은 고양이를 가져다가 태자 몸을 바꿔치고
청량산 상소하여 임금까지 놀라게 하여
나에게 벌주어 연자방아 돌리는데
사람 두어 감시하니 가끔가끔 호령이나
원컨대 이내 자식 목숨만이라도 부지하여
모진 사람 죄 값대로 모진 벌을 받으소서.」

드디어 임금님은 청량산에 피서를 마치고 환궁하자 대신들이 아뢰었다.
「궁중에서 먹이는 사나운 소가 요즈음 송아지 한 마리를 낳았는데 털빛은 아홉 가지이고 머리는 황금색이며, 네 발은 은빛인데 세상엔 이런 송아지가 없사옵니다.」
대왕이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금패를 목에 달아 인가장본(人家張本)이라 하고 마음대로 뛰어놀게 하였다.
그런데 비록 축생이지만 어미가 매우 그리워 찾다가 마침내 방앗간에 이르러 어머니를 보니 인정에 못 잊어 서로 보자 곧 정이 통해졌습니다.
「어머님 쉬십시오. 내가 방아를 쌓겠습니다.」
하고 질풍처럼 연자를 돌려 정한 양을 찧어놓고 둘이는 서로 속삭였다
「내가 어떻게 네 어미인 줄 아느냐.」
「수승, 정절 두 부인이 이렇게 나를 금송아지가 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자의 천륜이 무엇인지 아버지께서 나를 보시고 기뻐하시며 이렇게 대장군의 금제까지 달아주셨습니다.」
「그래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금송아지의 소식이 두 부인께 들어갔다.
「금송아지가 저의 어머니를 알아보고 밤이면 나가 일을 대신 해줍니다.」
「그렇다면 이를 가만 둘 수가 없지-」하고 두 부인은 또 꾀를 냈다.
어의와 약속을 하고 두 사람이 함께 병석에 누웠다. 어의가 임금님께 아뢰었다.
「대왕님, 두 부인의 병은 아주 위중 하십니다. 백가지 약을 씨도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다만 금송아지의 간을 먹으면 나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임금님은 매우 슬퍼 눈물을 흘리고 또 여러 궁인들도 안타까워 하였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짐승을 죽이기로 하였다.
백정에게 명령하여 그의 간을 내게 하니 백정은 소를 끌어다 자기 집에 놓고 시간을 기다렸다.
백정도 불쌍히 여겨 눈물을 흘리며 칼을 갈자 송아지가 말했다.
「나는 보만 부인의 태자입니다. 두 여자의 간계로 이런 과보를 받고 있사오니 용서해 주시면 후에 꼭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
깜작 놀란 백정은 송아지를 안심시켰다.
「오냐, 걱정 말라. 내 너를 구해 주리라.」
하고 곧 자기 집 개를 잡아 간을 내 보냈다.
임금님은 간을 보고 통곡하며 어의에게 주니 어의는 곧 약을 만들어 두 부인께 하사했다.
두 부인의 병은 꾀병인지라 즉시 나았다.
그러나 백정은 매우 미심하게 생각하여
「혹 너의 가죽을 요구할 런지 모르니 너는 일찍 이곳을 떠나 동쪽만을 향해 나아가라.」
하였다.
송아지는 눈물을 흘리며 시를 읊었다.

「오늘 아침 목숨 살아 길을 향해 떠남이여,
눈물은 흘러 비가 되어 온 가슴이 다 젖네.
전생에 원한 없으니 피할 곳 있으리-
두 부인의 간계로 비록 이 모양 되었으나
어느 날 운이 열려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살려주신 그 은덕을 만 가지로 갚으리-」

금송아지가 홀로 길을 가는데 배가 고프면 풀을 뜯어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데 도중에 한 노인이 나타나 길을 고구려 국으로 인도하였다.
소가 한 성중을 지나자 바람에 종이쪽 한 장이 날아 송아지 등에 떨어졌다.

「동풍이 슬슬 불어 봄소식을 전함이여
꽃피고 열매 맺어 왕 검정이 분명하리
고려국 공주가 부마를 선택할 때
금송아지 오늘날에 혼인언약 맺게 되리-」

노인은 퍽 이상히 생각하고 길을 가는데 얼마쯤 가니 높은 다락에 한 절세 미인이 서 있다가 공을 던진 것이 바로금송아지 등에 맞았다. 송아지가 한번 보고
「으매」
하고 울자 공주는 쏜살같이 내려와 금송아지를 끌고 궁중으로 들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대왕은 퍽 노했다.
「얘야. 네가 미쳤느냐? 사람도 아닌 짐승을 어떻게 너의 부마로 삼겠다는 말이냐?」
「아버님, 걱정 마옵소서. 이는 한 생의 인연이 아니옵니다.」

그러나 대왕은 노발대발 하시며 곧 그 송아지를 잡아 없애라 하였다. 공주는 사정하였다.
비록 그것은 축생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으나 마음만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것이 금송아지라 할지라도 사람이 소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는 수 없이 왕은 그 딸을 희생하기로 하고 송아지와 함께 내보냈다.
공주와 금송아지는 고삐를 잡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주리면 나무과일을 따먹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갈증을 쉬이며 끝없이 사랑의 대화는 그치지 않았다. 송아지는 어느 아늑한 바위 밑에 이르러 말했다.
「공주, 이 곳은 천연의 토굴이요, 우리 여기서 함께 공부합시다.」
공주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곳에 조그마한 토굴을 만들고 참선하기 시작했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는 한 선인이 나타나 금단 한 알과 선도 복숭아를 주고 갔다.
금송아지는 금단을 먹고 공주는 복숭아를 먹었는데 그것을 먹으면서부터 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다. 잠 중에 한 선인이 나타났다.
그를 따라가니 꽃밭이 희안하고 전단향기가 온 세상에 퍼졌다.
며칠을 두고 구경하다가 깨어보니 일장춘몽이었다.
한편 나라에서 꿈을 꾸니 한 천자가 나타나 말했다 .
「나는 하늘에 있는 제석천왕이오. 당신의 딸 공주는 지금 금송아지 왕자와 함께 꽃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소. 그들의 수도에 감화되어 내가 영단 한매와 선도 복숭아를 내려 그들의 몸을 변형시켜 놓았으니 대왕께서는 후사를 직정마시고 그를 데려다가 보위에 앉히시오.」
꿈을 꾸고 나서 대장은 어전회의를 열었다.
그러고 그들의 거처를 찾도록 하였다.
마침내 전단림 토굴에 이르러 두 사람이 공부하는 것을 보고 꽃가마에 싣고 내려왔다.
때 아닌 토굴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풍악은 하늘까지 미쳐 금송아지 태자의 등극을 축하하였다.

그러나 태자는 보위에 오르자 마자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였다.
단숨에 뛰어가 파이국에 이르러 아버지 국왕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니 대왕은 자신의 눈이 어두웠던 것을 크게 한탄하고 곧 연자방앗간으로 갔다.
그러나 보만 부인의 머리는 이미 쇠털처럼 되고 음은 죽은 나무처럼 말라 눈으로 볼 수 없었다. 태자가
「어머니 금송아지 태자가 왔습니다.」
하니 어머니는 통곡했다.
너무나 오랜 세월 눈물로 세상을 보내어 눈까지 어두워졌으니 어찌 그 광경을 눈 뜨고 볼 수 있으랴.
태자는 곧 단을 차리고 기도하였다.
「나의 소망이 헛되지 않는다면 우리 어머님의 눈은 밝아지고 보체는 청정하게 해 주십시오.」
과연 눈은 밝아지고 몸은 청정하게 되었다.
왕은 보만 부인을 데리고 궁중으로 이르러 비단옷을 입히고 가진 잔치를 다 베풀어 정좌에 앉히니 세월이 근 반년이나 흘렀다.
한편 수승부인과 정택부인, 산파의사는 모두 잡혀 머리를 깎고 눈썹을 민 뒤 보만 부인이 끌던 연자보다도 10배나 되는 연자를 각각 끌게 하니 그의 고통은 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환영식으로 세월을 깜박 잊고 있던 태자가 물었다.
「두 황후는 어디 가셨습니까?」
「무서운 책벌을 가하고 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금방 안색이 변하며 무릎을 꿇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께서 받은 고통만도 무겁기 한이 없었는데 다시 이들에게 이런 과보를 주면 그 원한이 또한 九천에 사무칠 것입니다. 인과는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 이지만, 대왕님의 높은 은혜로서 이들의 앞길에 밝은 광명이 있게 하옵소서.」
대왕은 태자의 이 같은 말을 듣고 감개무량하여 곧 그들을 풀어 주었다. 한편
태자는 자기의 할 일을 다 마리고 아버지께 하직한 후 어머님을 모시고 고려국에 이르러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린 뒤 금륜국에 이르러 큰 나라를 세우고 선정을 베풀다가 보위에 앉아 열반에 드니 하늘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땅이 슬피 울었다.
어머니와 그의 부인은 귀한 손자를 낳아 길러 금송아지 대왕의 뒤를 잇게 하고 태평성대를 누리게 하니 다 이는 어진 임금의 위대한 덕풍에 감화된 것이었다. <십지경록> <十地經錄>

이 이야기는 우리 고려국과 인연이 있는 유일한 설화이다.
지금 그가 세운 금륜국이 어디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일본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바로 금륜국이라 자칭한다. 물론 불전에서는 이 설화의 주인공인 금송아지 왕자는 부처님의 전신이고 그의 부인은 야수다라며, 보만 부인은 마야부인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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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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