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장이 여우왕

욕심장이 여우왕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오분율삼

『옛날 마납(摩納)이라는 사람이 날마다 산굴에서 군략(軍畧)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한 마리 여우가 언제든지 좌우에 있어 한 마음으로 그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 득의양양하여,
「이러한 귀한 책이 이해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대장부가 다 되었구나- 나는 이제 짐승의 왕이 되어야지.」
하고 뽐을 내고 있었다. 마침 그 때 늙은 여우 한마리가 비척비척 그의 앞을 지나갔다.
그는 당장 그를 물어뜯어 죽이려 했다. 말라빠진 여우는
「무슨 이유로 나를 죽이려 하느냐.」
물었다. 여우는 크게 뽐내면서,
「죽이는 게 별로 이상할 게 없어, 나는 짐승의 왕이다. 그린데 너는 짐승이면서도 왕도 알아보지 못하고 복종도 하지 않느냐? 이 무례한 놈아, 너는 죽어 마땅하다.」
호령했다. 그 때 그 늙은 여우는 벌벌 떨면서 엎드려,
「대왕님, 참으로 황송합니다. 형상이 보통여우와 별로 다른 점이 없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그러면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끝까지 대왕을 보좌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내 너를 살려 줄테니 이제부터는 내 말에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
「예.」
이렇게 하여 자칭 짐승의 왕이 된 여우는 앞 다리를 쪽 벌리고 자신 만만히 걸어갔다.

「대왕님, 사람도 임금이 되면 보배 관을 쓰고 황포(黃布)를 입지 않습니까. 그리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엎드려 절합니다. 대왕님께서도 무엇인가 보통 짐승들과 다른 점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뒤에 따라오던 늙은 여우가 말했다. 듣고 보니 과연 그러 하였다.
「무슨 좋은 수가 있는가?」
「그야 갓 쓴 사람의 묘를 파면 되지 않겠습니까?」
「참 그렇군.」
하고 이 여우들은 공동묘지에 나가 쓴지 얼마 되지 않는 묘혈을 파고 갓과 옷을 꺼내 입고 또 명전을 들었다. 여우는 물을 건너가다가 자기 그림자를 보니 과연 천하일품이었다.
「으음, 과연 짐승의 왕이 될 만하군.」
하고 뽐을 내었다. 그 때 마침 젊은 여우 한 마리가 지나갔다.
「너 이놈 이리 오지 못할까 ?」
여우는 이 소리를 듣고 쳐다보니 머리에 몸에 이상한 차림을 한 수왕(獸王)이 호령했다.
그대로 엎드렸다. 이렇게 되고 보니 그는 자연 수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수 십 마리의 여우와 토끼, 살쾡이 등 여러 마리의 부하들을 얻은 여우는 이젠 보다 큰 짐승들을 부하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중과부적(衆過不敵)이라고 하였지-」
그는 그 책 속에 있던 글귀 하나를 생각하고 그 모든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부턴 코끼리 사자들을 내 부하로 삼을 터이니 너희들은 그 놈들을 보기만 하면 원형으로 포위하여 위협하라. 그러하면 내가 항복을 받으리라.」
짐승들은 다 명령대로 복종하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코끼리 한마리가 나타났다. 부하들은 명령대로 그를 포위했다. 아무리 힘센 코끼리이지만 그 여러 마리의 적들에겐 꼼짝 달싹할 수 없었다.
「어때 항복하지 않겠느냐?」
「대왕님 목숨만-」
하고 코끼리도 엎드렸다. 이젠 더욱 간보가 커졌다. 이러한 방법으로 호랑이 사자는 물론 산속의 모든 짐승은 그의 부하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하루는 다시 생각했다. 나는 산 속의 왕이다.
이렇듯 많은 부하와 영토를 가지고 있는 내가 어찌 짐승과 결혼한다 해서야 되겠는가.
저 가이성왕의 딸이 크게 어여뻐 뭇 왕자들의 총애를 받고 있다 하니 내 그를 빼앗아 비를 삼으리라하고 부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짐승 가운데 왕이다. 이제 나의 비는 짐승이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저 가이왕의 딸을 얻어다오.」
하고 횐 코끼리를 타고 여우, 호랑이, 사자 등 수천만의 맹수대(猛獸隊)를 거느리고 가이왕을 10리 20리로 포위하였다. 가이왕은 이것을 보고 크게 놀라
「어찌된 일이냐? 빨리 나가 알아보아라.」하고 칙사를 보냈다.
그러나 칙사의 대답을 듣고는 그도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뭐라고, 내 딸을 여우가 비로 삼겠다고- 세상에 별 일도 다 있구나.」하고 왕은 매우 흥분했다.
그러나 만조백관을 모아 평의해 보아도 별만 수법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 편이 믿고 있는 것은 말과 코끼리뿐입니다. 그런데 적은 많은 사자와 호랑이가 있습니다. 말과 코끼리는 사자가 한번만 소리를 질러도 꿈쩍 못하게 되는데 어찌 싸움이 되겠습니까? 황송하온 말씀이나 저 공주를 희생하지 않고는 나라의 존망이 눈앞에 있는 듯하옵니다.」
왕은 실망했다.
「그래, 사람의 지혜가 짐승의 꾀만 못하다는 말이냐?」
그 때 한 사람이 나타나,
「신이 넓이 고금의 인사(人事)를 살펴보니 개벽 이래 아직 한번도 사람이 짐승의 아내가 되었다는 말은 듣고 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신이 미약하오나 반드시 저 여우 놈을 잡아 치우고 짐승 떼를 물리쳐 만 백성을 구원하고 임금님의 사랑하는 딸을 구하겠습니다.」
하였다. 왕은 기뻐 어찌 할 바를 모르며,
「그래 좋은 군략(軍畧)이 있는가?」
「예, 그것은 별것이 아닙니다. 우선 군사들을 적진에 보내어 접전일자를 약속케 합니다.
절차는 여우 장에게 사자를 맨 먼저 보내어 싸우게 하는데 사자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만은 맨 나중에 해 달라고 부탁하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놈들은 대왕의 군졸들이 사자가 소리 지르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사자를 제일 먼저 소리 지르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게만 하면 일은 뜻대로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왕은 그에게 모든 전권(戰權)을 넘기고 그렇게 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는 사람을 보내어 꼭 그와 같이 접전 일을 정하고 그렇게 해 줄 것을 여우 왕에게 부탁하고 거듭 칙사를 보내,
「약속한 그 일만은 꼭 그대로 지켜달라.」거듭 부탁했다.
여우왕은 너털웃음을 짓고 나서,
「이 요망한 인간들, 그렇게 하면 저희가 이길려고-」
하고 수천의 사자들을 모아 놓고 단단히 일렀다.
「만일 너희들이 전지(戰地)에 나아가 전쟁을 하게 되면 적들은 너희들로 하여금 소러 지르는 일을 맨 나중에 해 달라고 하였으니 맨 처음에 해서 그들로 하여금 기를 피지 못하게 하라.
그러고 달려들어 모두 물어 죽여라.」

드디어 약속한 날이 왔다.
양쪽은 군비로 성시를 이루고 사람과 짐승, 짐승과 짐승들의 비호가 사뭇 삼엄했다.
여우왕은 횐 코끼리를 타고 이 쪽 군대장을 향해 부탁했다.
「전쟁의 시작은 너희들이 북소리로 알려라.」
북 소리가 둥 둥 둥 울리자 무서운 칼날이 곤두세워지더니 일제히 저쪽 사자들의 입에서는 포효가 터졌다.
「어흥 엉-」
천지를 진동하는 순간 횐 코끼리 위에 얄궂은 웃음을 띄우며 군대들을 지위하던 여우왕이 그만 놀라 떨어졌다. 심장이 일곱 갈래로 찢어진 여우왕은 몇 바퀴 땅을 구르다가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여우, 코끼리, 호랑이, 사자 등 수 많은 짐승들은 제 각기 제 춤에 놀라 뿔뿔히 헤어지고 전쟁은 일시 가이왕의 승전으로 돌아왔다.』 <五分律三>

이 설화는 데에바 닷다가 교단 가운데 분파를 지으려고 도당을 모을 때 불타가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것으로
『그 매의 가이왕은 나이고 대신은 사리불이며 여우왕은 데에바닷다.』
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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