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일지라도 은혜는 안다

짐승일지라도 은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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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육도집경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마텐라국의 난왕(難王)은 학문에 통하고 술법(術法)에 능한 사람이었다. 내 몸은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국왕이 되어 있는 것도 잠깐 동안이다.
실로 이 세상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라고 통감(痛感)하여, 국왕의 영위(榮位)도 나라의 재물도 다 버리고 모습을 법복(法服)으로 바꾸어 한 바리의 밥에 만족하여 승(僧)이 되고는 三十년의 긴 세월동안 산림에 파묻혀 일심으로 도를 닦았다.
숲 근처에 깊이 설흔 길이나 되는 구덩이가 있었다. 한 사람의 사냥꾼이 노루를 쫓다가 발을 헛디디어 구동이 속에 빠졌다. 이 통에 한 마리의 카치와 뱀도 같이 빠져버렸다. 셋이 모두 온 몸에 상처를 입고 아프고 괴로워서 다만 하늘을 쳐다보며 큰 소리를 내어 울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 측은한 부르짖음이 얼핏 수행자의 귀에 들어갔으므로 횃불을 켜고 구덩이 속을 들여다 보니 셋이 머리를 맞대고 울고 있었다.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살려 내겠다.』
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긴 새끼를 절고 구동이 속에 내려가 입으로 풀고 어깨에 매고 하여 셋을 끌어올려 죽음에서 구해냈다.
셋은 공손히 머리를 숙이고 사례의 말을 했다.
『저희들의 목숨은 풍전등화(風前燈火)였습니다. 다행이 수행자의 자비심으로 하늘의 해를 다시 우러러 보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희들의 힘이 자라는 대로 무엇이건 드려서 은혜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니 여러분, 절대로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나는 일찍이 대국의 왕이어서, 백성도 많았고 궁전, 보옥(寶玉), 미녀(美女), 무엇이든지 필요하다고 하면, 소리치면 대답하는 산울림과 같이 즉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원한의 감옥이라고 생각된 나는 미색(美色)도 미성(美聲)도 상향상미(上香上味)도 미복(美服)도 사려(思慮)도 나를 치는 칼이다.
나의 몸을 쏘는 활이다 라고 생각한 것이요. 이 여섯 가지의 사악(邪惡)이 우리들을 윤회(輪廻)괴로움에 빠뜨리고 삼도(三途)의 미로(迷路)에 떨어뜨리므로 달갑지 않은 이것들을 버리고 나라를 떠나 승이 되어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어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고 본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가게 해 주려고 서원(誓願)한 것이요. 단지 그대들을 구하는 것 뿐아니라.
그대들도 집으로 돌아가면 처자, 기타 일족을 마나 서로 깨우쳐주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게 하도록 하시오.』
삼자(三者)는 수행자의 말에 감동하여 먼저 사냥꾼이 말했다.
『오랜 세월 세상에 있어서 유사(儒士)의 선사덕행(善事德行)을 쌓는 사람을 보았습니다만, 당신과 같은 자기를 나무라며 다른 사람을 구하고 은혜를 입히고 자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불제자(佛弟子)입니다. 부디 저의 집에 와주십시오. 변변치 않지만 공양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에 까치가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제 이름은 하츠라고 합니다. 만일 당신께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에 부디 제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즉시 달려 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뱀은.
『저는 쵸라고 부릅니다. 만일 당신께 걱정거리가 있으시던 제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반드시 달려와 은혜를 갚겠습니다.』
삼자는 이렇게 말하며 모두 흩어져갔다.
그리고서 어떤 날이었다. 수행자는 전의 일을 생각해 내고 사냥꾼의 집을 찾았다. 사냥꾼을 저 멀리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수행자의 모습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아내를 불렀다.
『저기에 귀찮은 사람이 온다. 내가 네게 식사 준비를 시키거든 우물 일을 해라 오정이 지나면 먹지 않은 것이 불제자의 버릇이니 밥을 먹이지 말고 돌려보내자.』
아내는 수행자를 보고 싫은 얼굴을 한 채 점심 준비를 하는 척 했다. 이런 저런 얘기에 오정도 지났다. 수행자는 점심도 들지 않고 산으로 돌아갔더니 까치인 하츠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
『사냥꾼 집에 들려서 이제 돌아오는 길이다.』
『진지는 드셨습니까?』
『아니, 사냥꾼 집에서 점심 준비 중에 오정이 났으므로 들지 않고 돌아왔다.』
이것을 들은 까치는 사냥꾼의 심보를 미워했다.
『은인이시여! 흉악한 마귀는 자비를 베풀어도 구원되지 않습니다. 그 사냥꾼은 인덕(仁德)을 저버린 흉악한 입니다. 저는 공양해 드릴 음식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만, 부디 잠시 동안 이곳에 기다리고 계셔주십시오.』
라며 말하며 날아간 까치는 반자국에 가서 왕의 후궁에 들어갔다.
후궁이 잠자고 있는 것을 엿보고 목걸이 속에 있는 명월주(明月珠)를 입에 물고 돌아와 수행자에게 바쳤다 후궁은 잠에서 깨어나 명월주가 없어진 것을 알고 왕에게 일러 바쳤다.
왕은 백성들에게 말했다.
『구슬을 발견하는 자는 금은을 각기 천근, 소와 말을 천마리씩 주겠다. 만일 반결하고서도 숨겨두는 자가 있으면, 중죄에 처하고 일족을 명한다.』
수행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기에게는 무용(無用)한 구슬이라고 생각하여 다시 그 사냥꾼에게 주었다. 그런즉 즉시로 행자를 붙잡아 왕 앞으로 끌고 갔다.
『이 자가 구슬을 훔쳤습니다. 제가 찾았사오니 부디 받아 넣어주십시오.』
왕은 수행자를 꿇어 세우고,
『어디서 이 구슬을 손에 넣었느냐.』
고 문초를 했지만 수행자는 진상을 말하면 은나라의 까치들을 몰살당하겠지 그렇다고 내가 훔쳤다고 하면 불제자의 규율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그저 입을 다물고 고문(拷問)을 받았다.
수백대의 매를 맞았지만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그저 부처님이 되어 모든 사람들의 괴로움을 구해주겠다고 염원할 뿐이었다.
아무리 고문을 하여도 실토를 안함으로 왕은
『그 수행자를 데리고가 흙속에 묻어두고 머리만 내 놓아라.』
라고 명령했다.
파묻힌 수행자는
『쵸야, 쵸야.』
하고 뱀을 불렀다.
그러자 뱀은 어디서 어떻게 그 소리를 들었는지.
『천하에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수행자 밖에는 없다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무슨 변이 일어났음에 틀림없다.』
뱀은 급히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수행자를 보고
『대체 이 어찌된 일입니까? 어찌하여 이런 꼴이 되셨습니까?』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수행자는 있는대로 말했으므로,
『인자하신 당신께 이런 화(禍)가 온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무도한 자에게 어떻게 구원이 있겠습니까? 왕에게는 단지 태자(太子) 하나 뿐이고, 다른 아이들이 없습니다. 저는 궁전으로 숨어들어가 태자를 목졸라 죽일 것인데 이 신약(神藥)을 주면 즉시로 나을 것입니다.』
뱀은 밤이 되어 궁전에 들어가 태자를 졸라맸다. 이 때문에 태자는 가사상태(假死狀態)로 되었다.
왕은 크게 놀라 가사상태의 왕자를 사흘 동안 눕혀두고,
『태자를 살리는 자에게는 나라의 반을 주겠다.』
라고 포고했다.
사흘이 되어도 자진해 오는 자가 없으므로 눈물 속에서 시체를 싣고 화장터를 향해 산길을 더듬어 올랐다. 장례의 행렬은 수행자가 파 묻혀 있는 언저리를 지나갔다.
흙속에 파묻혀 목과 손만 내 놓는 수행자는 행렬을 불러 세웠다.
『태자는 무슨 병환으로 돌아가셨습니까? 잠시 동안 매장을 중지하십시오. 내가 살려드리겠습니다.』
종자(從者)는 이것을 듣고 달려가 왕에게 이 뜻을 전했다.
왕은 무한이 기뻐하며 다시 일렀다.
『그대의 죄를 용서하고 나라의 반을 나누어 주겠다.』
수행자가 약을 먹이니까 태자는 금시로 소생(蘇生)하여.
『나는 어째서 이런 산 속에 있는가,』
하고 물었다.
종자는 자초지종을 얘기했으므로 태자도 크게 기뻐하여 수행자를 데리고 궁전에 돌아왔다. 이리하여 이 나라 백성들은 기쁨으로 만세를 외쳤다.
왕은 수행자에게 약속대로 나라를 나눠 주려고 하였으나 그는 받지 않았으므로 왕은 나라를 나눠줘도 받지 않는 사람이 한 개의 구슬을 훔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깨달아
『당신은 어디 사람이십니까? 어찌하여 승이 되셨습니까? 어디서 구슬을 얻으셨습니까? 당신과 같은 고결하신 분이 어찌하여 이런 재난을 만나셨습니까?』
라고 정중히 물었으므로 수행자도 이제 더 숨길 수도 없어, 이제가지의 일을 얘기했다.
왕은 이것을 듣고 수행자의 덕에 감복하고자 신의 죄로 겁이 나서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렸다. 왕은 여기에 이르러 예의 사냥꾼을 불러내어,
『그대는 나라에 공이 있으니 구족을 이끌고 나오너라. 중한 상을 주리라.』
이렇게 거짓을 꾸며 사냥꾼에게 친척이란 친척은 다 불러 모아 궁전으로 데려오게 했다.
거기서 왕은,
『그대는 은인을 죄구덩이에 처넣고 자신만이 잘 되려고 꾸민 나쁜 놈의 원흉이다.』
라고 말하며 사냥꾼의 구족을 모조리 죽였다.
수행자는 이 일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다시 산으로 들어가 수행을 계속하였다는 이야기다.
그때의 수행자는 석존, 까치는 사리붓타, 뱀은 아난, 사냥꾼은 데바닷다, 사냥꾼의 아내는 칸슈이다.

<六度集經 第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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