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왕 맘멘

거위왕 맘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비내야파증사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상상(相像)의 「맑고 시원한 못」이라고 불리는 아노크다츠 못가에 만고, 맘멘이라는 두 아이를 가진 다이즈라다라는 거위의 왕이 살고 있었다.
형인 만은 성질이 아주 고약하고 난폭해서 늘 동족인 다른 거위들을 때리고 쪼고하여 못살게 굴면서 저 혼자 좋아하고 있었다.
거위들은 어느 날 왕에게 와서,
『당신의 맏아들 만은 우리들을 매일같이 쪼아서 못살게 굽니다.』
하고 호소하였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 왕은 한심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응, 그러냐. 그것 참 안됐구나.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성질이 난폭해서 내가 아무리 주의를 시켜도 소귀에 경(經) 읽기라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이번만은 내 체면을 보아서 용서해 다오. 내 다시 잘 타이를 터이니.』
불량한 아들 때문에 왕은 아랫 사람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왕은 곰곰이 생각했다.
(저 맏아들 만을 후계자로 하였다가는 자기가 죽은 뒤에 만은 아무도 꺼릴 사람이 없어 더욱 더 거칠어져서 나중에는 틀림없이 동족을 죽일 것이다.)
『큰일이로다.』
그리고, 죽은 뒤에 동족간의 참상을 상상하고서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거위 왕은 형제를 불러 놓고,
『너희들을 지금부터 이 나라에 있는 못이라는 못은 모조리 시찰하고 거위가 살고 있는 상태를 조사해 오너라. 그리고 지체없이 그 결과를 먼저 알린 자에게 이 왕위를 넘겨 주기로 한다.』
하고, 무슨 일인가를 계획한 왕은 갑자기 형제에게 이렇게 명령하였다.
형제는 서로 마음속에 제가 먼저 올 것을 다짐하고 각각 五백 마리의 거위를 거느리고 한꺼번에 날아갔다. 여기 저기에 있는 못들을 차례차례 시찰하면서 우연히도 형제는 바라나시국에서 서로 만났다.
그 당시, 이 나라의 왕은 범덕왕(梵德王)이라는 영특한 대왕으로서 나라를 잘 다스리었으므로 나라는 부강해지고, 국민은 태평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 왕성(王城) 근처의 묘화지(妙花池)에는 맑은 물이 넘실거리고 있는데, 여러 빛깔의 연꽃이 만발하여 맑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못가에는 갖가지 풀들의 꽃이 울긋불긋 피어있고, 나무들에서는 새들이 즐거운 듯이 날아 다니며 재미있게 기저귀고 있어, 마치 한 폭의 산수화조(山水花鳥)의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경치였다.
이 못을 보고 형 만은 거느리고 온 五백 마리 부하들과 함께 내려가 못에서 자유로이 헤엄쳐 다니면서 놀기에 정신이 없었다.
맘멘은 五백 마리의 거위를 거느리고 하늘을 날면서 형의 한떼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중의 한 마리의 거위는 맘멘을 향하여,
『우리들도 못에 내려가서 저처럼 놀아도 괜찮겠습니까.』
하고 너무도 부러워서 그렇게 물어 보았다.
『노는 것도 좋지마는 나는 아버님으로부터 시찰 명령을 받고 왔으니, 잠깐 고향 아노크다츠 못에 돌아가 시찰 보고를 하고 왕위를 이어 받은 다음에 다시 와서 놀기로 하자.』
하고, 맘멘은 아버지의 명령을 존중하여 그냥 五백 마리의 거위를 데리고 급히 아버지에게로 돌아와 보고를 마치었다. 그리하였더니, 아버지 왕은 약속대로 맘멘에게 왕위를 넘겨주었다.
맘멘은 다시 바라나시국의 묘화지(妙花池)에 와서 즐겁게 놀았다. 맘멘의 날개 빛이 매우 아름다워 눈부시게 빛날 뿐 아니라, 그 생김새가 또한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여러 거위의 무리에서 우뚝 두각을 나타내었으므로, 못안의 여러 새들은 맘멘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었다.
맘멘이 못 가운데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묘화지에 아주 아름다운 거위가 놀고 있다는 소문이 죽 퍼져서 매일같이 구경꾼이 못가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때 아닌 성시(盛市)를 이루었다.
어느 사이에 이 소문이 범덕왕(梵德王)의 귀에 들어갔다. 왕은 측근(側近)에게,
『듣건대, 묘화지에 아주 아름다운 거위가 살고 있다는데, 날개나 몸을 상하지 않게 잡아 오라라.』
고 분부하였다. 측근자는 이것을 사냥꾼에게 전하였다. 사냥꾼은 묘화지 위에 그물을 느슨하게 치고 무난히 거위의 왕인 맘멘을 잡았다.
맘멘은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부하들에게,
『너희들은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라.』
고 하였다.
五백 마리의 거위들은 맘멘의 명령대로 모두 날아갔는데, 그 중 단 한 마리의 거위가 눈물을 흘리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도망하지 않고 그 그물 옆에 움츠리고 있었다. 사냥꾼들도 이 광경을 보고 적이 가엾은 생각이 나서,
『그렇게 울지 마라. 우리들은 왕명을 거역하면 벌을 받으므로 그것이 두려워서 본의 아니게 너를 잡았지마는 결코 너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고 달래어, 거위의 왕을 데리고 왕에게로 가니, 울고 있던 한 마리의 거위도 뒤를 따라왔다.
이것을 바라본 범덕왕은,
『그 뒤를 따라온 거위는 생각건대 거위왕의 아내로서 이별이 서러워서 따라온 것이리라. 가엾으니 거위왕을 놓아 주어라.』
하고 자비스러운 말을 하였다.
해방이 된 거위의 왕과 그의 아내는 범덕왕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고, 즐거운 듯이 날개를 나란히 하여 날아갔다.
이 두 마리의 거위에 동정한 사냥꾼들은 만일에 도중에서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살해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그 뜻을 왕에게 아뢰었더니, 범덕왕도 마찬가지 생각으로 근처 백성들에게,
『거위의 왕을 해쳐서는 안된다.』
하는 엄한 포고(布告)를 내렸다.
이 자비스러운 범덕왕의 은혜로 맘멘왕은 아무 탈 없이 아노크다츠못에 무사히 돌아올 수가 있었다. 부하 거위들은 자기들의 왕이 무사한 모습을 나타났으므로 모두들 함께 그 건재(健在)를 축복하였다고 한다.
이 거위의 왕은 지금의 석존이시다.

<毘奈耶破憎事第十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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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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