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슴의 비유

큰 사슴의 비유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여행경 열반경

『옛날 어느 넓고 무성한 숲 사이에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봄이라 따뜻한 미풍이 상쾌하게 불어오더니 해 질 무렵에 폭풍으로 변하여 나무와 나무가 서로 마찰하여 불이 나고 말았다. 산불이다.
순식간에 산불은 사방으로 휘몰아 퍼져 나갔다.
타오르는 불빛, 용솟음치는 연기, 고목은 지심을 울리며 나동그라지고 키 작은 관목들은 연기에 휩싸여 몸부림쳤다. 놀란 것은 숲 속에 사는 짐승들이었다. 앞을 다투어 불꽃 없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 곳도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하였다.
그 곳에는 폭이 넓고 깊은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꽃은 그 곳이라고 예외 될 수 없었다.

무서운 기승을 하고 점점 그들 옆으로 육박해 왔다.
열풍과 함께 불덩이가 머리에도 등에도 비처럼 쏟아진다.
연기는 친지를 둘러싼 듯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짐승들 중에는 결심한 듯 철퍽하고 강물에 뛰어드는 무리도 있었고, 어찌 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무리들은 다시 솟아오르지 못하고 강바닥 깊숙히 잠겨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큰 노루가 나타났다. 그는 도망치는 짐승들을 보자 말 한마디도 없이 그의 앞발과 뒷발을 이 강 언덕과 저 강 언덕에 쪽 뻗어 큰 다리를 놓았다.
정신없이 뛰어 내닿는 철모르는 짐승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의 등을 밟고 저 세계로 건너갔다. 얼마쯤 되었을까?
불길은 그칠 사이 없고 짐승들은 한이 없어 그의 등은 많고 또 찢기어 흐르는 피가 강물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지금 그는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어 그대로 몸이 물 가운데 빠질 것만 같았다.
간신히 몸을 펴고 네 다리를 거두어 편히 쉬려 할 때 또 한 마리의 토끼가 달려왔다.
다시 그것을 본 노루는 그 늘어진 허리를 필사적으로 뻗어 최후의 한 마리까지 건네주었다.
토끼는 눈물을 흘리며 쏜살 같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토끼의 앞발이 건너편에 닿는 순간 그 노루의 등뼈가 뚝 하고 부러졌다. 타던 나무는 잿빛으로 변하고 日月이 함께 숨어 천지가 어두웠다.』

이것은 세존이 45년 동안 300여회에 걸쳐 한량 없는 중생을 구제하고 구시나가라성 사라쌍수사이에서 입멸을 하게 된 것을 비유한 설법이다.
「넓고 무성한 숲」은 바가바대적광토에 비유된 것이고
「이름모를 꽃들」은 그 속에 사는 중생들,
「아름다운 향기」는 본 자연한 인심,
「폭풍」은 무명,
「나무의 마찰」은 상호불화,
「불」은 번뇌,
「강」은 생사,
「이쪽 언덕」은 고해의 사바세계,
「저쪽 언덕」은 열반정토,
「큰 사승」은 불,
「다리」는 불법에 각각 비유된 것이고 맨 마지막
「토끼」는 맨 마지막 제도를 받은 수발타장자에 비유된 것이다.
삼계의 불타는 집에서 항상 즐거운 열반으로 모든 중생을 인도해 주신, 그는 마치 큰 사슴과도 같았다. 전륜성왕의 지위도 천하보옥의 재산도 주지육림의 진미도 천하미희의 사랑도 헌신짝 같이 내버리고 출가한 세존은, 6년 동안의 수행을 통해 삼계무비(三界無比)의 불타가 되어 무량중생을 제도하다가 마지막 늙은 토끼 수발타를 건네주고 조용히 그 깊은 물에 몸을 떨구고 말았다.

아, 너무나도 거룩하신 성자, 멀리 높은 하늘 반짝이는 별, 천금성(天金城)의 일륜월(一輪月)이 너무나도 역력하게 이 가슴에 스며든다.
무릎을 꿇고 단정히 앉아 앞을 바라보니 천애(天涯)은 멀어 3만리, 뒤를 돌아다보니 시간은 멀어 3천년, 영축의 산달은 만고에 빛나고 항하의 긴 강은 천고에 흐르는데 애써 다 인생은 생사(生死)의 미로에 방황하고, 세상은 흥망성쇠에 좌우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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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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