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지혜

노인의 지혜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비유경

옛날 인도에 늙은이를 버리는 나라가 있었다. 하루는 나라 임금이 생각했다.
「늙은이 같은 것들은 아주 보기 싫은 물건이다. 잔소리만 퍼붓고, 그러면서도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첫째 그 모양의 꼴이 볼 수 없다. 얼굴에는 주름살투성이고 허리는 꾸부러졌고 이가 없어 음식을 먹을 때는 오물거린다. 그러니 나는 나라 안의 모든 늙은이들을 꼭 쓸어 없애버리고 헛된 소리를 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생각한 임금님은 곧 대신들을 불러 명령했다.
「나라가 깨끗하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되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모두 없애 버려야겠다.」
사신들은 모두 눈이 휘둥글 해져서 서로 쳐다보았다.
「대왕님 아이가 어른 되고 어른이 늙은이 됩니다. 나이 먹어 늙는 것도 서러운데 나를 낳아준 부모님들을 어떻게 버립니까?」
「듣기 싫다. 비틀거리는 늙은이들은 한사람도 남기지 말고 모두 없애버려라.」
사람들은 서로 우리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우리할머니 용서해 주세요. 하고 모두 울면서 애원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한 대신의 집에도 할아버지 한분이 계서 꼭 버려야겠으나 인정상 도덕상 그럴 수가 없어 대신은 아무도 몰래 땅굴을 파고 그 속에 모셔두고 저녁에 급병으로 돌아가셨다 하여 장사까지 잘 지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서 임금이 꿈을 꾸니 한 신인이 나타나 말했다.
「내가 너에게 한 가지 물어볼 말이 있는데, 만일 이를 대답하지 못하면 7일 이내에 나라를 없애 버리리라.」
왕은 벌벌 떨면서
「무슨 일인지 말씀이나 해보십시오.」
하고 간청했다. 신인은 뱀 두 마리를 내놓으면 말했다.
「어느 것이 숫놈이고 어느 것이 암놈이냐?」
두 뱀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꼬리를 틀기고 하고 또 혀를 널름거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대왕으로서는 맞출 수가 없었다.
이튿날 대신들을 모아 놓고 의논하였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오직 그 대신이
「제가 집에 가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대신은 집에 돌아와 곧 지하실에 계신 할아버지께 물었다.
「어떤 것이 암컷이고 어떤 것이 수컷입니까?」
「두 마리 뱀을 따로 따로 부드러운 솜 위에 놓고 비유해 보라. 기운이 필펄한 놈은 숫놈이고 조용한 것은 암놈이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대신은 급히 대궐에 들어가서 그대로 여쭈었더니 과연 틀림없었다.

저녁이 되어 다시 임금님은 꿈 가운데서 신인을 만나 그렇게 말했다. 신인은
「참, 잘 맞추었다.」
칭찬하고 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였다.
「여기 큰 코끼리가 한마리가 있는데 코끼리가 커서 저울에 달 수 없다 무게를 달려면 어떻게 하면 좋지 ?」
역시 대답을 못했다. 대왕은 이튿날 또 어전회의를 열었다.
이번에도 그 대신이 할아버지께 물었다.
「얘야, 뭐가 그렇게 어려우냐? 커다란 배에다가 코끼리를 태우고서 물에다 띄어 배가 무거워 가라앉는 곳을 표했다가 다음에는 돌을 실어 그 표에 이르게 하라.
그리고 다시 돌을 꺼내 하나씩 달아 보면 되지 않겠니?」
하고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셨다. 임금님은 기뻤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더 어려운 문제를 주었다.
「왕이여, 여기 지금 내다 놓은 두 마리의 말은 보기는 똑같으나 하나는 어미이고 하나는 자식이다.
어느 것이 어미이고 어느 것이 자식이냐?」
왕은 또 대신들을 불렀다.
그러나 대신들이 모두 눈만 꿈벅 꿈벅하고 있는데 역시 그 대신이
「생각해 보겠다.」
하고 떠났다.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여쭈니
「그것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두 마리 말 앞에 풀을 주어보라. 어미 말은 새끼 말에게 먼저 먹일 것이다.」
「아, 참 그렇군요, 사람이나 짐승이 뭐가 다르겠습니까?」
손자대신은 신이 나서 곧 대궐로 뛰어가 이 사실을 아뢰니 과연 그것은 틀림없었다.
신인의 시험에서 헤어난 대왕은 그 대신께 큰 상을 내렸다.
그러나 대신은 굳이 사양하고
「만일 자기 죄를 용서하여 준다면 말씀드리겠다.」
하였다.
「무엇이고 그대의 죄는 문책 없이 용서하리라.」
비로소 대신은 할아버지를 땅속에 숨긴 사실과 땅속에 숨어 계신 할아버지가 그 지혜를 짜낸 것을 말씀드리니, 왕은 크게 뉘우치고 그 할아버지에게 큰 상을 내리고 아울러 전국에 노인의 사면령을 내렸다.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다.
많은 일을 경험하여 말도 많지만 지혜도 많다.
추잡한 겉모습을 싫어하기보다, 아름다운 지혜를 그 속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노인을 공경하고 노인을 보호할 줄 아는 사회는 복된 사회가 된다.
어린아이들이 가정의 꽃이라면 노인은 지혜의 등불이기 때문이다.

<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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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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