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자필멸

생자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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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파리어본 증지부경

이 세상에 뭐니 뭐니 해도 생처럼 기쁜 것 없고 죽음처럼 슬픈 것 없다.
그러나 생과 사는 둘이 아니다. 생이 있으므로 사가 있고 사가 있으므로 생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생을 탐할 뿐 생사의 구렁에서 영원히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느 날 부처님께 죽은 자식을 안고 와약을 구하는 여인이 있었다.
일찍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 몸이 허약하여 이름을「키사코다미라 불렀는데 천행으로 결혼만은 부잣집으로 하여 의식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일찍이 자식을 낳지 못해 무진 애를 쓰다가 늦게나마 한 자식을 얻으니, 때마침 옥동자라 시가의 경멸과 학대는 일시에 총애로 변하여 자식과 여인은 마치 쟁반위의 구슬처럼 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토실토실 무병하게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사방팔방으로 약을 구해 써보았으나 백약이 무효라 마침내 애는 죽고 말았다.
미쳐버린 어미는 그 애를 등에 업고
「우리 아기에게 약을 주십시오. 우리 아기에게 약을 주십시오.」
하고, 슬피 울면서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그 여인은, 오늘은 이 마을 내일은 저 마을로 쏘다니며 약을 구했다. 이 가련한 여인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저 사람에게 약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처님뿐이다.」
생각하고, 어떤 착한 사람이 부처님께 안내 했다.
「부처님 내 아이에게 약을 주십시오.」
하고 엎드려 울었다.
「그래, 약을 주지. 너의 귀여운 아기를 꼭 살릴 수 있는 약을 줄 터이니 마을에 내려가 아무 집에서나 겨자씨 조금만 얻어 오너라. 단지 한번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서.」
여인은 밖으로 나왔다. 누구도 그 가련한 여인의 말을 듣고 겨자씨를 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여인은 물었다.
「혹시 이 집안에서 일찍이 사람이 죽은 일은 없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연전에 귀여운 자식까지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씨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여인은 또 다음 집으로 갔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종일토록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헤매 보았으나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다. 「아, 사람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서산에 해가 떨어지고 동산에 밝은 달이 솟아오를 무렵, 그 여인의 가슴에 경각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곧 아이를 화장터에 버리고 부처님께 달려갔다.
「겨자씨를 구해 왔느냐?」
「부처님, 이제 그 일은 끝이 났습니다. 존경하는 부처님, 오직 저를 불쌍히 여기사 저의 귀의를 받아 주십시오.」
「착하다 여인이여. 떳떳한 것 다 헤지고 높은 것은 떨어진다.
만나면 이별이 있고 생자에겐 멸이 있다.」
여인은 슬픔을 잊고 밝은 눈빛으로 부처님을 바라보았다.』(巴利語本 增支部經>

개념적인 무상, 개념적인 무아, 개념적인 지식은 결코 영탄적인 탄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각은 이와 같은 일반적 지식과는 달리 깨달음의 세계로 옮아가는 것이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상식적인 인생 본연의 문제이지만, 사람들은 일을 당하면 이성을 잃고 이 여자를 닮아간다.
만일 그 여인이 부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모든 사람들의 경멸과 허탈 속에 죽어 갔던지 더 미쳐 버리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 설사 살았다 하더라도 그는 혼 없는 인형처럼 바보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자식을 잃고, 헤매이는 뭇생명들이여, 사랑을 잃고 헤매이는 뭇사람들이여. 이 여인을 보라 창작이 없는 지식은 타버린 재와 같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라 각오(覺悟)이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지자의 지혜다.

불타는 이러한 교육법으로 모든 중생들을 교화했다. 짜여진 교안, 탈해진 색깔을 거듭 물들여 그 머리를 혼동시키지 않고 병을 보아 약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었다.
병이 하나가 아니라서 약이 하나가 될 수 없고, 사람의 생각이 꼭 같지 아니하므로 그를 대치하는 기지 또한 같을 수 없다. 팔만대장경을 많다고 말라.
병이 8만이니 약이 8만이 아닐 수 있겠는가?
쥐면 하나고 펴면 열이 되듯 진리는 끝없이 이 우주에 변만해 있지만 사람들이 어리석어, 보아 쓸 줄 모르고 때를 기다리고 스승을 탓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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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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