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쥐와 검정쥐의 비유

흰쥐와 검정쥐의 비유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빈두설경

불타의 입장에서 볼 때 인생은 고도 낙도 아니다.
이 세계와 인생, 이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변현한 것이므로 마음이 괴로우면 이 세계가 괴롭고 마음이 즐거우면 이 세계가 즐거운 것이 마치 푸른 안경을 끼고 보면 푸른 세계로 보이고 붉은 안경을 끼고 보면 붉은 세계로 보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을 빈두설경(賓頭說經)에서 다음과 같은 설화를 이야기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큰 광야에 나갔다가 미친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다. 그는 크게 놀라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도망쳐 가다가 들 한복판 옛 우물터에 뻗어 내려간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들어가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는 또 다른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물 네 구석에서는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널름거리고 우물 한복판에서는 무서운 독룡이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
위에서는 미친 코끼리가 발을 동동 구르고 밑에서는 용과 뱀이 함께 혀를 널름거리니 오도 가도 못한 행인은 오직 하나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그 등나무 넝쿨에 몸을 꼭 붙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말 발굽소리 같은 게 들렸다. 이상히 여긴 행인은 고개를 빼들고 그 소리를 경청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를 구하기 위해서 오는 대상들의 말발굽 소리가 아니라 자기가 잡고 있는 등나무 넝쿨을 흰 쥐와 검정 쥐가 서로 번갈아 가며 쏠고 있는 것 이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사나이였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하늘가에선 몇 마리의 꿀벌들이 집을 짓느라 날고 있었다.
앉고 날 때마다 떨어지는 꿀방울 너덧개, 그것이 입에 닿았을 때 그는 그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그것에만 도취되었다. 그러는 동안 대지엔 난데없는 불이 일어나 태울 만한 모든 것은 다 태워 버렸다.」

이것은 비유다.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어떤 사람은 생존인간, 코끼리는 무상, 옛 우물은 생사, 나무뿌리는 명줄, 횐 쥐와 검정 쥐는 낮과 밤, 해와 달, 나무뿌리를 쏘는 것은 염념생멸. 네 구석의 독사는 4대색신, 독룡은 죽음, 벌은 삿된 생각, 너덧 방울의 꿀은 5욕, 불은 늙고 병드는 것에 각각 비유된 것이다. 끝없는 무명장야의 이 세상에 태어나 무상신속의 불안 속에 위협을 당해 가면서 수파후랑(隨波遂浪)하는 인생, 이 인생을 부처님은 이 설화에 비유했다.

인생은 누구나 끝없는 세월 속에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유람객이다.
누구고 생사의 암두에 바로 서서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못을 바라보면 무서운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볼 것이다. 생명 하나만을 온 몸의 끄나풀로 믿고 모든 고통을 참고 가는 모습을 똑똑히 볼 것이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도살장을 향해 보보등단하는 소와 같다.
밤과 낮의 시간이 용서 없이 우리의 명맥을 깎으면서 지나간다.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위험한 운명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4대 6신을 5욕의 쾌락에 깊숙히 묻고 미망으로부터 미망으로 고뇌로부터 고뇌로 줄달음질친다.
대왕 빔비사라는 이 법문을 듣고 불사의 영광을 얻었다 하거니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이 설화에 의하여 비로소 구도의 역정에 오르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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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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