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잘내는 사람과 옹기장이 대신 나귀를 사온 사람

화 잘내는 사람과 옹기장이 대신 나귀를 사온 사람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백유경

여러 사람이 방안에 모여 어떤 사람의 덕망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행동은 모두 훌륭한데 두 가지 단점이 있다. 곧잘 성내지 않으면 경솔한 게 그의 흠이다.」
고 누가 말했다. 이때 그 사람이 문밖을 지나다가 그 말을 들었다.
그는 화를 내며 방으로 뛰어 들어와 그렇게 말한 사람의 멱살을 움켜잡고 주먹질을 해댔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내가 언제 성을 잘 내고 매사에 경솔하단 말이오. 이 사람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말을 하니까 때린 것 아니오.」
한 사람이 그의 말을 받아
「지금 당신이 한 짓이 바로 성을 잘 내고 경솔하다는 증거가 아니겠소?」
하고 반문했다.
남이 자기 허물을 말할 때 원망하거나 성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비유하면 이렇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취해 성격이 거칠어지고 정신이 흐려져 있다가도 남에게 비난을 듣게 되면 도리어 그를 원망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스스로 깨끗하다는 것을 내세우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자기 허물 듣기를 꺼리며, 남에게 비난을 들으면 화를 낸다.

옛날 한 바라문이 큰 잔치를 베풀려고 했다. 그는 제자에게 잔치에 쓸 질그릇을 마련해야겠으니 옹기장이를 한 사람 데려 오라고 했다. 제자는 옹기장이 집을 찾아 나섰다.
도중에 그는 질그릇을 나귀 등에 싣고 팔러 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잘못하여 나귀가 질그릇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릇이 모두 깨어지고 말았다.
그 사람은 울면서 어쩔 바를 몰랐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바라문의 제자는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슬퍼하십니까?」
「오랜 고생 끝에 그릇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려고 가는 길인데 이 못된 나귀 때문에 모두 깨어졌으니 이를 어떻게 합니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그릇을 잠깐 사이에 모두 깨뜨려 버리니 그 솜씨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내가 그 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며 그 나귀를 팔았다.
제자는 그 나귀를 타고 돌아왔다. 그를 본 스승은 제자에게 물었다.
「옹기장이는 데려오지 않고 웬 나귀를 끌고 오느냐?」
「옹기장이보다 나귀가 더 필요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질그릇을 나귀는 잠깐 동안에 모두 깨뜨려 버립니다.」
그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미련하고 지혜란 조금도 없구나. 나귀는 깨뜨리는 일은 잘 할지 모르나 백 년을 걸려도 그릇 하나 만들지도 못한다.」

세상에 은혜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도 그와 같다.
오랫동안 남의 은혜를 입고서도 그것을 갚을 줄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손해만 끼치고 조금도 이익을 주지 못한다.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이 이 비유와 무엇이 다르랴.

<百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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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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