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길손

외로운 길손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잡아함경

「인간은 천애의 고아」라는 말이 있다. 나면서부터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까닭이다. 권속처자가 삼죽(森竹)처럼 두르고 금은옥백이 노적봉처럼 쌓였을지라도 죽음에 임하여 동행하는 자 그 누구도 없다.
『옛날 어떤 장자가 네 부인을 거느리고 살았다. 첫째 부인은 얼굴이 잘못 생겨 첫날밤에 소박하고, 둘째 부인은 보통 생겼으나 1, 2년 데리고 살다보니 권태증이 나 떼어놓고, 셋째부인을 얻어 사는데 별로 볼품은 없으나 그 맛이 매우 묘하여 잠시도 그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었다. 그래 어디를 가게 되면 꼭 품안에 넣고 다니든지 아니면 장롱 속에 깊히 깊히 감추어 두든지 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어떤 사람이
「여기 일등 미인이 하나 있으니 가서 보라.」
하였다. 가서 본즉 나이는 비록 어려 손녀딸 같으나 과연 절세미인이라 아니 얻고는 배기지 못했다.
그래 그 여인만을 밤낮으로 앉고 눕고 가고 오고 항상 옆에 끼고 다니고 거느리고 다녔다.
그런데 이 장자 나이가 들어 병들어 눕게 되었다. 백가지 약을 써도 효험이 없으니 오직 남은 길은 하나 황천길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차 혼자 갈 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하여 어느 누구를 데리고 갈까 궁리하였다.
「옳지, 그래도 내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던 넷째부인을 데리고 가야지-」
이렇게 생각한 장자는 곧 그 부인을 부르고 일렀다.
「내가 80노령에 병이 들어 죽게 되었으니 너도 죽어 나와 같이 저승길에 동반하기로 하자.」
그러나 여인은 깜짝 놀라며,
「별 끔찍한 말씀 다 하십니다. 죽거든 당신 혼자나 죽지 장래가 구만리 같은 나까지 왜 데려가려 하십니까?」
「내가 너를 끔찍히 사랑하여 호강을 시켰는데 그럴 수 있느냐?」
「내가 나이 많은 영감을 얻어 시집올 때는 귀염 받고 호강하러 온 것이지, 같이 죽기 위해 온 것은 아닙니다.」
하고 거절했다. 그때 장자는 셋째 부인을 부르고 물었다.
그러나 이 사람 역시,
「당신이 가장 사랑하던 여인도 거절하는데 나 같은 소박데기가 어떻게 당신과 함께 동행 하겠습니까?」
「그렇지만 내가 너도 그만 못지않게 사랑하여 외출할 때는 너를 다락에 가두고 농속에 넣어 두지 않으면 언제나 내 품에 넣고 다니지 않았는가?」
「아이구 말씀 마시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답시고 여기에 가두고 저기에 가두는 바람에 한세상 지긋지긋하게도 구속도 많이 받았소이다. 만일 지금이라도 당장 당신이 죽는다면 나는 해방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마음대로 돌아다닐 것이니 이 얼마나 행복 하겠습니까 ?」
하고 빈정댔다. 그래 그는 하는 수 없이 둘째 부인을 불렀다.
그러나 그도 하는 말이,
「당신이 돌아간다면 남의 눈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묻히는 묘지까지는 가겠소이다. 그러나 땅속에까지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였다. 실망한 장자는 마지막으로 첫째부인을 찾아 그동안 경과를 이야기하고 사정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여필종부인데 당신이 가시는데 내가 어찌 따라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동안 너무나도 괄세하고 배반하여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해 죽어 귀신이 되더라도 영양실조가 되어 당신을 부축하고 가기는커녕 당신이 나를 업고 가야 할 것이니 그것이 큰 걱정이오.」하였다.』<雜阿含經>
이것도 비유다. 어떤 장자는 생존인간이고, 넷째 부인은 신체인 몸(四大色身), 셋째 부인은 돈(財産), 둘째 부인은 부모 형제 일가 친척, 첫째 부인은 마음(本心)에 각각 비유된 것이다.
우리 인간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돈이고, 이 몸이요, 일가 친척이고 부모 형제다.
그러나 그것들은 마지막 길손의 반려가 될 수는 없다.
부처님은 이 외로운 길손인 인간을 이 장자에 비유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본래의 씨앗을 트고 나온다. 그러나 밭에 떨어진 씨앗이 그 속에 새싹을 트고 자라면서도 그 본체의 자기를 깨닫지 못하듯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기 세계를 까마득히 망각해 버리고 있다.
더욱이 물질을 알고 자기라는 물건을 인식하게 되면 그토록 사랑스레 길러주신 부모, 형제, 일가, 친척 등도 다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이 몸이 쇠해지면 다 버리고 떠나가 버린다.
돈도 여자도 사랑도, 이 몸도 오히려 버리고 가거든 하물며 일가 친척이겠는가?

남쪽에서 왔다가 북쪽으로 갔다가 동쪽, 서쪽으로 설치는 모습
하늘도 공하고 땅도 공하고 해도 공하고 달도 공하고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어찌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논도 공하고 밭도 공하니
많고 적고 주인만 바뀌고
금도 공하고 은도 공하니
죽은 뒤에 누가 손 가운데
돈 가진 것 보았는가,
처도 공하고 자식도 공하니
황천노상에선 만나지 못한다.
대장경 가운데 공은 색이고
반야경 가운데 색은 공이다.
아침에 서쪽에서 설치다가
저녁에 동쪽에서 설치는 모습
인생은 흡사 꽃 따는 벌과 같다.
백가지 꽃을 따 끝을 이루어 놓았으나
머리가 많도록 신고한 것이 또 한가닥 꿈이로다.
깊은 밤 3경의 북소리는 들었는데
몸을 뒤쳐 五경의 종소리는 듣지 못했네.
머리를 조아려 자세히 생각하니
곧 이것이 한가닥 꿈이로다.

그러므로 옛 사람이 3일 동안이라도 마음을 닦는 것은 하늘에 쌓는 보배이고 백년동안 물질에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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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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