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3만 6천일

백년 3만 6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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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육도집경

고오리왕국에 스와칸이란 큰 나무가 있었는데 둘레가 5백 30리 뿌리가 8백 40리, 높이 4천리 가지의 넓이가 2천리나 되었다.
그런데 그 나무는 저절로 5면을 이루고 있고 그 각 면마다 술통 만큼씩한 과일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그래서 1면은 왕과 궁인, 2면은 백관, 3면은 백성, 4면은 스님과 수도인, 5면은 날짐승들이 각각 먹이로 삼고 있었다.
이 나라에는 법도 없고 해치는 이도 없이 그저 그 과일만 따먹으면 저절로 배가 부르고 마음이 상쾌해졌다.
사람의 수명은 8만 4천세라 여자는 5백세가 되면 시집을 갔다.
사람의 나이가 차면 저절로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 대소변, 애욕, 식욕, 쇠약의 아홉가지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 아홉가지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아리넨머 장자는 홀연히 무상심을 일으켰다.
「인생은 무상하구나. 재산도 명예도 믿을 것 없구나.」

이렇게 생각한 아리넨머는 인생의 수명을 시간단위로 따져 보았다. 가령 인간의 수명을 백년으로 잡는다면 백년이 3만 6천일에 불과한데 그 가운데서 밥 먹는 시간, 대소변 보는 시간, 손님 접대하고 번뇌 망상하는 시간, 자고 놀고 유희 환락하는 시간, 이 모든 시간을 빼 놓고 나면 참된 인생생활이란 단 1년도 되기 어렵다. 이래서 되겠는가? 나는 차라리 결혼하여 무상을 만끽하는 것보다 중이 되어 영원을 체인하리라 하고 부모의 만류도 뿌리치고 멀리멀리 도망쳐 갔다.
그러나 그는 마침 한 노인이 아름다운 딸 하나만을 데리고 사는 집에 들어가 고용살이를 하게 되므로 주인 노인은 그의 성실한 마음씨를 보고 간절히 구혼했다.
아리넨머는 원래 여자가 싫어 나온 몸이었지만 워낙 잘 생긴 여인을 보자 마음이 솔깃해졌다.
그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었다.
몇 년을 살다가보니 그날이 그날이고 생에 새로운 맛이란 전혀 없었다.
「옛날 부처님은 색을 불에 비유했는데 이제 나는 이 불에 무상의 씨앗을 불태우고 있을 뿐 무슨 새로운 것이 있는가. 나는 마치 불속에 뛰어든 나비와 같구나.」
생각하고 곧 그 곳으로부터 또 도망쳤다.
얼마쯤 가다가 어느 여관에 들르니 거기에는 본래의 그 애인보다도 천배나 더 어여쁜 처녀가 곱게 단장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래서 그는 또 전날의 개안(開眼)도 잊어버리고 다시 날파리처럼 그의 아름다운 육체를 빠는 신세가 되었다.
아리넨머는 이렇게 두번 세번 도망쳐 다니며 많은 여인과 새로운 인생의 여정을 경험해 보았으나 진실로 자기의 명을 이어줄자는 없었다. 비로소 그는 탄식했다.
그때 한 여인이 말했다.
「당신처럼 어리석은 인간도 없습니다. 산으로 가나 바다로 가나 들로 가나 바위 속으로 숨으나 당신의 명은 끝내 마치고 말 것입니다. 차라리 한 곳에서 편히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하시오.」
그러므로 참되고 숭고한 진리는 그 무상한 몸, 무상한 현실을 도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마음 가운데 무상심(無常心)을 뽑아 버리는데 구도의 일보가 되는 것이니 가정과 사회, 주위 환경을 원망하고 도망칠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을 깨달아 무상 가운데서 영원을 체인하는 성자가 되어야 한다.

<六度集經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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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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