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코끼리처럼

전쟁터의 코끼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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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나운경

불교의 5계 가운데 제 2 망어계와 기타 여러 가지 사미계는 부처님 아들 라흘라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라흘라는 너무 어려서 출가하여 하루 한 때씩만 먹고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여 사는 비구승들처럼 독립해서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사미는 하루 두 때 먹어도 괜찮다.」
는 계율이 나오게 되었다. 또 라흘라로 인하여.
「나이 어린 사미는 그를 지도하여 줄 법은사를 정한다. 스승은 제자와 한 방 한 이불속에서 자지 못한다.」
등 여러 가지 사미계와 출가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는 계율이 생기게 되었다.
라흘라는 사리불을 은사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부터 약 2키로 떨어진 지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때로 손님이 와서 부처님의 거처를 물으면 아주 딴 곳을 가르쳐 주어 그들을 고생하게 하곤 하였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갔다.
아버지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라흘라는 쫓아가 발우를 받고 곧 대야에 물을 떠서 발을 씻겨드렸다. 라흘라가 발을 씻고 나자 부처님께서 물었다.
「라흘라야, 너 그 물을 먹을 수 있느냐?」
「이 물은 본래 깨끗하고 밝은 물이었으나 지금은 더러워졌으므로 먹을 수 없습니다.」
「너도 바로 이 물과 같다. 도에 뜻을 두고 사문이 되었으나 입에 진실함이 없으니 왕족으로서의 체면뿐 아니라 사문으로서 자격이 없다.」
꾸짖고 그 물을 버리도록 하였다.
라흘라가 물을 버리고 대야를 가지고 오자 또 물었다.
「라흘라야, 그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있느냐?」
「더러운 물을 담았던 그릇이므로 음식을 담을 수 없습니다.」
「너도 또한 이 대야와 같다. 출가는 했으나 정성이 없고 억지만 세고 아만이 높아서 일찍이 나쁜 이름이 드러났다.」
그리고 부처님은 그 대야를 발로 차버렸다. 그랬더니 대야가 때굴때굴 굴러 가다가 겨우 멈췄다.
부처님은 물었다.
「라흘라야, 그 그릇이 깨질까 염려되지 않았느냐?」
「예, 그것은 값싼 것이므로 아깝지 않았습니다.」
「너도 그렇다. 입으로 함부로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하여 이미 너는 값싼 인간으로 전락되어 있기 때문에 지혜 있는 사람들이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지금 죽으면 윤회에서 생사의 괴로움은 한이 없고 모든 부처님과 현성도 너를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 어떤 임금이 한 마리의 코끼리를 길렀다.
그 코끼리는 용맹하여 전장에 나아가면 작은 코끼리 5백 마리의 힘을 가졌다. 마침 전쟁이 일어나 코끼리 몸 아홉 군데다 여러 가지 무장을 시키면서도 코만은 잘 싸서 다치지 않게 하였다.
전쟁이 치열하게 되자 코끼리는 다시 달려와 코를 치켜들고 코에다 칼을 달아 주기 원했다.
그러나 상사(象士)는 들어주지 않았다. 코는 부드러워 다치기 쉽고 코가 없는 코끼리는 쓸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라흘라야, 사람이 악을 범하는 것은 입을 삼가 하지 않는 까닭이다.
전쟁에서 코끼리의 코를 보호하여 죽음을 막아주듯 너도 입을 잘 보호하여 10선을 닦고 아울러 3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너는 황족으로 태어나 출가한 보람이 있을 것이며, 도를 얻고 영원히 고를 떠나 열반의 낙을 누릴 것이다.」
라흘라는 너무도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전쟁터에 나아간 코끼리처럼 입을 잘 보호하리라.」
맹세하더니 과연 밀행제일의 라흘라가 되었던 것이다.

<羅云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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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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