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계교와 거북이의 슬기

원숭이의 계교와 거북이의 슬기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비유설화

• 주제 : 비유
• 국가 : 인도

옛날 가식구 바라나성에 5백 마리의 원숭이 떼가 나무 숲속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숲속의 과일 나무 열매를 따먹고 니구율이라는 큰나무 옆에 모여 놀게 되었는데 마침 그 옆에는 큰 샘물이 있었다.
휘영청 밝은 달밤, 밝은 달이 구슬처럼 떠올랐다.
목이 말랐던 원숭이 대장이 물을 먹고자 그 입을 물속에 댔을 때 뜻밖에도 둥근달이 그 속에 덩실하니 솟아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큰일 났다. 달님이 물에 빠졌으니 이제 세상은 어두워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어서 빨리 저 달을 건져내지 않으면 안된다.」
하고 성화를 해댔다.
「참으로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달은 밤하늘에 등불입니다. 그런데 그 달이 저렇게 물에 빠졌으니 이제 우리는 밤놀이는 다 했습니다.」
하고 한 원숭이가 맞장구를 쳤다.
「자, 그럼 달을 건지도록 하자.」
그러나 막연했다. 어떻게 달을 건질 것인가?
깊은 못 푸른 물속에 들어갔다 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죽고 말 것이다. 원숭이 대장은 생각했다.
「옳다. 여기 좋은 수가 있다. 내가 저 나무 위에 올라가 호숫가로 늘어진 나뭇가지를 잡을 테니 나머지 499명은 내 꼬리를 순서대로 잡고 맨 끝에 달린 놈이 달을 건지도록 한다.」
원숭이들은 신이 났다.
원숭이 대장이 나뭇가지에 매어 달리자 다음 다음 순으로 4백 9십 9명의 원숭이가 각기 꼬리를 잡고매어 달렸다. 그러고 맨 마지막 원숭이가 그전 원숭이의 꼬리를 잡고 첨벙 물속으로 들어가자 나무 가지는 우지근 뚝딱 하고 부러졌다.
달은 울렁이고 원숭이들은 간곳없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 설화는 부처님께서 어리석은 스승과 본래의 자기를 상실한 인간들을 회책(悔策)하기 위하여 설하신 비유이다. 스승은 모범이다. 모불모(模不模) 범불범(範不範)이 세상에 적지 않아 선량한 사람들까지도 죽음을 이루게 하니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 계실 때 일이다. 어떤 비구가 어느 강가에 앉아 20년을 일심정력으로 공부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몸을 메어 안정을 하면서도 6진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경계에 대한 집착심이 떨어지지 않아 지혜의 빛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면 조금만 해도 능히 해탈을 얻으리라 생각하고 부처님은 오후 늦게 돌아다니는 스님의 행색으로 그를 찾아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마침 그때 주린 여우가 먹이를 구하러 나왔다가 강가에 기어가는 거북이 한 마리를 보고 뛰어가 앞발로 건드렸다.
그런데 거북이는 일면 깜짝 놀라면서 일면 그 머리와 꼬리 네 발을 움추려 그 두꺼운 갑속에 집어넣고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여우는 신이 나서 이리 뒤치고 저리 뒤쳤으나 아무리 뒤쳐도 그가 얻을 만한 틈을 구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섰다가 길을 떠났다. 그때서야 거북이는 그 움추렸던 네 다리와 꼬리 머리를 내어 놓고 느릿느릿 걸어 그의 목적지를 향해 갔다.
「스님, 저것을 보십니까?」
「예, 보았습니다.」
「만일 저 것(머리와 꼬리 네발)이 때를 알지 못하고 방자히 설쳤더라면 그는 결코 그놈의 밥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어 부질없이 근(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을 마음대로 내돌려 그칠 줄을 모릅니다. 어찌 이러고서야 죽음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놀란 스님은 무릎을 치며,
「6근 감추기를 거북이와 같이 하고 뜻 막기를 성벽과 같이 하라.
번뇌의 마구니는 지혜의 벽을 뚫지 못하는 도다. 이제 비로소 무위(無爲)의 뜻을 알고 무쟁(無諍)의 도리를 깨치니 행자도 할 일을 잃고 먼 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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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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