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원숭이

미련한 원숭이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남전대장경

불타가 어느 때 구바라의 한 마을에 탁발을 나갔다가 그 마을 지주의 중식 초대를 받고 그 집에 들어갔다. 지주는 특별히 그의 정원 가운데 부처님을 모시고 여러 불제자들로 하여금 그날만은 그의 소유의 모든 동산을 마음대로 구경해도 좋다 하였다. 그런데 대중들이 식사가 끝난 뒤 숲 속에 들어가 보니 동산 한가운데 아주 황폐한 곳이 있었다.
「원정님 이 곳은 어찌하여 나무가 없습니까?」
「예, 그 곳은 이 동산을 만들 때 마을에 젊은 사람 하나를 시켜 물을 대고 나무를 축이라 하였는데 여기 있던 어린 나무들을 모두 뽑아 그 뿌리에만 알맞게 물을 주었으므로 모두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은 이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이 동산을 망해 놓은 것은 금생뿐이 아니다.」
하시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바라마닷다 왕이 베나레스를 다스리고 있을 때 베나레스에는 큰 축제가 있었다.
큰 북을 둥둥 울리니 거리의 시민들은 너도 나도 흐르는 물결처럼 흘러 나왔다. 마침 그 때 많은 원숭이 떼가 왕의 크나큰 정원에 살고 있었는데 그날 정원사는 그 축제가 구경하고 싶어서 자기가 맡은 물 뿌리는 일을 원숭이들에게 맡기고자 원숭이들을 잔뜩 추겨 올려 마음을 즐겁게 해놓고,
「오 참 오늘은 거리의 축제가 있는 날이로군. 누구에게 이 일을 맡기고 거리에 나아가 축제를 즐길까?」
하니, 그 때 원숭이 한마리가 불쑥 나서며
「저희들이 물을 주겠습니다.」
「좋다. 그러면 내 올 때 너희들이 먹을 여러 가지 선물을 사 올 것이니 큰 나무에는 물을 주어도 작은 나무에는 물을 주지 말라.」
「좋습니다. 원정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원숭이들은 대단히 기뻐 날뛰었다.
정원사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한번 부탁하고, 물 뿌리는 도구와 일체의 집기를 그들에게 맡기고 나왔다.
원숭이들은 펌프에 물을 담아 힘차게 어린 나무들에게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숭이왕은 생각했다.
「물을 함부로 뿌리면 다 죽고 말텐데, 뿌리가 깊고 나무가 큰 것에는 물을 많이 주고 뿌리가 작고 나무가 작은 것에게는 작게 주어야 할텐데-」
하고 곧 부하 원숭이들이 물주는 곳에 나와 그렇게 일렀다.
그런데 한 놈이 듣고 있다가,
「그 뿌리의 깊고 얕음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그야 뽑아 보면 알게 아니냐?」
「아, 그렇군요.」하고 원숭이들은 신이 나서 나무를 뽑아 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그 때 한 현인이 그 앞을 지나가다가 원숭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어찌 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뽑아서 물을 주는가?」하니
「이것은 우리 대왕님의 분부이므로 어찌할 수 없습니다.」하고 끝내 듣지 않았다.

그 때 현인은 원숭이들의 이 같은 대답을 듣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지혜가 없으면 해가 될 뿐 아무소용이 없구나 하고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불렀다.
「노력을 장식하는 성공은 지혜의 하는 일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 없이 곤궁하기만 하네.
저걸 보아라 저 원숭이 들이 나무 말리는 꼴을 현인은 원숭이들을 꾸짖고 동무와 같이 다른 곳으로 떠나 버렸네.」
그 때 부처님은 이 설화를 마치고
『그때의 현인은 바로 나고 나무를 뽑은 원숭이 왕은 지금 저 산을 발가벗게 한 젊은이이다.」
하였다.』

<南傳大藏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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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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