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맛과 죽의 전생이야기

식초맛과 죽의 전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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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말리왕비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즉 그녀는 사위성의 화만사(花蔓師) 두목의 딸로 매우 아름답고 자못 훌륭하였다.
그리하여 16세 때의 어느 날 그녀는 다른 처녀들과 함께 화원으로 갈 때, 식초맛 나는 죽 세 그릇을 꽃바구니에 넣어 가지고 갔다.
그녀는 성을 나가다가 부처님이 그 몸에서 후광을 놓으면서 성으로 들어오시는 것을 보고 그 죽 세 그릇을 드렸다. 부처님은 왕에게서 받은 바루를 내밀어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그녀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이 선정에 의해 얻으신 기쁨을 얻고 한 쪽에 서있었다.
부처님은 그녀를 보고 빙그레 웃으셨다.
『부처님은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웃으셨습니까.』
『아난다야, 이 처녀는 이 죽을 내게 공양한 과보로 오늘 구살라왕의 왕비가 될 것이다.』
하며 웃으신 이유를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처녀는 화원으로 갔다.
그 날 구살라국 바사익왕은 마갈타국 아사세장과 싸우다가 패하여 돌아왔다.
그는 말을 타고 오다가 그녀의 노랫소리를 듣고 마음이 끌려 말을 화원쪽으로 달렸다.
미덕을 갖춘 그녀는 왕을 보고 달아나려하지도 않고 차라리 가까이 와서 말고삐를 잡았다.
왕이 말하였다.
『너는 남편이 있느냐.』
『없습니다.』
왕은 말에서 내려, 바람과 더위에 시달렸으므로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잠깐 쉬었다.
그리고 그녀를 말에 태우고 군대의 호위를 받으며 성내로 들어가 그녀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하여 해질 녘에 그 집으로 수레를 보내어 매우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맞이하여 보배로 만든 자리에 앉히고 관정식을 올려 왕비로 삼았다.
그 뒤로 그녀는 충실한 하녀로 다섯 가지미성을 구비하여 왕의 사랑하는 아내가 되있고, 또 부처님의 은총도 받았다.
그녀가 부처님께 세 그릇 죽을 공양하여 큰 행복을 얻었다는 소문이 성내에 두루 퍼졌다.
이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자 어떤 큰 상인밑에서 봉급을 받으며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상정에서 식초 맛 나는 네 그릇 죽을 얻었다.
「이것이면 내 아침이 충분하다.」
생각하고 일하러 나갔다.
그 때 벽지불 네 사람이 탁발하기 위해 바라나시 성내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저이들은 걸식하기 위해 바라나시로 간다. 그런데 내게 네 그릇 죽이 있다.
나는 이것을 저이들에게 드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그들 가까이 가서 경례하고
「존사님, 내게 죽 네 그릇이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당신네에게 드리겠습니다.
존사님, 이것을 받아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이 선행은 내게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의 승낙을 얻었다.
그리하여 모래를 모아 네 사람분의 좌석을 만들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깔아, 그들을 차례로 앉히고 종려잎사귀에 물을 길어와 손을 씻게 하고 네 개의 바루에 네 그릇 죽을 담은 뒤에 다시 경례하고
「존자님, 이 과보에 의해 나를 다시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모든 지식을 성취하는 인연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였다. 그들은 식사를 끝내고 그에게 감사한 뒤에 공중에 날아올라 난다무라 굴을 향해 떠났다.
보살은 그들 벽지불을 만난 일에 대해 법열(法悅)을 느껴 합장해 경례하였다.
그들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일자리로 나갔다. 그리하여 일생 동안 그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죽은 뒤에 그 과보에 의해 바라나시국왕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리하여 그 이름을 범여왕자라 하였다. 그가 혼자서 걸어다니게 되었을 때
「나는 이 거리에서 품팔이 노동자로 일할 때에 벽지불에게 네 그릇 죽을 공양하였다.
그 보시의 공덕에 의해 여기 태어났다.」
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마치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는 것처럼 전생에 한 일 전부를 숙명지(宿命智)로 환히 알았다.
그는 성년이 되자 득차시라로 가서 온갖 학예를 배우고 돌아와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거기에 만족한 왕은 그를 부왕(副王)의 지위에 앉혔다.
그 뒤에 아버지가 죽자 그는 왕위에 나아갔다.
대신들은 구살라국왕의 아름다운 딸을 맞이해 그 왕비로 삼았다.
그리하여 천개(天蓋)의 축일(祝日)에는 천상의 도시처럼 온 시내를 장식하였다.
그는 시내를 오른쪽으로 돈 뒤에 아름답게 장식한 노대(露臺)에 올랐다.
거기에서 흰 천개가 서 있는 높은 좌석 복판에 있는 방석에 앉았다.
그는 사방으로 둘러싸였다.
즉 한 쪽에는 대신들이, 한 쪽에는 찬란한 온갖 아름다운 옷을 입은 바라문과 거사들이, 한 쪽에는 갖가지 선물을 들고 있는 시내 사람들이, 한 쪽에는 아름답게 장식한 천녀와 같은 1만 6천의 무희 (舞姬)들이 서있었다.
이처럼 황홀하고 화려한 번영을 보았을 때 그는 자기의 이전 소행을 생각하고
「이것은 황금의 일산과 수레·황금의 화만으로 된 흰 천개요, 또 이것은 몇 천의 코끼리와 수레이며 보주(寶珠)와 진주로 가득한 재산이요, 갖가지의 곡물로 충만한 대지(大地)이며, 또 천녀와 같은 여자들이다.
이런 화려와 번영이 내게만 있고 남에게는 없는 것은 그 네 사람의 벽지불에게 공양한 네 그릇의 죽을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이런 것을 얻었다.」
하고 벽지불의 공덕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천명하였다.
그는 그것을 생각했을 때 온 몸은 기쁨에 충만하였다.
그 마음은 환희에 젖어 대중 가운데서 그 감흥을 다음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최상의 지견(知見) 가진 부처님에게
봉사하는 것 예삿일이 아니네
마르고 또 소금기 없는
식초맛 죽의 이 과보를 보라.

내게는 많은 코끼리와 말과 소와
보물과 곡물과 온 영토와
천녀와 같은 이 여자들 있나니
식초맛 죽의 이 과보를 보라.」

보살은 이렇게 그 천개축일의 기쁨을 노래하였다. 그 뒤로
「이것은 왕의 기쁨의 노래다.」
하여 그 무기(舞妓)·무용가·음악가·성내의 사람들 내지 대신 계급의 사람들은 다 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왕비는 그 노래의 뜻을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왕(보살)에게 물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왕은 왕비의 한 가지 미덕에 만족하여 물었다.
「여보, 당신 소원이 무엇이오. 나는 그것을 들어 주겠소.
코끼리나 말 중에 나는 무엇을 그대에게 주면 좋겠습니까.」
「그런 것은 내게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만일 무엇이나 주시려 한다면 대왕님의 그 노래 뜻을 설명해 주십시오.」
「왕비야, 그것이 그대에게 무슨 필요 있는가」
「내게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그것만이 소원입니다」
「그러면 좋소. 나는 이야기하지요. 그러나 당신에게만 비밀로 이야기할 수는 없소.
12 유순이나 되는 이 바라나시에 북을 두드려 포고(布告)하고 왕궁 문에는 보옥(寶玉)을 새긴 천개를 치고 보옥으로 된 자리를 만들고 대신·바라문 및 성내 사람과 1만6천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이어,
그 복판에 만들어 놓은 보옥의 자리에 앉아 이야기하지요.」
「황공합니다. 대왕님.」
그리하여 왕은 불사중(不死衆)에게 둘러싸인 제석천처럼 대중의 호위를 받으며 보옥의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왕비도 갖가지로 장식하고 화려한 황금자리를 만들고는 왕을 곁눈질해 보며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하여
「대왕님, 당신이 만족해 부르신 그 천개축일의 행복스런 노래의 뜻을 마치 하늘에 오르는 달처럼 분명히 내게 말씀해 주십시오.」
하며 다음 게송을 외웠다.

「뛰어난 왕이여, 영원히 정직한 왕이여
당신이 게송을 읊어 못내 기쁘게 설명하는 그것을
나는 묻노니 큰 나라 왕이여」

그 때 보살은 그 게송의 뜻을 밝히기 위해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나는 어떤 거리에 살고 있었네
어떤 비천한 가정에 태어나 품을 팔아
급료를 받아 살며 덕이 있었네.

일하기 위해 일터로 나가다가
네 사람의 사문을 나는 보았네
그들은 선행과 계율을 갖추어
번뇌 없는 청량한 경지에 놀았네.

마음은 그들에게 기울고
나뭇잎 깔고 앉으신 부처님에게
깨끗한 마음의 내 손으로
죽을 바쳤네.

좋은 행위의 그것 때문에
이러한 과보를 나는 얻었네
내가 통치하는 이 나라의
토지는 풍족하고 훌륭하여라.」

보살이 이렇게 그 행위와 과보를 자세히 설명하자 이 말을 듣고 마음이 깨끗해진 왕비는
「대왕님, 만일 당신이 그처럼 보시의 공덕을 분명히 아신다면 지금부터는 한 주발의 밥이라도 얻은 때에는 법다운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준 뒤에 드십시오.」
보살은 이 말을 듣고 찬성하여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나는 부지런히 도를 닦으리
구살라왕 딸이여, 그러고 나는
거룩한 길만으로 걸어가리라
아라한은 내 눈의 즐거움이네.」

보살은 이렇게 말한 뒤에 그 왕비의 원만한 덕을 보고
「왕비여, 전생의 내 선행을 나는 자세히 설명하였소.
그런데 이 여자들 중에서 당신처럼 아름답고 애교 있는 이는 없소.
당신은 어떤 일을 하였기에 그 원만한 덕을 성취 하였소.」

그녀는 이 말을 듣고 전생의 아름다운 행을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사(武士)여, 나는 그 옛날
암바타 종즉 집의 노예이었네
법대로 살아가며 스스로 제어하여
좋은 소견과 덕을 갖추었었네.

그 때에 나는 내가 먹을 음식을
저 행각(行脚)하는 비구님께 바치고
그리고 스스로 기뻐했나니
내 쌓은 행적이란 이러하였네.」

그녀는 실로 전생의 기억과 지식을 이렇게 분명히 말했다.
그들은 이렇게 각기 그 전생의 소행을 자세히 말한 뒤에 도시의 네 문과 시가의 중앙과 궁정의 성문 등 이 여섯 곳에 보시당(布施堂)을 세워, 온 염부제가 떠들썩하도록 큰 보시를 행하였다.
그러고 계율을 지니고, 포살행을 닦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으로 날 몸이 되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왕비는 저 라후라의 어머니요, 그 왕은 곧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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