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욕비구의 본생

애욕비구의 본생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본생설화

•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본생경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애욕을 떠남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사위성에 사는 큰 상인의 아들 5백명은 모두 친구로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그 가르침에 전심하여 드디어 출가하였다. 그리하여 급고독 장자가 건립한 기원정사에서 수행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중에 그들 마음 속에는 실로 비루한 번뇌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스로 출가하여 모든 애욕의 번뇌를 멀리 떠난 것을 새삼스래 후회하고 다시 그 욕심을 채워보려고 생각하며 있었다.
그 때 부처님은 곧 신통의 힘에 의해 불가사의한 광명을 놓으면서, 기원정사에 있는 비구들이 과연 어떤 망념에 사로잡혀 있는가 하고 그 마음을 관찰하였다가 그들 마음속에 탐애의 망념이 싹트고 있음을 다 보셨다.
부처님은 실로 어머니가 그 외아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애꾸눈이 다른 한 눈을 보호하는 것처럼, 그 제자들을 수호하신다.
아침저녁으로 그들의 마음을 살펴 욕심이 일어나면, 곧 그 욕심이 더욱 왕성해지지 않도록 없애 주신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스스로 생각하셨다.
「나는 저 전륜성왕이 그 국토를 두루 돌아다니듯 저 비구들 마음을 두루 살펴보자.
그리고 저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이 욕심을 버리고 아라한이 되도록 하자.」
부처님은 그 향실(香室)에서 나와 감로(甘露)와 같은 말소리로
「아난다.」
하고 부르셨다.
「부처님, 무슨 일이십니까.」
하고 장로 아난다는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공손히 서서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난다야, 급고독 장자가 건립한 정사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이 향실 앞에 모이게 하라.」
아난다는 마음속으로
「만일 내가 지금 저 5백 비구들만 모이게 하면 그들은 부처님이 그 마음에 번뇌의 망념이 일어난 것을 아시는 줄 알고, 황송한 생각으로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에도 질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모두 모이게 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생각하고, 그 열쇠를 가지고 방방으로 돌아다니며 알렸다.
모든 비구들이 다 향실 앞에 모였을 때 부처님의 보좌가 준비되었다.
부처님은 몸을 단정히 하여 큰 반석위에 솟아 있는 수미산처럼 준비된 보좌 위에가부하고 앉으셨다.
쌍쌍이 짝을 지어 주위를 둘러싼 육색(六色)의 큰 부처님의 광명은 두루 비추어 빛났다.
그 광명은 큰 바루의 크기, 하늘 일산의 크기, 둥근 달의 크기로 널리 퍼지고, 드디어는 하늘 한 쪽에 번쩍이는 번갯불처럼 사무치고, 또 큰 바다 밑을 뒤흔들며 솟아오르는 새벽의 태양 같았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에 빨간 옷을 돌린 주위를 둘러싸고 자리에 앉았다.
부처님은 법음(法音)을 내어 비구들을 위해 묘한 법을 연설하기 시작하셨다.
번뇌는 실로 독약과 같고 가려운 곳을 집착할 것이 아니고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잠깐 동안 일어나는 번뇌라도 생각하고 관찰하는 힘에 의해 잠시도 내 마음에 머물지 못하도록 하되, 마치 이슬방울이 연잎 위에 떨어졌다가도 곧 깨어져 사라지는 것처럼 곧 깨뜨려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옛날의 현인들은 극히 미세한 번뇌라도 그것을 참회하여 다시는 마음에 생기지 못하도록 아주 끊어 버렸 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보살은 승냥이로 태어나 어느 강가의 숲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때에 늙은 코끼리 한마리가 항하가에 쓰러져 죽었다.
승냥이는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그 코끼리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그는 매우 기뻐하면서 큰 차반이 생겼다 하고 그 곁에 가서 먼저 그 코를 물어 보았다.
그 러나 그것은 마치 호미를 무는 것 같았다.
「이것은 아무래도 이런 데는 먹을 수 없다.」
고 중얼거리면서 다음에는 그 이빨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딴딴한 뼈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호미를 무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그 뒤를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귀 끝을 무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배를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곡식 창고를 무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발을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돌절구통을 무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꼬리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절구를 무는 것 같았다.
여기도 먹을 수 없다 하면서 여기 저기 찾아다녔으나 아무 데도 먹을 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마침내 그 항문을 찾아내었다.
거기는 꼭 부드러운 과자라도 먹는 것처럼 맛났으므로
「야, 겨우 이 몸뚱이에서 가장 부드럽고 맛난 데를 찾아내었다.」
하고 거기서 차츰 먹어 들어가는 것이 마침내 그 배속에까지 들어가 그 신장과 폐장을 먹었다.
그리하여 목이 마를 때에는 그 피를 빨고 피로해 쉬고 싶을 때에는 그 배속에 드러누워 편히 쉬었다.
그래서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배 속이야 말로 내게는 실로 살기 좋은 곳이다.
무언가 먹고 싶을 때에는 고기요리를 한껏 먹을 수 있다. 이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다른 곳으로 가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고 코끼리 배 속에서 그 고기를 먹으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일이 경과하자 동시에 그 시체는 뜨거운 바람에 불리고 햇빛에 쪼이어 말라 차츰 작아져 배 속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곳은 세상과는 전혀 차단된 집처럼 생각되었다.
시체가 마르자 살도 마르고 피도 마르게 되었다.
그는 나갈 곳을 잃어버렸으므로 조금씩 무서운 기가 들어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벽에 부딪치면서 나갈 곳을 찾아 미쳐 날뛰었다.
그는 마치 쌀이 솥 안에서 끓는 것처럼 배 속을 아래위로 돌아다녔다.
그러는 동안에 큰 비가 내렸다.
그 때문에 그 시체는 습기를 머금고 팽창해져 마지막에는 본래 모양대로 되었다.
항문이 열리어 별빛과 같은 빛을 보게 되었다.
그는 그 구멍을 보고 이제는 살았다 하면서, 코끼리 머리 쪽에서 뒤로 물러섰다가 항문을 향해냅다 내달아, 머리로 그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마구 날뛰었으므로 그 항문으로 나올 때 그 몸의 털이 다 벗겨졌다.
그는 다라나무처럼 털 없는 몸으로 황급히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앉아 제 몸을 돌아보았을 때 마음속에서 뉘우치는 생각이 솟아올랐다.
「이 고통은 남이 준 것이 아니다. 완전히 내 탐욕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다.
지금부터는 결코 탐욕을 일으키지 않으리라. 다시는 코끼리 몸속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는 이렇게 마음에 느낀 바 있어 다음 게송을 읊었다.

다시 두 번
두 번 다시는
코끼리 배 속에 들어가지 않으리
그 과보는 실로 무서우므로

이렇게 말하고 거기서 떠나 다시는 다른 코끼리 시체는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 뒤로는 조그만 탐욕도 내지 않았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치고
「비구여, 마음에 번뇌를 일으키지 말라. 그리고 그 마음을 항상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의 승냥이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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