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본생

고수의 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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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본생
• 국가 : 인도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여자 때문에 번민하는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바라나시의 국왕 범여에게는 범여라는 왕자가 있었다.
그는 그 사제관의 아들 가섭과 친우로서 같은 스승 밑에서 모든 학문을 배웠다.
그 뒤에 왕이 죽자 그는 왕위에 나아갔다. 가섭은 생각하였다.
「내 친우는 왕이 되었다. 이제 그는 내게 큰 권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그 권력이 내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나는 부모와 왕을 하직 하고 출가하자.」
그리하여 그는 부모와 왕에게 하직을 고하는 설산에 들어가 숨어 살면서, 이렛 만에 신통과 선정을 얻고는 이삭을 주워 먹으면서 살았다.
사람들은 다모가섭 <털 많은 가섭>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다섯 가지 욕심을 끊고 무서운 고행을 시작했다. 그 고행의 힘에 의해 제석천의 궁전이 흔들렸다.
제석은 그 원인을 생각하다가 이 가섭을 발견하고
「저 고행자는 매우 준엄한 고행의 힘을 가지고 있다. 나를 이 제석의 지위에서 떨어뜨리려 한다.
나는 바라나시의 왕과 힘을 합해 저 고행을 부숴버리자.」
고 생각하였다.
그러하여 그 신통에 의해 밤중에 바라나시왕의 침식에 들어가 그 몸의 광명으로 그 방을 비추면서 왕의 가까운 공중에 서서
「일어나라, 대왕.」
하고 불러 그 잠을 깨웠다. 왕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제석이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대왕, 당신은 이 세계의 오직 하나의 주권을 가지고 싶지 않는가.」
「왜 가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제석은
「그렇거든 저 다모가섭을 불러와 짐승을 잡아 신에게 제사 지내게 하오.
그렇게 하면 당신은 나처럼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온 세계의 주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왕은 제석의 이 말을 듣고 그 의견에 동의했다. 제석은 다시
「그렇다면 미루지 말고 곧 실행하오.」
하며 부탁하고 떠났다.
이튿날 왕은 사위하라는 대신을 불러
「그대는 내 친우 다모가섭에게 가서 내 부탁이라 하고 당신이 짐승을 잡아 신에 제사 지내면 국왕은 전세계의 왕이 될 것이요, 그 때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의 땅을 드릴 것입니다.
부디 나와 함께 가서 제사를 지내주시오, 하며 간청하고 오너라.」
하였다. 대신은
「대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대신은 가섭의 사는 곳을 알기 위해 시중의 큰 북을 올렸다.
그러자 숲 속에 사는 어떤 사내가 나타나 그의 주소를 안다 하였다.
대신은 그를 안내인으로 하여 많은 종자들을 데리고 보살을찾아가 인사하고 한쪽에 앉아 왕의 말을 진
했다. 보살은 대신에게
「사위하님, 당신은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하고 굳이 거절하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사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아무리 큰 영토라도
더러운 행위로는 얻으려 하지 않네
사위하여, 내 마음 이런 줄 모르는가.

명예와 재산을 얻는 것
바라문이여, 나는 그것 저주하네
그런 것이야말로 사람들을
지옥으로 이끄는 나쁜 행이 아닌가.

내 비록 바루를 들고
집도 없이 거지 노릇하더라도
그것은 법이 아닌 행위보다
훌륭한 생활임을 왜 모르는가.

내 비록 바루 들고
집 없이 헤매어도 계율 지키면
그것은 온 세계의 주권을 얻는 것보다
훌륭한 것임을 너는 왜 모르는가.」

대신은 이 말을 듣고 돌아가 그 사정을 왕에게 알렸다.
왕은 그가 오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단념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제석은 다시 한밤중에 가서 공중에서
「대왕님, 당신은 다모가섭을 불러 제사를 지냈는가.」
고 물었다. 그를 부르러 사람을 보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고 왕은 대답했다.
제석은
「대왕님, 당신의 딸 챤다바티를 아름답게 꾸며 사위하를 시켜 데리고 가서
<만일 당신이 와서 제사를 지내 준다면 왕은 이 딸을 당신에게 줄 것입니다.>하고 말하시오.
그는 반드시 왕녀에게 욕심을 내어 올 것이오.」
하였다. 왕은 찬성하고 이튿날 사위하와 함께 왕녀를 보내었다.
사위하는 왕녀를 데리고 보살에게 가서 인사하고 친절히 이야기한 뒤에 왕녀를 소개하고는 한쪽에 물러나서 있었다. 그는 왕녀를 보자 애착하는 마음을 내어 계율을 깨뜨리고 선정을 잃었다.
대신은 그에게 애착하는 마음이 일어난 것을 알고
「거룩한 선인님, 만일 당신이 제사를 지내 주신다면 당신에게 이 왕녀를 주겠다고 왕은 말씀하셨습니다.」
고 하였다. 보살은 번뇌에 못 이겨 몸을 떨면서
「참으로 왕은 이 왕녀를 내게 주신다고 했습니까. 그렇다면 나는 제사를 지내겠습니다.」
하고 머리를 묶인 선인의 모습 그대로 왕녀와 함께 훌륭하게 꾸민 수레를 타고 바라나시로 돌아갔다.
왕은 보살이 온다는 말을 듣고 잡아 죽일 짐승을 매어 돌 구덩이를 만들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왕은 보살이 온 것을 보고
「만일 당신이 제사를 지내주면 나는 제석과 이같이 될 것이오. 그리고 제사가 끝난 뒤에는 나는 내 딸을 당신에게 줄 것이오.」
하였다. 보살은 찬성하였다.
이튿날 왕은 가섭을 데리고 챤다바티와 함께 짐승을 매어 둔 구덩이로 갔다.
거기는 코끼리·말·암소 등 모든 네 발 짐승이 매여 있었다.
보살은 그 짐승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가섭을보고
「다모가섭, 이런 것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왜 당신은 이런 일을 하십니까.」
하고 슬퍼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달은 힘이 있고 해도 힘이 있으며
사문·바라문도 또 힘이 있고
큰 바다 물 조수도 힘이 있지만
여자는 그들보다 더 힘이 있다.

그것은 저 챤다바티는
그 아버지 번영을 위한다 말하면서
격렬한 고행자 어진 선인 가섭을
짐승 잡아 제사 지내게 하는 것 보지 않는가.」

그때 가섭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먼저 코끼리의 목을 쳐 죽이려고 칼을 뻬어 들었다.
코끼리는 그것을 보고 죽음의 두려움에 질리어 큰 소리를 내어 외쳤다.
그 소리를 듣고 다른 코끼리와 말·소 등도 죽음이 두려워 외치고 백성들도 모두 소리를 내어 외쳤다.
가섭은 그 소리를 듣고 가엾이 여기는 생각이 일어나 딸의 머리를 쥐고 바라보았다.
그 때 그의 눈에는 그 딸의 머리와 수염과 가슴과 배의 털이 비치었다.
그는 뉘우치는 생각을 일으켜
「아아, 나는 당치도 않은 죄를 범했다.」
하며 다음 게송으로 그 감정을 나타내었다.

「왕의 딸을 희망하는 마음에서
나는 잔인하였다. 이것은 애욕 때문이었나니
나는 그 근원을 깊이 탐구해
결박을 가져오는 탐욕 끓으리.」

그 때 왕은 가섭에게
「벗이여, 두려워할 것 없다. 이제 그대에게 내 딸과 이 나라와 7보를 주리니 빨리 제사를 지내라.」
하였다. 이 말을 듣고 가섭은
「대왕님, 나는 이제 그런 번뇌를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업처(業處)에 마음을 쏟아 한번 잃었던 초자연(超自然)의 힘을 다시 얻어서는 허공에 가부하고 앉아 왕에게 설법하여 해탈의 길로 나아가라 권하고, 짐승들을 묶어두었던 구덩이를 모두 부수게 하고 중생들에게 두려움이 없는 보시를 행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허공을 날아 자기 주소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그는 그 뒤로 일생 동안 범행을 닦아 마침내 범천세계에 날 몸이 되었다.』

부처님은 이 법화를 마치고
『그 때의 그 사위하 대신은 지금의 저 사리불이요, 그 다모가섭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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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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