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

불소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결연(結緣)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타
• 출처 : 한국구전 (4, 359)
• 내용 :
옛날에 웃지 않는 정승이 둘 있었는데, 좋은 직위에 오르고서도 평생 웃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한 정승이 젊었을 때 혼인을 맺어 처가에서 신방을 차리게 되었다. 아버님을 후원 별채에 모셔다 드리고 신랑과 신부가 신방에 들었는데 밤을 지낸 후 새벽이 되어 닭이 울자 신랑이 예복을 갖추고 아버님께 문안을 드리려 하였다. 이때 신부가 말리며 이곳은 새벽닭이 울 때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사람을 해치니 지금 나가면 위험하다고 하였다. 정승은 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복을 갖춰 입고 아버님이 머물고 계신 별채로 향하였는데 이때 옷을 보니 예복이 찢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를 본 정승은 신부가 예의가 없다 하여 그날로 퇴혼하고 부친을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몇 년 후 정승이 그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신부가 첫날 밤 소박을 맞고 자살했는데 몇 해가 지나도록 시신이 신방에서 떨어지질 않아서 장사도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 집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그 집에 당도해보니 신방은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고 있었다. 이에 정승이 문 밖에서 자신의 경솔했음을 이르자 문고리가 풀리며 문이 열렸다. 그때 정승의 눈에 예복의 찢어진 부분이 문고리에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정승은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며 눈물로 부인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제야 시신이 방에서 떨어져 장사를 지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정승은 다시는 웃지 않았다. 또 다른 웃지 않는 정승이 제주 도지사(道知事)로 부임하게 되었다.

가족들을 거느리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게 되었는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풍랑을 만나게 되었고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이 죽음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때 한 사람이 여기 모든 사람들이 모두 오늘 명이 다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 중 한 사람의 명이 오늘까지일 것인데, 그 사람 때문에 모두 죽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모두 자신의 적삼을 벗어 바닷물에 던져 가라앉는 사람이 죽을 운명이므로 물에 스스로 뛰어들자고 하였다. 모든 사람이 적삼을 벗어 바닷물에 던지니 이리 떠가고 저리 떠가되 가라앉는 것이 없었다. 이윽고 정승 부인의 차례가 되었다. 부인이 적삼을 벗어 바다에 던지니 물속에서 끌어당기듯이 가라앉는 것이었다. 이에 결국 부인은 바다에 스스로 몸을 던졌고 이내 풍랑이 그쳤다. 정승은 부인을 바다에 버리고 벼슬을 한들 웃을 일이 없다고 하며 이후로 웃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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