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과 어사

백정과 어사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보은(報恩)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서울 성 밖에 고씨 성을 가진 백정이 한 사람 살고 있었다. 억척으로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았다. 허나 돈이 많아도 천한 백정이라고 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를 무시했다. 이 백정이 사는 곳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윤씨 성을 가진 양반이 살고 있었다. 이 양반은 너무 가난해서 나랏돈을 꾸어다 썼는데 갚을 기한이 모래라 그저 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백정이 그 사정을 알고 밤중에 돈을 바리바리 싣고 양반 집을 찾아갔다. 백정은 돈을 양반에게 바쳤고 양반은 그 돈 덕분에 나랏돈을 갚고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난 뒤 얼마 후 백정은 가산을 모두 팔고 경상도 안동 쪽으로 내려갔다. 천대 받고 사는 것이 너무 싫어서 양반 행세나 한번 해보자고 내려간 것이었다.

낯선 곳에 가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테니 양반 행세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였다. 백정은 양반 행세를 하면서도 들통이 날까봐 다른 양반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때 마침 제게서 돈을 받은 서울 양반이 큰 벼슬을 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많은 양반들이 모인 자리에서 큰소리를 쳤다.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게 됐소이다. 저로 말하면 이번에 큰 벼슬에 오른 윤아무개와 가까운 사이오.”라고 하였다. 어떤 사이냐고 꼬치꼬치 묻기에 그 양반이 자기의 매형이라고 둘러댔다. 이 소식은 퍼지고 퍼져 그 고을에 와 있던 암행어사의 귀에 들어갔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 암행어사가 윤아무개 대감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이상하게 여겨 그 사람을 찾아가 물었다. 백정은 암행어사 앞에 넙죽 엎드려 사죄를 하고 그 동안의 사정을 말했다. 암행어사가 듣다보니 저희 아버지가 늘 은인이라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무 염려 말라고 하고는 다음에 관가에 사람이 오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백정이 사는 곳에 사령들이 큰 가마를 지고 왔다. “암행어사의 분부를 받고 왔습니다. 어사께서 나리를 모셔오라고 분부하셨습니다.”하는 것이다. 백정은 그때 암행어사가 시켰던 대로 “뭐라고 그 놈이 암행어사로 왔으면 마땅히 제 발로 나를 찾아와야지 어딜 감히 어른을 오라 가라해” 하면서 성을 냈다. 이쯤 되니 구경 왔던 동네 양반들이 놀라서 눈망울이 휘둥그레졌다. 고을 관장도 벌벌 떠는 암행어사에게 이놈 저놈 하면서 욕을 해대니 놀랄 뿐이었다. 이게 다 암행어사와 짜고 하는 말이지만 사정을 모르는 양반들은 지체 놓은 양반이로구나 하고 다음부터는 백정 앞에서 설설 기게 되었다. 백정은 그 뒤로도 양반 행세를 하면서 떵떵거리며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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