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머슴

샛별머슴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청빈(淸貧)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에 글 읽는 선비가 한사람 살았는데, 벼슬도 못하고 글만 읽다 보니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조상대대로 벼슬 없는 선비로 살아와서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다. 이 사람이 어린 아들 셋을 두었는데 한해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들 삼형제가 아무 것도 못 먹고 몇 날 몇 일을 쫄쫄 굶게 되었다. 마침 가을이라 집집마다 가을걷이 채비를 할 때여서 보다 못한 아내가 남편더러 논에 있는 벼 이삭이라도 좀 잘라다 먹이자고 했다. 남편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찌 남이 애써 농사지은 곡식에 손을 댄단 말이오”하자 아내는 “그까짓 벼이삭 몇 개 자른다고 표가 나겠소 고집 부리지 말고 오늘밤에 나가서 몇 개 잘라 오시오.”라고 부탁했다. 선비는 할 수 없이 밤이 되기를 기다려 남의 논에 가서 벼이삭을 자르려고 하는데 자꾸 뒤가 켕겨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침 새벽녘이 되어 동쪽하늘에 샛별이 반짝반짝 떠 있었다.

그런데 꼭 저 샛별이 자기를 내려다보고 꾸짖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돌아서서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기껏 낫을 들고 나가 빈손으로 들어와요 식구들을 굶겨 죽일 직정이오”하고 아내가 타박을 하자 선비는 “하늘에 있는 샛별 보기가 부끄러워 그 짓은 못하겠소. 날이 밝으면 산에 가서 칡뿌리라도 캐어 올 테니 너무 걱정 마오.”라고 했다. 날이 밝아 산에 가서 칡뿌리를 캐어다가 삶아 먹고 겨우 목숨을 부지 했는데 그러다 보니 칡뿌리마저 남아나질 않았다. 선비는 이제 앞으로 뭘 먹고 사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웬 떠꺼머리총각이 찾아와서는 갈 곳이 없는 떠돌이라며 머슴으로 거두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선비는 “마음은 고마우나 우리는 당장 먹을 양식도 없는 형편이니 다른 집에 가 보게.”했다. 이에 총각은 “댁 형편을 다 알고 찾아왔으니 거두어나 주십시오. 제가 도와드리면 살 길이 생길 것입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머슴으로 맞아들이기는 했는데 워낙 가난한 집이라 머슴으로 할 일이 없어 주인이 오히려 미안해했다.

그러자 총각은 남의 농사일을 거들고 품값으로 양식을 받아먹고 살겠다고 하면서 주인도 함께 일을 하자고 했다. 선비가 “나는 이날 이때까지 글만 읽어 일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네.”하니까 총각은 가을걷이 하는 법부터 가르쳐 주었다. 이튿날부터 선비는 남의 집에 가서 머슴과 함께 품을 파는데, 그 해 겨울은 그럭저럭 굶지 않고 넘기게 되었다. 이듬해 봄이 되니까 머슴이 “이제부터는 노는 땅을 일구어 논밭을 만듭시다.” 라고 하기에 여기저기 못 쓰게 된 땅을 빌리고 얻어다가 논밭을 일궜다. 그렇게 억척같이 일을 하니, 그 덕분에 가을이 되니까 곡식을 제법 많이 거둬들여 곳간에 쌓아 두고 먹을 만큼 되었다. 이렇게 되니 머슴이 “이제 이 댁도 양식 걱정 안하고 살게 됐으니 저는 그만 가겠습니다.” 하기에 선비가 섭섭해하면서 “굶어 죽게 된 우리 식구를 살려 준 은인인데 사경이라도 받아가게.”했다.

그러자 머슴은 “주인님이 지난해 남의 논에 벼이삭을 자르려고 하다가 그만 두신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 마음 씀씀이가 하도 고마워서 제가 조금 도와드렸을 뿐이니 그런 걱정은 마십시오.”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머슴이 이 집에 와있는 동안에는 새벽녘에 샛별이 뜨지 않았다. 그 머슴은 바로 샛별 머슴이었고, 마음을 바르게 쓴 선비를 샛별이 머슴이 되어 도와주었던 것이다. 선비는 그 뒤로도 부지런히 일을 해서 아주 잘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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