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보리죽

십 년 보리죽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청빈(淸貧)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조선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옛적에 가랑이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하도 가난해서 살기 어려우니까 처가에라도 가서 뭣 좀 얻어올까 하는 생각으로 처가엘 갔다. 장인 장모는 찬밥 남은 것 한 그릇 하고 소금 한 접시를 갖다 주었다. 막 먹으려고 하는데 맏사위가 왔다. 맏사위는 쌀섬깨나 두고 사는 부자였다. 부자 사위가 오자 장인 장모가 반기면서 어서 닭 잡고 떡 하고 밥도 새로 지으라고 야단이었다. 그만 밥맛이 뚝 떨어져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런 밥은 못 먹겠다 싶어 상을 물리고 그냥 나와 버렸다. 나와서 휘적휘적 집으로 가면서 생각해보니 이게 다 가난 탓이니 딱 십 년만 작정을 해보자 마음을 먹고, 아내한테 아주 딴 데로 가서 살자고 했다. 어디를 가든 이보다 더 못 살기야 하겠나 싶어 아내도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내외가 보따리를 싸서 이고 지고 아이들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얼씬도 안 하는 산속에 움막을 지어놓고 그때부터 딱 맘먹고 십 년 동안 온 식구가 하루 세 끼 보리죽만 먹기로 했다. 남편이 “내 손님이 오면 내가 굶고 내 몫을 대접하겠소”하자 아내도 “친정에서 누가 날 보러와도 내가 굶고 내 몫을 대접하지요.” 했다. 이렇게 결심하고 십 년 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하루 보리죽 세 사발만 먹기로 한 것이다. 온 식구가 하루 보리죽 세 사발만 먹고 죽도록 일을 했다. 산 파서 논밭 일구고, 곡식 심고 모 심고, 거름 주고 김 매고,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하고도 보리죽 세 사발만 먹고 견뎠다. 한해를 그렇게 맘먹고 농사를 지으니 곡식이 제법 모였다.

그 이듬해는 곡식 조금 팔아서 닭 사고 돼지 사서 기르니까 이것들이 새끼를 쳐서 제법 수가 많아지고, 그 이듬해는 돈이 모이니까 그 돈으로 땅을 사서 점점 살림이 늘어났다. 그렇게 다섯 해가 지나고 일여덟 해가 지나니까 부자가 되었다. 그래도 하루 보리죽 세 사발만 먹고 살았다. 아이들은 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아무개가 산속으로 들어가 부자가 되어 잘 살더란 소문이 났다. 그 소문을 듣고 장인이 찾아와보니 아닌게 아니라 곳간에 곡식이 그득하고 마당에 집짐승이 수를 못 셀 만큼 많았다. 그런데 저녁상이 달랑 보리죽 한 사발이었다. 이튿날 아침상도 달랑 보리죽 한 사발 뿐이었다. 장인이 괘씸하여 그 길로 집에 가 버렸다. 이러니 이번에는 부모도 몰라보는 후레자식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사람들은 보리죽만 먹고 살았다.

하루는 남편이 들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니까 아내가 죽은 닭을 쳐들고 울상이 되어 있었다. 족제비가 닭을 채가다 놓쳤는데 이걸 먹지도 못하겠고 버리지도 못하겠고 그런다고 하자 그것을 당장 삶으라고 했다. 따져보니 그날이 바로 십 년 된 날이었다. 그래서 닭 잡고 흰밥 짓고 떡까지 해서 온 식구가 먹는 게 아니라 짊어지고 처가에 갔다. “장인 어른, 장모님. 사실은 여차여차해서 십 년 동안 작정하고 보리죽만 먹었습니다. 장인 어른 오셨을 때 보리죽 한 사발밖에 대접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음식을 좀 장만해 왔으니 드십시오.”하니까 사정을 알게 된 장인이 “아, 그때 내가 일찍 오기 잘 했지, 며칠 더 있었으면 우리 딸 굶어죽을 뻔했구나.” 했다. 그러고 나서 그 뒤로도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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