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도 놀란 가난

저승사자도 놀란 가난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도량(度量)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어느 시골에 참 가난한 총각이 하나 살았다. 어려서 부모를 다 여의고 정강이가 빨갈 때부터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다 보니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살았다. 나이 서른이 넘어도 장가를 가지 못하자 다른 사람이 어디서 과부를 업어다가 장가를 들여 줬다. 장가를 들긴 했는데 먹고 살 일이 태산이었다. 뒷산 기슭에 움막 하나 짓고 솥단지 하나 걸어놓고, 남의 집 일해주고 얻은 보리나 콩을 끓여먹고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으면서 살았다. 살다가 첫아이를 낳았는데 하필 보릿고개에 낳아 미역국은 고사하고 보리죽 한 사발도 끓여줄 것이 없었다. 행여 남은 곡식이 있을까 하여 독을 들여다보니 밀가루가 바닥에 조금 붙어있었다. 그걸 솥에 넣고 멀건 수제비를 끓여 아내한테 갖다 주었는데 먹는 둥 마는 둥 그냥 탈진해서 쓰러져 있었다.

남편은 저도 며칠 굶은 판에 밤새 그 난리를 쳐 놨으니 배길 도리가 없어 밀가루 독을 안고 그대로 나자빠져서 그냥 잠이 들었다. 이때 아내는 실신을 해서 숨이 오락가락하는데 저승사자가 셋씩이나 와서 저희들끼리 의논을 하고 저런 아낙 하나 잡아가려고 셋씩이나 들어가서 뭘하느냐고 막내 사자를 들여보냈다. 막내사자는 문지방을 넘다말고 그만 기절초풍을 해서 도로 나가버렸다. “아, 난 못 들어가겠소. 내 저승사자 수백 년에 저런 몰골은 처음 보는데 머리는 쑥대밭 같고 옷을 갈기갈기 찢어지고 얼굴은 누렇게 뜬 것이 독을 끌어안고 자빠져 있소. 저런 놈을 어찌 타넘고 들어가란 말이오” 이번에는 둘째 사자가 큰소리를 치면서 들어왔다. 그런데 이놈도 문지방을 넘다 말고 그만 뒤로 벌렁 나자빠져 버렸다. “대체 뭐가 있기에 그리 소란이란 말이냐” 첫째 사자가 용기를 내 가지고 문지방을 밟았는데 아 이놈도 못 들어오고 사지를 벌벌 떨다가 그냥 나가 버렸다.

“야 엄청난 놈이 누웠구나. 얘들아 안 되겠다. 날 새기 전에 요 재 너머 송 진사네 과부 며느리가 유복자를 낳았는데 사주가 저 아낙과 똑같애. 대신 그 과부를 잡아가는 수밖에 없다.”하더니 우루루 몰려가 버렸다. 그래서 아내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저 한 목숨 건진 것은 좋으나 저 대신에 아까운 청춘과부 한 사람이 죽게 됐으니 미안해서 “여보, 얼른 재 너머 송 진사네 가 보오. 그 집에 초상이 났거든 딴말 말고 아기 젖은 우리가 먹인다 하고 아기를 데려와요.” 남편이 재를 넘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송 진사네 과부 며느리가 간밤에 유복자를 낳고 죽어서 초상을 치른다고 난리가 났다.

초상집에서는 당장 갓난아이 젖을 물릴 데가 없어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가서 젖을 먹여 키우겠다하니 세상에 그렇게 고마울 데가 어디 있어 그래서 아이를 데려와 젖을 먹여 키우는데 머슴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송 진사네 하고 가깝게 지내면서 나중에는 살림도 제법 일구어 참하게 차려놓고 잘 살았다. 그러니까 워낙 험하게 살면 저승사자도 놀래서 못 데려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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