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 감영 이후직

전라 감영 이후직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도량(度量)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조선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호
• 출처 : 김균태 (2, 418)
• 내용 :
전라도에 이후직이라는 사람이 감영으로 있었다. 이후직은 동지 때가 되면 세금을 거두어서 나라에 바치곤 하였다. 그래서 언제나 장부를 가지고 다녔다. 하루는 세금을 받아서 나라에 바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서울로 올라올 때 꼭 들리는 수원의 한 주막집이 있었다. 그 주막집은 언제나 이후직이 들리기 때문에 모든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동지(冬至)날 이후직이 주막에 들어 잠을 청하는데, 어디선가 십칠, 팔세 되는 여자가 부엌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 여자아이는 주모가 10년전에 쉰 냥을 주고 사왔는데, 손님이 많이 오는 날이면 언제나 밖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이후직은 이 여자아이가 불쌍하여, 쉰 냥의 이자를 더하여 백 냥을 주고 자기에게 달라고 하자, 주모는 받지 않으려 하다가, 그 돈으로 아이의 혼수를 사서 여자아이에게 주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 노량진 나루턱에 이른 이후직은 여자아이에게 이백 냥을 내주면서, 집 한 칸을 사고, 주모가 혼수로 준 것을 가지고 가서 마음대로 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자신이 나리께 백년 의탁을 하였는데 임자 없이는 수절할 수가 없으며, 돈을 주시려거든 단 하루 저녁이라도 내외지정을 맺어야 한다고 간절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후직이 여자의 말이 옳다고 여겨 그 날 저녁에 첫날밤을 치르게 되었다. 그 이튿날 이후직이 떠나려는데 여자가 말하기를, “지금 아주 작별할게 아니라, 후에 경성을 출입할 때에 저를 한 번 찾아오세요.”라고 했다.

이후직은 서울에서 벼슬살이를 하면서 수년간 여자와의 약조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 뒤로 광해조가 왕위에 올라 벼슬을 빼앗겨, 전라 감영 벼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후직 호강하다가 졸지에 가난하게 되자, 참다못한 아내는 친구에게 가서 먹고 살 방도를 차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불평을 했다. 그래서 이후직이 서울로 올라가 여러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먹으며 지내다가 어느새 서른 냥 노잣돈도 다 써버리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값도 싸고 술맛도 좋은 ‘팔뚝집’이라는 술집에 가자고 했다. 그 술집은 손님이 오면, 주모가 팔뚝만 내밀고 얼굴은 비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노파가 나오더니, 내일부터는 술을 팔지 않으니, 오늘일랑은 실컷 많이 잡수라고 하고는, 이후직을 내당으로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이후직이 친구를 남겨두고 노파를 따라가자 12대문에 큰 대갓집이 있었다. 이후직은 안으로 들어가, 노파가 시키는 대로 목욕을 하고 주는 의복을 입었다. 노파를 따라 이후직이 들어가 보니 연지곤지 찍은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혼인예식을 치르는 것이었다. 여자가 말하기를, 자신은 바로 이후직이 옛날에 하루 저녁 함께 잔 여인인데 이후직이 서울을 왕래할 때 술을 좋아하니, 술장사를 하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겨 술장사를 하면서 수만금을 벌어 큰 대갓집을 짓고 산 것이었다. 여자는 사연을 말하고 나서, “사람이라는 것은 세상에 나면 입신양명을 해야 하는데…. 제가 하루에 꼬박꼬박 돈 백 냥씩 드릴 테니 그것을 가지고 친구도 사귀고 하면서 지내세요. 그러면 입신이 있을 거예요.”하였다. 이후직은 백 냥을 들고 나가서 다니다가, 굶고 있는 할아버지를 위해 팥죽을 외상으로 사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할아버지를 찾아갔다가 함께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바둑으로 자신이 있었던 이후직이지만 노인과는 어림없는 것이었다. 종일 바둑을 두고 해가 지자, 노인에게 백 냥을 주고 돌아왔다. 그렇게 한 달이 되어 노인에게 3천 냥을 갖다 주었다. 그믐날이 되자 노인은 이후직에게, 내일은 찾아오지 말고 약속한 날에 오라고 했다. 이후직은 노인의 말대로 이튿날에 가지 않았는데, 바로 그 때에 인조반정이 일어나 광해조를 내쫓았다. 노인은 인조의 사촌이어서 영의정이 되었다. 이후직은 노인이 오라고 한 날짜에 노인을 찾아갔는데,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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