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침 수기

동침 수기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현자(賢者)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조선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타
• 출처 : 계서야담 (297)
• 내용 :
한 선비가 아들을 장가보내 놓고 그날 바로 급사했다. 신랑이 결혼식만 올렸는데, 부친의 부고를 받고는 급히 집으로 돌아와 부친 장례 준비를 했다. 입관해 놓고 묏자리를 위해 지관과 함께 여러 산을 다니다가 한 곳을 정했는데, 그 바로 아래에 민가가 있어서 승낙을 받으려고 그 집에 들어가니, 곧 며칠 전 결혼식을 올린 처갓집이었다. 뜻밖에 사위를 본 장모는 반가워하는데, 신랑은 묏자리 문제로 왔음을 알하고 양해를 구했다. 신부 댁은 부친이 사망하고 신부는 그 무남독녀였으므로, 묏자리를 쾌히 승낙했다.

신랑이 장모에게 감사를 표하고 나오려는데, 장모가 이왕 왔으니 건넛방에 있는 신부를 잠깐 만나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신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처음 결심과는 달리 신부를 보는 순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신부와 동침하려 했다. 신부는 장례 중에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라며 허락지 않으려다가 할 수 없이 응했다. 신랑은 곧장 달려가 부친 상여를 모셔와 하관을 하려 하는데, 신부집 여자 종이 와서 신부가 시아버지 영전에 문곡을 위해 오고 있으니 하관을 조금 지체해 달라 했다. 얼마 후 신부가 와서 영전에 곡한 다음, 신랑을 향해 “며칠 전 집에 왔을 때 저와 동침해 정을 나누었다는 수기를 써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신랑이 부끄러워 어쩔줄을 모르고, 친척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웃고 화를 냈다. 신부가 수기를 써 주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우기니, 신랑의 숙부가 동침한 것이 사실이면 빨리 수기를 써 주어 내려보내라 했다. 그래서 신랑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수기를 써 주었다. 그런데 장례를 치른 며칠 후 신랑이 갑자기 사망했다. 이후 신부의 배가 불러지기 시작하니, 주위에서 모두들 결혼식만 올리고 첫날밤을 지내지 않았으니, 남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수군거렸다. 신부는 시가 사람들에게 동침 증명 수기를 내보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낭군께서 묏자리 때문에 집에 온 날, 장례 전인데 저를 만난 것도 예의에 벗어난 일이고, 더구나 당시 동침함은 이성을 잃은 행동이었는데, 제가 거부하지 못해 응했지만, 생각하니 정상이 아닌 행동은 위험한 것 같아 부끄러움을 억지로 참고 혹시 불행한 일이 있을까 하여 수기를 쓰게 하었던 것입니다.” 하면서, 신랑 아이를 임신했음을 해명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신부의 영특함에 모두 감탄했고, 신부는 아들을 낳아 잘 기르면서 수절했으며, 뒤에 아들은 급제하고 크게 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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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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