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도둑놈

뿔난 도둑놈

분류 문학 > 이상적인물형 > 군은(君恩)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조선
• 신분 : 왕족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에 성종 임금이 미행을 다니다가 어느 산골짜기 마을에 가게 되었다. 마침 밤이 으슥하여 배가 출출한데, 어느 집 앞에 가니까 메밀묵 쑤는 냄새가 구수한 게 참 좋았다. 저걸 한 번 얻어먹으려고 “거 메밀묵 한 그릇 얻어먹읍시다.”했다. 그랬더니 웬 텁석부리 농사꾼이 나와서 안으로 드시라 하더니 김이 무럭무럭 나는 메밀묵을 가져왔다. 하도 먹음직스러워서 얼른 한 입 떠먹으려고 숟가락을 드니까 “손님, 시장하시더라도 좀 참으시우. 먼저 드릴 사람이 있우.” 이러면서 병석에 누운 제 어머니한테 먼저 메밀묵을 올리고 나서, 이제 먹으라고 했다. 얼마나 맛있는지 메밀묵 한 사발을 다 먹어치우니 또 한 사발 갖다 주는 걸 맛있게 먹고, 내리 세 사발을 먹고 나니 양이 찼다. 그런데 이 텁석부리는 한 숟갈도 안 먹고 윗목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었다. 텁석부리는 배가 안 고프다고 했지만 가만 보니 메밀묵이 없었다.

성종임금이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연시 사죄를 하니까 “아, 그러실 것 없우. 좋은 음식이 생기면 어머니가 먼저고 그 다음이 손님 아니우 나도 그쯤은 안다우.” 했다. 보아하니 배운 것은 없으나 마음 씀씀이가 어찌나 고운지 성종 임금이 그만 탄복을 했다. 그래서 수작을 걸기를 “실례이오만 성씨가 어떻게 되시오” “이가요.” “그럼 나하고 성이 같으니 우리 의형제를 맺는 게 어떻소” “뭐 그러시우.” 이렇게 해서 농사꾼과 성종 임금이 의형제를 맺었다. 임금이 나이가 많으니까 형이 되고 농사꾼은 아우가 되었다. 성종 임금이 그 집을 나서면서 “언제든지 서울에 오거든 우리 집에 한 번 들르게나.”했다. “형님 댁이 어디우”하니 “서울에서 제일 큰 집을 찾으면 되네.”하고 헤어졌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에 농사꾼이 서울에 가게 되었다. 메밀묵을 잘 쑤어가지고 짊어지고 가서 서울에서 제일 큰 집을 찾았다. 대궐을 찾아가니 문지기가 들여보내 주지를 않았다. 옥신각신 하다가 임금이 알고 들여보내라 했다.

이 사람이 대궐에 들어가 보니 눈이 빙빙 돌 지경이라, 집이 얼마나 큰지 당최 끝도 한도 없고, 하인도 얼마나 많은지 셀 수도 없었다. 형님한테 가 보니 형님은 누런 옷을 입고 관을 쓰고 앉았는데, 좌우에 신하들이 죽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형님, 메밀묵을 좀 쒀 가지고 왔으니 잡숴 보우.”하고 메밀묵을 내놓고는 좌우를 둘레둘레 살피더니 “형님 댁에는 웬 뿔난 도둑놈이 이렇게나 많소” 했다. 임금이 얼른 못 알아듣고 “그게 무슨 소린가 뿔난 도둑놈이라니”하고 물으니까 “에이, 형님 말 마시우. 우리 고을에 가면 저렇게 머리에 뿔난 사또가 있는데 순 도둑놈이우.” 이러는 것이다. “허허 뿔난 도둑놈이라. 듣고 보니 다 내 잘못일세.” “그게 무슨 말이우 형님이야 메밀묵 좋아하는 죄밖에 더 있수” “아닐세. 뿔난 도둑놈은 다 내가 만들어 놨거든.” “하하 형님은 농담도 잘 하시우.” 농사꾼은 제 형님이 임금이란 걸 모르고 대궐에서 잘 놀다가 갈 때가 되었다. 하직하기 전에 임금이 농사꾼더러 “자네가 자네 고을 뿔난 도둑놈 대신에 원 자리를 맡으면 잘 하겠는가” “그야 해봐야 알지요.” “자네 글을 모르고서도 원을 하겠나” “형님도 참. 고을 원이 어디 글로 백성을 다스리는 줄 아시우 도둑질만 안 하면 되지. 우리 집 강아지를 시켜도 뿔난 도둑놈보다는 나을게요.” 임금이 무릎을 탁 치고 그날로 고을 원을 제 아우로 갈아치웠다. 농사꾼은 그 뒤로 소문난 명관이 되었는데 죽을 때까지 제 형이 임금이라는 걸 몰랐다고 한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다.

연관목차

562/1461
이상적인물형
군은형
뿔난 도둑놈 지금 읽는 중
효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