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한국구전 (8225)
• 내용 :
옛날에 어떤 왕이 백성들이 골고루 잘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행을 나갔다. 임금이 수표교 밑을 지나다보니 천막으로 지은 집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천막을 살짝 들추고 안을 보니 거지옷을 입은 아이가 춤을 추고 있고 대여섯 되는 식구가 둘러앉아 박수를 치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임금은 천막에서 솥단지 하나를 가지고도 웃고 노래하며 모습이 좋아 보여, 궁으로 들어가 그 거지의 아버지를 불러오게 하였다. 왕이 거지 아버지를 보고 무엇 때문에 너희는 그렇게 웃고, 노래를 부르느냐고 물었다. 거지 아버지는 궁에서 준 좋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왕을 보기 황송스러워 엎드려 벌벌 떨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왕은 거지처럼 행복하게 사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어 옆에 두면 좋을 것 같아, 거지에게 벼슬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거지는, 사람은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난 역할이 있어 싫다고 하고는 수표교 밑의 움막에서 마음 편하게 살겠다고 하였다. 왕이 재차 벼슬을 권했지만 거지는 거절하고 수표교 밑으로 돌아갔다. 왕은 할 수 없이 거지에게 벼슬 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그 집에 먹을 것을 대 주었다. 그런데 왕이 먹을 것을 대 주자 그 가족이 게으르게 되고, 웃음도 그치게 되었다. 왕이 풍수를 보는 사람을 불러, 거지의 집이 게을러진 이유를 물었다. 풍수쟁이는 거지의 집이 있는 터가 일을 하지 않으면 병들어 죽는 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지는 편히 먹을 팔자가 아니어서 그 집에 살며 왕이 주는 음식만 먹으니 게으르게 되고 병에 걸리게 되어 가족의 웃음이 사라져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