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맨 제도의 위치와 자연환경

가. 지명

케이맨 제도에 최초로 이름을 붙인 사람은 섬을 처음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이다. 콜럼버스는 1503년에 케이맨브랙과 리틀케이맨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우리의 시야에 두 섬이 들어왔다. 섬에는 작은 바위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북이들이 마치 바다 같다고 할 정도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콜럼버스는 섬의 이름을 에스파냐 어로 거북이를 뜻하는 ‘라스 토르투가스(Las Tortugas)’라고 불렀다.

1523년의 지도에는 세 섬의 이름이 악어를 의미하는 라가르토스(Lagartos)로 표시되어 있으며, 1530년에는 케이마나스(Caymanas)라는 이름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바다악어를 뜻하는 카리브 인디언 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섬에 사는 이구아나를 악어로 혼동하여 붙인 이름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다.

케이맨브랙의 ‘Brac’은 아일랜드 게일 어로 ‘절벽’이라는 뜻으로, 섬의 동부에 위치한 절벽인 블러프(The Bluff)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나. 위치와 면적

케이맨 제도는 쿠바에서 남쪽으로 약 240㎞ 떨어진 카리브 해의 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그랜드케이맨, 케이맨브랙, 리틀케이맨의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 섬의 전체 면적은 264㎢이다. 세 섬은 모두 폭이 좁고 동서로 길쭉한 형태인데, 면적이 가장 넓은 그랜드케이맨이 길이 35㎞, 폭 6㎞로 우리나라 제주도의 10분의 1 크기인 197㎢이며, 인구와 행정, 경제 기능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다. 그랜드케이맨에서 북동쪽으로 142㎞ 떨어진 케이맨브랙은 케이맨 제도의 섬 가운데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길이 20㎞, 폭 2㎞로 전체 면적은 38㎢ 정도이다. 리틀케이맨은 케이맨브랙에서 서쪽으로 8㎞ 떨어져 있으며, 길이 16㎞, 폭 2㎞, 전체 면적은 29㎢ 정도로 세 섬 중에서 가장 작다.

다. 지형

케이맨 제도는 지질학적으로 쿠바의 마에스트라(Maestra) 산맥에서 서쪽으로 뻗어 있는 해저 산맥인 케이맨 산릉(山稜)의 일부이다. 인접한 케이맨 해구(海溝, trench)는 수심이 약 6,500m 이상인 카리브 해에서 가장 깊은 지역으로, 케이맨 제도를 자메이카와 구분하고 있다.

세 섬은 모두 낮은 고도의 산호질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랜드케이맨과 리틀케이맨의 최고봉은 각각 해발 17m와 12m 밖에 안 되는 언덕이다. 이에 비해, 케이맨브랙은 섬의 동쪽 끝에 43m 높이의 석회암 노출부로 이루어진 절벽 블러프가 있어 두 섬과 차별성을 가진다. 세 섬의 주변 해역은 산호 군락이 형성되어 있으며, 섬 전체 면적의 3분의 1은 맹그로브 습지로 이루어져 있다. 리틀케이맨은 훌륭한 다이빙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북쪽 해변의 블러디베이(Bloody Bay) 해양 공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장소이다.

지질 구조상 북아메리카 판과 카리브 판이 만나는 경계에 있어 지진이 잦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미진에 그치고 있으며,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기록은 없다. 2004년에 그랜드케이맨 인근에서 진도 6.8의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으나,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일대의 지각판과 해구 ⓒ 푸른길

라. 기후

북동 무역풍의 영향을 받는 열대 해양성 기후이다. 평균 기온은 겨울철인 2월에 최저 26℃에서 여름철인 7월에 최고 30℃일 정도로 계절에 따른 편차가 작다. 강수량은 계절과 섬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인데, 평균 강수량은 1,530㎜이며 가장 비가 많은 9월에는 380㎜가 내리는 데 비해, 가장 건조한 3월에는 강수량이 5㎜밖에 안 된다. 하천이 발달하지 못해 식수는 빗물을 이용한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북동 무역풍이 탁월하며, 허리케인은 6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다. 2004년에는 허리케인 이반(Ivan)으로 인해 그랜드케이맨이 큰 피해를 입게 되자, 몇 개월에 걸쳐 관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약탈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를 실시하였다. 2008년에는 케이맨브랙이 허리케인 팔로마(Paloma)의 피해를 크게 입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