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정옥형·이항·한형윤이 궐내 물자 절약 및 대왜 무역 제한을 건의하다

조강에 나아갔다. 시강관 정옥형(丁玉亨)이 아뢰기를, ˝임금이 재물을 절약해서 사용하여 정책을 실수하는 것이 없으면, 백성도 망령되이 재물을 쓰지 않아, 상하(上下)가 모두 족해지는 법입니다. 지금 일본 국왕의 사신이 누차 나왔는데, 부상 대고(富商大賈)들이 서로 세포(細布)를 가지고 동철(銅鐵)과 바꾸므로, 쓸 데도 없는 것이 값만 점점 올라가, 공사(公私)가 모두 고갈되어가고 시장에도 명주(明紬)가 없습니다. 물으니, 이미 1백여 동(同)을 싣고 가 왜인(倭人)들의 물건을 무역한 뒤, 대지 못한다고 했으니 공사간의 무역을 일체 금단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일본 사신이 해마다 나오는데, 오랑캐 대접을 박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매양 예로써 대접하는 것이다. 공무역(公貿易)은 적지만 사무역(私貿易)이 또한 많기 때문에, 쓸데없는 것들을 싣고 오지 않는 것 없이 하는데, 만일 공사 무역을 일체 금단한다면 그들이 반드시 많이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하였고, 동지사 이항(李沆)이 아뢰기를, ˝부세(賦稅)와 용도(用度)는 조종(祖宗)들께서 그 규모를 정해 놓은 것인데, 지금 부세가 조종조(祖宗朝)보다 감해진 것이 아닌데도 국가의 용도가 이처럼 군색하니, 용도가 전보다 번다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공물(貢物) 수납과 무역 등의 일도 짐작해서 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보건대, 요사이 축적된 것이 없는 것도 아닌데, 유사(有司)들이 조심해서 간수하지 않으므로 썩히는 것이 많아 쓸 수 없게 되니, 이는 유사들의 과실이다.˝ 하였고, 특진관 한형윤(韓亨允)이 아뢰기를, ˝사람을 애호하는 자는 반드시 먼저 비용을 절약하는 법인데, 지금은 쓰임이 정해진 용도 이외에 나가는 것이 많습니다. 무릇 백성에게서 수납하는 것을 불의에 임시로 조급하게 마련하도록 하므로, 평소에는 그 값이 1필(匹)이던 물건이 더러는 10필이나 하게 되어 폐단이 적지 않으니, 반드시 먼저 비용을 절약한 다음에야 민폐가 제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토산품이 전에 혹 있던 것도 지금은 없어져, 서로들 사오느라 폐단이 적지 않으니, 호조로 하여금 다시 마련하게 함이 어떻겠는가?˝ 하였다.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중종 20년 5월 27일(을유)조.